밧다지 경 (AN5: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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밧다지 경 (AN5:170)
  • /소치 김승석 엮음
  • 승인 2013.12.2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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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1. 한때 아난다 존자는 꼬삼비에서 고시따 원림에 머물렀다. 그때 밧다지 존자가 아난다 존자에게 다가갔다. 가서는 아난다 존자와 함께 환담을 나누었다. 유쾌하고 기억할 만한 이야기로 서로 담소를 나누고 한 곁에 앉았다.

2. 한 곁에 앉은 밧다지 존자에게 아난다 존자는 이렇게 말하였다.

“도반 밧다지여, 무엇이 보는 것 가운데 으뜸입니까? 무엇이 듣는 것 가운데 으뜸입니까?

무엇이 행복가운데 으뜸입니까? 무엇이 인식가운데 으뜸입니까? 무엇이 존재가운데 으뜸입니까?”

3. [밧다지] “도반이여, 범천이 있습니다. 그는 지배자요, 지배되지 않는 자요, 전능자입니다.

그 범천을 보는 것이 보는 것 가운데서 으뜸입니다. 광음천이 신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언제 어디서든 ‘아! 행복한지고, 아! 행복한지고.’라고 감흥어를 읊습니다. 이런 소리를 듣는 것이 듣는 것 가운데 으뜸입니다. 변정천의 신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지고의 행복을 경험합니다. 이것이 행복 가운데서 으뜸입니다. 무소유처에 태어난 신들이 있습니다. 이것이 인식 가운데 으뜸입니다. 비상비비상처에 태어난 신들이 있습니다. 이것은 존재 가운데 으뜸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일반 대중들이 이야기 하는 방식일 뿐입니다. 아난다 존자는 많이 배운 분입니다. 아난다 존자가 밝혀주십시오.

4. [아난다] 도반 밧다지여, 그렇다면 잘 듣고 마음에 잡도리하십시오. 나는 이제 설할 것입니다.

“도반이여, 보면서 바로 그에게 번뇌들이 다할 때 그것이 보는 것 가운데 으뜸입니다.”

“도반이여, 들으면서 바로 그에게 번뇌들이 다할 때 그것이 듣는 것 가운데 으뜸입니다.”

“도반이여, (도 닦음으로써) 행복할 때 바로 그에게 번뇌들이 다하는 그 행복이 행복 가운데 으뜸입니다.”

“도반이여, (도 닦음으로써) 인식할 때 바로 그에게 번뇌들이 다하는 그 인식이 인식 가운데 으뜸입니다.”

“도반이여, 존재할 때 바로 그에게 번뇌들이 다하는 그 존재가 존재 가운데 으뜸입니다.”



《해설》

주석서에 의하면 밧다지 존자는 밧디야 도시의 상인의 아들로 태어나서 아주 유복하게 성장하였으나 세존께서 밧디야에 오셔서 설법하시는 것을 듣고 출가하여 아라한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 존자는 선정의 힘이 매우 뛰어나고 제3차 결집 때까지 아비담마를 전승한 존자 중의 1인으로서 후학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초기경전에서 아라한은 ‘항상 번뇌가 다한 자’로 정의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출가수행의 핵심은 모든 번뇌를 없애는데 있습니다. 초기경전에서 번뇌는 감각적 욕망의 번뇌와 존재의 번뇌와 무명의 번뇌의 세 가지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사람의 몸을 받은 우리에게 바로 아라한과가 일어날 때 존재 가운데 으뜸이 되고, 열반을 실현하는 것이 궁극적 행복이기 때문에 출가수행의 목적은 아라한의 도와 과를 성취하는데 있습니다. 세존께서는 『모든 번뇌의 경(MN2)』에서 번뇌를 대처하는 방법에 따라 번뇌를 일곱 가지로 분류하시고 그 번뇌를 없애는 방법을 설하셨습니다.

눈으로 형상을 볼 때 영원하다든가 아름답다는 표상을 마음에 잡도리하면 탐욕이라는 번뇌와 함께 보는 것이 됩니다. 귀로 소리를 들을 때 쓴 소리 (비난) 또는 단 소리(칭찬)로 마음에 잡도리하면 성냄 또는 자만이라는 번뇌와 함께 듣는 것이 됩니다.

지혜 없이 마음이 잡도리 하지 않도록 마음을 홀로 내버려둬서는 안 됩니다. 마치 정원을 돌보지 않으면 잡초로 뒤덮이는 것처럼 자신의 마음을 수문장처럼 지켜보지 않으면 번뇌들이 자라고 늘어나게 됩니다.

번뇌를 가볍게 여기지 마십시오. 번뇌가 당신을 비웃게 될 것입니다. 번뇌와 함께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한다면 윤회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반면에 지혜롭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한다면 윤회로부터 벗어나는 길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재가자들도 일상생활을 하면서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알아차리기가 어렵다 할지라도 반복해서 습관화될 때까지 끊임없이 해나가야 합니다.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이 익숙해지면, 지금까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던 내 자신의 고정관념, 갈망, 두려움, 희망과 기대를 발견하고서 매우 놀랍고 어처구니가 없고 심지어 충격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만 이 알아차림을 알아차리고 있다면, 그 자체가 수행이기 때문에 우리는 번뇌의 멸진에 한 발 다가설 수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생각해서도 안 되고, 말해서도 안 되고, 행동해서도 안 된다”라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할 때 번뇌에 끌려 다니지 말고 지혜롭게 마음에 잡도리하라고 가르치셨습니다.

알아차리면서(sati) 형색을 보되 형색에 물들지 않는 자, 소리를 듣되 소리에 물들지 않는 자는 표상을 취하지 않기 때문에 무상삼매(無相三昧)에 들어 머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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