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집 경 (MN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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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집 경 (MN23)
  • /소치 김승석 엮음
  • 승인 2014.01.05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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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때 세존께서는 사왓티에서 제따 숲의 아나타삔디까의 원림(급고독원)에 머무셨다. 그때 밤이 아주 깊어갈 즈음 어떤 천신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사왓티에서 약 3㎞ 떨어진 곳에 있는) 장님들의 숲을 훤하게 밝히면서 ‘꾸마라깟사빠’ 존자에게 다가와 한 곁에 서서 그 천신은 그 존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2. “비구여, 이 개미집은 밤에는 연기를 내뿜고 낮에는 불타오릅니다.”

3. 그때 바라문이 이와 같이 말했습니다.

① ‘현자여, 칼을 가지고 파십시오.’ 현자가 칼을 가지고 파다가 빗장을 보았습니다.”

② “현자여, 빗장을 버리고 칼을 가지고 계속 파십시오. 현자가 칼을 가지고 파다가 두꺼비를 보았습니다.”

③ “현자여, 두꺼비를 버리고 칼을 가지고 계속 파십시오. 현자가 칼을 가지고 파다 가 두 갈래 길을 보았습니다.”

④ “현자여, 두 갈래 길을 버리고 칼을 가지고 계속 파십시오. 현자가 칼을 가지고

파다가 체를 보았습니다.“

⑤ “현자여, 체를 버리고 칼을 가지고 계속 파십시오. 현자가 칼을 가지고 파다가 거 북이를 보았습니다.”

⑥ “현자여, 거북이를 버리고 칼을 가지고 계속 파십시오. 현자가 칼을 가지고 파다 가 칼과 도마를 보았습니다.”

⑦ “현자여, 칼과 도마를 버리고 칼을 가지고 계속 파십시오. 현자가 칼을 가지고 파 다가 고기덩이를 보았습니다.”

⑧ “현자여, 고기덩이를 버리고 칼을 가지고 계속 파십시오. 현자가 칼을 가지고 파 다가 용(nāga)을 보았습니다.”

⑨ “현자여, 용은 그대로 두십시오. 용을 해치기 마십시오. 용에게 예배하십시오.”라 고.

4. “비구여, 그대는 이 문제를 가지고 세존께 다가가서 여쭈어보십시오, 그래서 세존께서 해설해주시는 대로 잘 호지하십시오.” 이와 같이 그 천신은 말하고서 그곳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해설】



주석서에 의하면, 본경에 등장하는 꾸마라깟사빠 존자는 꼬살라의 왕인 빠세나디의 양자로서 일곱 살에 출가했고, 세존께서 본경을 통해서 그를 교계하시자 그 존자가 이 가르침을 명상 주제로 삼아 아라한과를 증득했다고 합니다.

꾸마라깟사빠 존자가 그 밤이 지나자 급고독원에 머무시는 세존을 뵈러 가서 간밤에 천신이 와서 한 말, 즉 개미집, 칼, 빗장, 두꺼비, 두 갈래 길, 체, 거북이, 칼과 도마, 고기덩이, 용 등이 무엇을 비유한 말인지를 여쭈어보았습니다.

세존께서는 그 비구에게 이렇게 법문을 하셨습니다. 비구여, ① 개미집이란 바로 이 사대(四大)로 이루어진 몸을 두고 한 말이다. 그것은 부모에게 생겨났고, 밥과 시큼한 죽으로 적집되었고 무상하고 파괴되고 분쇄되고 해체되고 분해되기 마련이다.

비구여, ② 낮에 행한 것에 대해 밤에 사유하고 고찰하는 것은 밤에 연기를 내뿜는 것이고, 밤에 사유하고 고찰한 것을 낮에 몸과 말과 마음으로 행위에 적용시키는 것이 낮에 불타오르는 것이다.

비구여, ③ 바라문은 모든 번뇌를 제거하고 바르고 원만하게 깨달으신 여래를 두고 한 말이고, ④ 현자는 유학인 비구들 두고 한 말이고, ⑤ 칼이란 성스러운 통찰지를 두고 한 말이며, ⑥ 파는 것은 정진을 두고 한 말이다.

비구여, ⑦ 빗장이란 무명을 두고 한 말이다. ‘빗장을 밀어제쳐라. 무명을 제거하라. 현자여, 칼을 가지고 파라.‘는 것이 그 질문의 뜻이다.

비구여, ⑧ 두꺼비는 분노에 따른 절망을 두고 한 말이고, ⑨ 두 갈래의 길은 의심을 두고 한 말이며, ⑩ 체는 다섯 가지 장애를 두고 한 말이다. ‘체’에다 아무리 많은 양의 물을 붓더라도 모두 흐르고 한 움큼의 물도 남지 않듯이 감각적 욕망. 악의, 해태와 혼침, 들뜸과 후회, 의심의 장애[오개(五蓋)]를 가진 사람은 선법에 머물지 못한다.

비구여, ⑪ 거북이는 취착의 대상인 다섯 가지 무더기[오취온(五取蘊)]을 두고 한 말이고, ⑫ 칼과 도마는 원하고 좋아하고 마음에 들고 사랑스럽고 감각적 욕망을 짝하는 형색·소리·냄새·맛·감촉 등으로 표현되는 다섯 가닥의 얽어매는 감각적 욕망을 두고 한 말이다. 비구여, ⑬ 고깃덩이는 향락과 탐욕을 두고 한 말이고, ⑭ 용은 번뇌 다한 비구를 두고 한 말이다.

본경에 나타난 세존의 가르침을 요약하면, 수행자가 그릇된 견해에 말려들지 않고, 또

계(戒)를 온전히 하여 감각적 욕망과 관련된 탐심을 버리고 몸에 대한 무상(無常)관을 통해 지혜를 완성하면 다시는 모태에 들지 않고 열반을 성취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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