전도(顚倒) 경 (AN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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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顚倒) 경 (AN4:49)
  • /소치 김승석 엮음
  • 승인 2013.06.27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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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1-1. "비구들이여, 네 가지 인식의 전도, 마음의 전도, 견해의 전도가 있다. 무엇이 넷인가?“

1-2. “비구들이여, 무상(無常)에 대해서 항상(恒常)하다는 인식의 전도, 마음의 전도, 견해의 전도가 있다. 비구들이여, 괴로움[苦]에 대해서 행복이라는 인식의 전도, 마음의 전도, 견해의 전도가 있다. 비구들이여, 무아(無我)에 대해서 자아라는 인식의 전도, 마음의 전도, 견해의 전도가 있다. 비구들이여, 부정한 것에 대해서 깨끗하다는 인식의 전도, 마음의 전도, 견해의 전도가 있다. 비구들이여, 이러한 네 가지 인식의 전도, 마음의 전도, 견해의 전도가 있다.“

2-1. “비구들이여, 네 가지 바른 인식, 바른 마음, 바른 견해가 있다. 무엇이 넷인가?”

2-2. “비구들이여, 무상에 대해서 무상이라는 바른 인식, 바른 마음, 바른 견해가 있다. 비구들이여, 괴로움에 대해서 괴로움이라는 바른 인식, 바른 마음, 바른 견해가 있다. 비구들이여, 무아에 대해서 무아라는 바른 인식, 바른 마음, 바른 견해가 있다. 비구들이여, 부정한 것에 대해서 부정하다는 바른 인식, 바른 마음, 바른 견해가 있다. 비구들이여, 이러한 네 가지 바른 인식, 바른 마음, 바른 견해가 있다.“

3-1 “삿된 견해에 빠지고 마음이 혼란하고 인식이 전도된 중생들은 ‘① 무상에 대해 항상하다고, ② 괴로움에 대해 행복이라고, ③ 무아에 대해 자아라고, ④ 부정한 것에 대해 깨끗하다고 인식한다.’

3-2. “그들은 마라의 밧줄에 걸려서 속박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여 태어남과 죽음으로 치달리면서 윤회를 거듭한다. 광명이신 부처님들께서 세상에 출현하면 그들에게 괴로움을 가라앉도록 하는 이 법을 밝히시니 통찰지를 가진 자들은 세존의 가르침을 듣고 자신의 마음을 회복한다. 무상을 무상이라고, 괴로움을 괴로움이라고, 무아를 무아라고, 부정한 것을 부정하다고 보나니 바른 견해로 공부지어 모든 괴로움을 제거한다.“



【해설】



■오온의 두 번째인 느낌[受]이 감정적이고 정서적인 심리현상[行]의 단초가 되는 것이라면, 오온의 세 번째인 인식[想]은 이지적인 심리현상의 토대가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느낌이 삶의 원초적 자료이고, 인식 또는 생각은 그 다음입니다. 하지만 느낌과 생각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느낌이 생각을 강화시키기도 하고, 반대로 생각이 느낌을 발생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사물이나 사람 혹은 세상을 바라볼 때 그저 존재하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자기의 관점에서 대상에 대한 어떤 생각 또는 인식을 갖게 됩니다. 항상 자기 위주로 생각하고 인식하기 때문에 마음이 대상을 아는 순간에 제 분수대로 번뇌 망상의 마음을 내고 마음 속에 관념·이념·인식 등의 상(相)을 세우게 됩니다.

■각묵 스님의 해설에 따르면 인식은 대상을 받아들여 이름 짓고 개념(notion)을 일으키는 마음의 작용이라고 말합니다. 마음[識]이 알아차리면 거의 동시에 상(想)은 그 대상의 특징적 표지를 찾아내어 그들을 다른 대상과 구별하는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인식이 없다면 대상을 식별할 수 없게 되므로 인식은 그 나름대로의 유용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인식은 무수한 취착을 야기하고 해로운 심리현상을 일으키기 때문에 초기 경전에서는 인식은 부정적이고 극복되어야 할 것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내 선입견, 집착과 혐오, 좋아하고 싫어함 때문에 여섯 감관과 그 대상을 있는 그대로의 객관적 성질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내적인 경험적 자아의 이미지로 표상된 대상을 인식하게 되는, 이른바 상전도(想顚倒)의 심리상태를 낳게 한다고 말합니다.

■「금강경」에서 자아가 있다는 인식[我相], 개아(個我)가 있다는 인식[人相], 중생이 있다는 인식[衆生相], 영혼이 있다는 인식[壽者相]에 속지 말고 그 인식을 극복하라고 가르친 뜻도 깨달음을 삶의 최고의 가치로 두고 이를 실현하는 보살로서는 어떤 경계, 관념, 고정관념을 세우지 말고, 설령 그런 것이 마음에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에 연연하지도 말고 집착하지도 말고 그것을 뛰어 넘어야 한다는 세존의 메시지라고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세존께서는 ‘마음은 무상하고, 느낌은 고통스럽고, 일체 법들은 무아이고, 몸은 부정함’에도 범부중생들은 마음은 영생(永生)하고 느낌은 즐겁고 일체 법들에는 자아가 있고 몸은 깨끗한 것으로[常·樂·我·淨] 여기고 있는데, 이를 두고 인식의 전도라고 가르치셨습니다.

■『반야심경』에서도 이러한 전도를 여의고 궁극적인 행복인 열반을 실현한 것(遠離顚倒夢想 究竟涅槃)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해탈·열반에 방해가 되는 존재론적 인식을 버리고, 해탈·열반에 유익한 고상한 인식을 개발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명상(冥想)입니다. 명상을 통해 우리는 내적인 마음의 평화를 얻게 됩니다. 이런 명상에는 크게 (마음에 대한) 무상관 명상, (몸에 대한) 부정관 명상, (세상에 대한) 자애명상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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