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문답의 짧은 경 (MN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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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리문답의 짧은 경 (MN44)
  • /소치 김승석엮음
  • 승인 2013.11.11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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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때 세존께서는 라자가하 대나무 숲의 다람쥐 보호구역에 머무셨다. 그때 ‘위사카’ 청신사가 ‘담마딘나’ 비구니를 만나러가서 절을 올리고 한 곁에 앉았다. 한 곁에 앉아서 위사카 청신사는 담마딘나 비구니에게 이렇게 물었다.

2. [위사카] “스님, 무엇이 여덟 가지 성스러운 팔정도[八支聖道]입니까?”

[담마딘나] “도반 위사카여, 이것이 성스러운 팔정도이니, 즉 바른 견해[正見], 바른 사유[正思惟], 바른 말[正語], 바른 행위[正語], 바른 생계[正命], 바른 정진[正精進], 바른 알아차림[正念], 바른 삼매[正定]입니다.”

3. [위사카] “스님, 그러면 성스러운 팔정도는 형성된 것입니까, 아니면 형성된 것이 아닙니까?

[담마딘나] “도반 위사카여, 성스러운 팔정도는 형성된 것입니다.”

4. [위사카] “스님, 성스러운 팔정도는 삼학(三學)에 포함됩니까? 또는 삼학에 성스러운 팔정도가 포함됩니까?“

[담마딘나] “도반 위사카여, 성스러운 팔정도에 삼학이 포함되는 것이 아니고, 삼학에 성스러운 팔정도가 포함됩니다. 도반 위사카여, 바른 말, 바른 행위, 바른 생계의 이 세 가지 법은 계의 무더기[戒蘊]에 포함됩니다. 바른 정진, 바른 알아차림, 바른 삼매의 이 세 가지 법은 삼매의 무더기[定蘊]에 포함됩니다. 바른 견해와 바른 사유의 이 두 가지 법은 통찰지의 무더기[慧蘊]에 포함됩니다.“

5. [위사카] “스님, 무엇이 삼매이고, 어떤 법들이 삼매의 표상이고, 어떤 법들이 삼매의 필수품이고, 어떤 것이 삼매를 닦는 것입니까?”

[담마딘나] “도반 위사카여, 마음이 한 끝에 집중됨[心一境性]이 삼매입니다. 네 가지[身受心法] 알아차림의 확립[四念處]가 삼매의 표상입니다. 네 가지 바른 노력[四正勤]이 삼매의 필수품입니다. 여기서 이런 법들을 받들어 행하고 닦고 많이 짓는 것이 삼매를 닦는 것입니다.”

6. [위사카] “스님, 무슨 이유로 들숨과 날숨이 몸의 작용이고, 일으킨 생각과 지속적 고찰이 말의 작용이고, 인식과 느낌이 마음의 작용입니까?”

[담마딘나] “도반 위사카여, 들숨과 날숨은 몸에 속하며 이 법들은 몸에 계박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들숨과 날숨은 몸의 작용입니다. 도반 위사카여, 먼저 생각을 일으키고 지속적으로 고찰하고 나서 말을 합니다. 그래서 일으킨 생각[尋]과 지속적 고찰[伺]이 말의 작용입니다. 인식과 느낌은 마음부수[心所]입니다. 이 법들은 마음에 계박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인식과 느낌은 마음의 작용입니다.

7. 그러나 위사카 청신사는 담마딘나 비구니의 법문을 듣고 크게 기뻐하며 담마딘나 비구니에게 절을 올리고 경의를 표한 뒤 세존을 뵈러 갔다. 세존께 인사드리고 담마딘나와 함께 문답한 것을 세존께 말씀드렸다.

8. [세존] 세존께서는 위사카의 말을 듣고 나서 위사카 청신사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위사카여, 담마딘나 비구니는 현자이고, 큰 통찰지를 가졌다. 위사카여, 그대가 만일 내게 이 뜻을 물었더라도 나도 역시 담마딘나 비구니가 설명한 대로 설명했을 것이다. 그러니 그대는 그대로 호지하라.”



【해설】

주석서에 의하면, 담마딘나 비구니는 출가 전에 왕사성(라자가하)의 거부 위사카의 아내였다고 합니다. 이 비구니는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불환자가 된 남편의 동의를 받아 출가하여 숲 속에서 홀로 수행하여 무애해(無碍解)를 갖춘 아라한이 되었다고 합니다.

세존께서는 본경에서 담마딘나를 가리켜 ‘가르침을 해설하는데 최상의 비구니’라고 증명했습니다. 비구니의 설법이 경으로 남은 경우는 매우 드문데, 본경은 담마딘나 장노니(長老泥)의 깊은 통찰지를 유감없이 보여 주는 아름다운 경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불법의 핵심은 연기, 무아라 할 수 있고, 이것을 진리체계로 구성한 것이 사성제이며, 이것을 실천체계로 구성한 것이 팔정도인데, 팔정도를 다시 간추린 것이 계․정․혜 삼학인 것입니다. 장로니 담마딘나가 팔정도를 삼학으로 간추리고 세존의 인가를 받았다는 점에서 후학들로부터 불교 윤리학의 체계를 세운 것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습니다.

옛 선사께서 “계(戒)의 그릇이 견고해야 정(定)의 물이 맑게 고이고 정(定)의 물이 청정해야 지혜의 달이 둥글게 비친다.”라고 설하셨는데, 이 금언은 “계정혜 삼학은 솥발[鼎足]같아서 발하나만 짧아도 솥이 바로 설 수 없다.”는 말과 같은 뜻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믿음이 있어야 노력함이 있고, 노력함(사정근)이 있어야 알아차림[sati, 正念]이 향상되고, 알아차림이 향상되어야 삼매(선정)이 확립됩니다. 정신을 집중하기 위해 명상주제로 들숨날숨을 선택합니다. 들숨날숨에 마음을 향하게 하고[尋], 마음을 유지시키면서[伺], 마음이 들숨날숨에 묶여 있을 때 근접삼매 또는 본삼매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본경에서, ‘삼매의 표상’이라 함은 사념처의 첫 번째인 아나빠나사띠(들숨날숨에 대한 알아차림)가 삼매의 조건이라는 뜻이고, ‘삼매의 필수품’이라 함은 노력함(사정근)이 삼매의 수행원이라는 뜻이라고 주석서에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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