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 경 (AN 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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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 경 (AN 4:31)
  • /소치 김승석 엮음
  • 승인 2014.02.15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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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1. “비구들이여, 네 가지 번영의 바퀴가 있어서 이것을 구족한 신과 인간들은 이 네 가지 바퀴를 굴리게 되고 이것을 구족한 신과 인간들은 오래지 않아 재물이 많게 되고 가득하게 된다.”

2. “무엇이 넷인가? ① 적당한 지역에 사는 것, ② 참된 사람을 의지하는 것, ③ 자신을 바르게 하는 것, ④ 전생에 지은 공덕이다. 비구들이여, 이러한 네 가지 번영의 바퀴가 있어서 이것을 구족한 신과 인간들은 이 네 가지 바퀴를 굴리게 되고 이것을 구족한 신과 인간들은 오래지 않아 재물이 많게 되고 가득하게 된다.”

3. 세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신 뒤 다시 게송으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4. “적당한 지역에 살고 성자와 친하게 지내고

자신을 바른 흐름에 두고 전생에 공덕을 지은 사람

그에게 곡식과 재물과 명예와 명성과 행복이 굴러온다.“



《해설》



바퀴의 사전적 의미는 돌게 하기 위하여 둥근 테 모양으로 만든 물건을 뜻합니다. 세존께서는 쉽게 힘들지 않게 물건이나 사람을 운반하기 위해 만든 수레바퀴의 비유를 통해 본경에서 퇴보가 아닌 번영을 가져오는 네 가지의 법을 설하셨습니다.

그 첫 번째의 법이 사람으로 태어나 적당한 지역에 사는 것입니다.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은 매우 귀한 일입니다. 세존께서는 사람의 몸 받기가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희유할 뿐만 아니라, 정법을 만나는 것은 그보다 더 힘들고, 이에 더하여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할 때 태어나는 것은 더더욱 힘들다는 점을 강조하셨습니다.

윤회의 흐름 속에서 축생으로 태어나는 것보다 사람으로 태어나는 쪽이 훨씬 어려운 일입니다. 따라서 현생에 축생이 아니라 사람으로 태어나 살고 있다는 것은 이미 큰 공덕을 지었다는 것입니다. 이에 더하여 우리가 불교수행을 할 만큼의 인연과 여유가 있다면 더욱 큰 공덕을 지은 것입니다.

사람으로 태어났더라도 불법이 없는 곳 또는 종교 활동이 금지된 나라에 태어났다면 비록 어렵게 사람으로 태어났어도 불교를 알기도 어렵거니와 설령 불교를 알게 되더라도 불교 수행을 하는 것이 매우 곤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다행스럽게도 인도로부터 불교가 전해져 1,600여 년의 불교문화가 뿌리내린 대한민국에서 태어났는데 이것은 참으로 큰 은혜를 입은 것입니다.

대승불교의 철학사상을 확립한 대학자이며 공(空)사상을 선양한 중관파의 개조이신 나가르주나 존자(龍樹보살)께서 그의 친구인 ‘샤타바하나’ 국왕에게 보낸 편지로 널리 알려진 ‘권계왕송(勸誡王頌)’에서 사람으로 태어나 윤회의 고통에서 해탈할 수 있는 수행을 할 수 있는 여덟 가지 여유를 갖춘 것을 큰 은혜라고 말씀하셨는데, 이는 불교 수행을 하기에 좋은 내적 외적 환경이나 조건을 뜻하며 본경에서 세존께서 설하신 ‘적당한 지역에 사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그 두 번째의 법이 성자와 친하게 지내는 것입니다. 성자라 함은 석가모니 부처님이나 사성제와 팔정도로써 깨달음을 이 땅 위에 구현하고 있는 출가사문들을 뜻합니다. 범부중생들이 성자를 찾아뵙고 법문을 듣고 숙고하고 공양을 올리는 것이 성자와 친하게 지내는 법입니다.

그 세 번째의 법이 ‘자신을 바른 흐름에 두는 것’입니다. 무시무종(無始無終)의 생사윤회의 흐름에서 진정한 의지처가 되는 것은 부처님에 대한 믿음입니다. 고고(苦苦), 괴고(壞苦), 행고(行苦)의 세 가지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불법승 삼보에 귀의하고 일상에서 계행을 청정하게 하여 자신의 마음의 흐름을 지혜롭게 두어야 합니다.

그 네 번째의 법이 선업의 공덕을 쌓는 일입니다. 세존께서는 업(業)을 강조하시면서 “중생들은 업에서 태어났고, 업의 상속자이고, 업이 바로 중생들의 주인이고 그들의 권속이고 그들의 의지처이다. 업이 중생들을 구분 지어서 천박하고 고귀하게 만든다.”라고 설하셨는데, 본경에서 설하신 전생의 공덕이라 함은 바로 이를 두고 하신 가르침이십니다.

우주법계는 모두 업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만물을 창조하는 초월적인 절대자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행한 행위의 결과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더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자기 자신이 받아야 합니다. 나쁜 업과 나쁜 조건들이 비록 지금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 할지라도 이윽고 점점 커져서 마침내 삼악도에 떨어져 엄청난 고통을 받게 합니다.

하지만 모든 악업과 불선업은 참회에 의해 정화될 수 있습니다. 희대의 살인마 ‘앙굴마라’도 세존의 교화를 받아 아라한을 성취하여 일체의 고통에서 벗어났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입니다.

비록 먼저는 믿음이 부족하고 게을렀던 사람이라도 지금 게으르지 않아 법륜을 굴린다면 그 사람은 구름에서 나온 달처럼 아름다워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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