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 경 (AN 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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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 경 (AN 3:76)
  • /소치 김승석 엮음
  • 승인 2013.09.22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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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1. 그때 아난다 존자가 세존께 다가갔다. 가서는 세존께 절을 올리고 한 곁에 앉았다. 한 곁에 앉은 아난다 존자는 세존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존재(bhava), 존재’라고 말합니다. 세존이시여, 도대체 어떻게 존재가 있게 됩니까?”

2. “아난다여, 욕계의 과보를 가져오는 업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욕계의 존재를 천명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아난다여, 이처럼 업(業)은 들판이고 알음알이[識]는 씨앗이고 갈애는 수분이다. 중생들은 무명의 장애로 덮이고 갈애의 족쇄에 계박되어 저열한 욕계에 알음알이를 확립한다. 이와 같이 내생에 다시 존재[再有]하게 된다. 아난다여, 이런 것이 존재이다.”

3. “아난다여, 색계의 과보를 가져오는 업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색계의 존재를 천명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아난다여, 이처럼 업(業)은 들판이고 알음알이[識]는 씨앗이고 갈애는 수분이다. 중생들은 무명의 장애로 덮이고 갈애의 족쇄에 계박되어 중간의 색계에 알음알이를 확립한다. 이와 같이 내생에 다시 존재[再有]하게 된다. 아난다여, 이런 것이 존재이다.”

4. “아난다여, 무색계의 과보를 가져오는 업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무색계의 존재를 천명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아난다여, 이처럼 업(業)은 들판이고 알음알이[識]는 씨앗이고 갈애는 수분이다. 중생들은 무명의 장애로 덮이고 갈애의 족쇄에 계박되어 수승한 무색계에 알음알이를 확립한다. 이와 같이 내생에 다시 존재[再有]하게 된다. 아난다여, 이런 것이 존재이다.”



《해설》



본경에서 존재란 일체 중생을 말합니다. 중생들이 태어나서 그 곳에서 삶을 영위하는 그런 영역이나 세상을 부처님께서는 육도(六道, 六度)라고 말씀하셨고, 이를 욕계, 색계, 무색계의 삼계로 분류하기로 합니다.

이 중생들이 사는 세상은 모두 심리상태가 반영된 것이라고 아비담마 불교는 설명하고 있습니다. 남방의 아비담마에 의하면 삼계는 엄연히 실재하며 객관적인 사실로서 존재합니다. 하지만 삼계는 항상 마음에 의해서 이해되는 세상입니다. 바깥세상(대상)은 마음, 즉 알음알이[識]에 의해서 이해되는 세계입니다. 의식이 없으면 바깥세상을 지각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모든 존재는 의식 안에 나타나는 대상으로서만 존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세존께서는 본경에서 욕계의 과보를 맺게 될 업에 의지하여 욕계의 재생연결의 알음알이가 일어나고, 욕계의 존재가 나타나게 되며, 색계와 무색계도 이와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세존께서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대하여 오온(五蘊)이라고 대답하셨습니다. 오온을 줄이면 물질과 정신입니다. 이 물질(육체)과 정신(마음과 마음작용)이 서로 엉켜 붙도록 윤회[再有]의 자양분을 공급하는 것이 무명과 갈애이고, 그로 인해 말과 뜻과 행동으로 선업 또는 불선업을 짓게 되어 그 과보에 따라 삼계 중의 어느 한 세상에 태어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업이 들판이고 알음알이는 씨앗이며 갈애는 수분이다.”라고 설하신 것입니다.

예를 들면, 어떤 중생이 악처 또는 삼악도, 욕계의 선처 세상, 색계 또는 무색계에 태어나느냐 하는 것은 그가 전생에 그런 세상에 태어나기에 적합한 업(業, kamma), 즉 마음의 의도적인 행위를 형성하고 만들어내고 지탱하였기 때문이라는 말씀이십니다.

과거의 업에 의해 결정된, 즉 조건 지어진 알음알이의 씨앗은 그에 적절한 세계에 떨어져서 뿌리를 내리고 업이 비축한 자양분을 공급받아 그것의 잠재력에 따라 재육화(再肉化)의 새싹이 움트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 인간들이 사는 세상은 욕계, 즉 감각적 욕망의 세계로서 색계, 무색계보다는 수명이 짧고 복락이 적기 때문에 세존께서는 저열한 세상이라 말씀하셨습니다. 아비담마에 의하면 인간들은 축생이나 장수천의 신들과 달리 지옥에서부터 비상비비상처천의 31세상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마음을 가질 수 있어서 인간의 마음은 모든 존재들의 마음 중에서 가장 강력하거나 잔인하여 가장 큰 불선심을 가질 수도 있고, 반면에 가장 선하거나 출세간의 마음을 일으켜 해탈, 열반으로 나아갈 수 있을 정도로 광대무변하다고 말합니다.

31세상을 세간(世間)이라 말하는데, 이 세상은 자신의 관념 또는 상념이 지어놓은 유위법(有爲法)의 세계입니다. 그래서 금강경에서 산냐[想]의 놀음을 깨어버리라고 가르치고 있는 것입니다. 산냐, 즉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이 산산조각이 나서 흔적조차 남기지 않는 경지가 출세간이고, 진리의 세계인 것입니다. 따라서 어느 세상으로 가느냐는 지금, 여기(now here)의 마음작용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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