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眼] 경 (SN25:1)
상태바
눈[眼] 경 (SN25:1)
  • /소치 김승석 엮음
  • 승인 2013.07.27 10: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전》

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 때 세존께서는 사왓티에서 제따 숲의 아나타삔디까 원림(급고독원)에 머무셨다. 거기서 세존께서는 “비구들이여.”라고 비구들을 부르셨다. “세존이시여.”라고 비구들은 세존께 응답했다. 세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2. “비구들이여, 눈[眼]은 무상하고 변하고 다른 상태로 되어간다. 귀[耳]는 무상하고 변하고 다른 상태로 되어간다. 코[鼻]는 무상하고 변하고 다른 상태로 되어간다. 혀[舌]는 무상하고 변하고 다른 상태로 되어간다. 몸[身]은 무상하고 변하고 다른 상태로 되어간다. 마노[意]는 무상하고 변하고 다른 상태로 되어간다.”

3. “비구들이여, 이러한 법들에 대해서 이와 같이 믿고 이와 같이 확신을 가지는 자를 일러 믿음을 따르는 자라고 한다. 그는 올바른 정해진 행로로 들어가고, 참된 사람의 경지에 들어가고, 범부의 경지를 넘어섰다. 그가 지옥이나 축생계나 아귀의 영역에 태어나게 되는 그러한 업을 짓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고, 예류과를 실현하지 못한 채로 임종한다는 것도 있을 수 없다.”

4. “비구들이여, 통찰지로 충분히 사색하여 이러한 법들을 인정하는 자를 일러 법을 따르는 자라고 한다. 그는 올바른 정해진 행로에 들어가고, 참된 사람의 경지에 들어가고, 범부의 경지를 넘어섰다. 그가 지옥이나 축생계나 아귀의 영역에 태어나게 되는 그러한 업을 짓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고, 예류과를 실현하지 못한 채로 임종한다는 것도 있을 수 없다.”

5. “비구들이여, 이러한 법들을 이와 같이 알고 보는 자를 흐름에 든 자[預流者]라 하나니, 그는 악취에 떨어지지 않는 법을 가졌고 해탈이 확실하며 완전한 깨달음으로 나아간다.



《해설》

■마음은 여섯 가지 감각의 문[眼耳鼻舌身意]을 통해서 대상을 알고, 교감을 합니다. 예컨대 시각의식은 눈의 문(門)이라는 물질에 의지하여 대상의 모양과 명칭을 알고, 소리의식은 귀의 문이라는 물질에 의지하여 소리의 고저와 파장을 알게 됩니다.

■눈, 귀, 코, 혀, 몸의 물질은 물질의 무더기, 즉 색온(色蘊)에 속합니다. 마음이 눈, 귀, 코, 혀, 몸의 오문(五門)으로 전향할 때 그 대상에 대해 알음알이가 일어남과 동시에 의문(意門)에서 이를 받아들여, 조사하는 마음이 일어납니다. 그밖에 의문(意門)에서 물질의 오문을 통하지 않고 직접 대상(법)을 알아차릴 수도 있습니다만 경험적 존재로서의 몸 밖의 세상은 오문을 통해서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마음이 물질에 의존해서 일어난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입니다.

■물질은 현대과학에서 분자로 되어 있고, 분자는 이보다는 더욱 작은 입자인 원자의 덩어리로 되어 있다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부처님은 이미 2,600여 년 전에 이를 ‘깔라파’로 정의하고, ‘깔라파’는 지수화풍 4대요소와 색깔, 맛, 냄새, 영양소 등 4개의 파생물질로 구성되어 있음을 밝히셨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변하는 성질 때문에 물질이라 한다고 설하셨습니다. 차가움과 뜨거움으로, 배고픔과 목마름으로 인해 변하고 전도된다고 세존께서는 설하셨습니다. 여기서의 변화라 함은 ‘파괴된다, 손상당한다, 괴롭힘을 당한다, 부서진다.’는 뜻입니다. 기본 물질을 구성하는 지수화풍이라는 4대는 모두 함께 작용하며 끊임없이 서로 부딪히고 조화를 이루고 있으나 수시로 그 균형이 깨지고 있습니다. 예컨대 사람의 몸이 암(癌)에 걸렸다는 것은 몸이 부드럽다가 단단해졌다는 것으로, 부드러운 근육이나 내장기관이 덩어리로 뭉쳐서 단단해지는 것과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몸이 너무 뜨거우면 열이 나서 죽으며 뇌세포가 손상을 입고, 몸이 약간 차가워지면 감기가 걸리는 것과 같습니다. 늙어간다는 것은 몸에 수분이 빠지고 온도가 떨어지는 것이고, 죽음은 지수화풍이라는 4대의 작용이 바꿔 온도(열기)가 제로가 된 상태입니다. 요컨대 나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것은 저승사자도 아니고, 신(神)도 아니라 나를 죽이는 살인자는 바로 지수화풍이라는 4대의 변화라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변하지 않는 물질은 하나도 없습니다. 우리의 몸 세포도 마찬가지입니다. 분자생물학에서 밝힌 세포의 교체주기를 살펴보면 췌장의 세포는 24시간마다, 위장의 내피는 3일마다, 백혈구는 10일마다, 몸의 지방조직은 3주마다, 뇌의 단백질은 한 달마다, 피부는 5주마다 새로워진다고 합니다.

■몸을 나의 몸이라고 생각하는 한 윤회의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몸은 있지만 여러 가지 부품으로 결합된 조건에 의해 형성된 몸이라고 알아야 합니다.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몸에 결박되고 의지해서 찰나적으로 일어났다가 사라지면서 쉬지 않고 흐르고 있을 뿐이고 영혼이라는 것은 관념일 뿐이고 실재하지 않습니다.

■세존께서는 몸과 마음을 여섯 감각의 문으로 해체해서 분석하신 이유는 “몸과 마음은 무상하다. 무상한 것은 괴로움이고, 괴로움은 무아다. 무아인 것은 내 것이 아니고, 내가 아니고, 나의 자아가 아니다.”라고 것을 알게 하려는 깊은 뜻에서 입니다.

■주석서에 의하면, 본경에 나타나는 ‘믿음을 따르는 자’라 함은 몸과 마음의 무상함을 믿고 확신을 가진 수행자를 뜻하고, ‘법을 따르는 자’라 함은 이 몸과 마음은 모두 조건 지어진 것들, 형성된 것[有爲法]으로 즉 무아라는 통찰지를 가진 출가사문을 뜻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