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 경 (AN 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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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 경 (AN 4:65)
  • /소치 김승석 엮음
  • 승인 2014.02.2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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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1. “비구들이여, 세상에는 네 부류의 사람이 있다.

2. “무엇이 넷인가? ① 외모를 재어보고 외모에 청정한 믿음을 가진다. ② 소리를 재어보고 소리에 청정한 믿음을 가진다. ③ 난행고행을 재어보고 난행고행에 청정한 믿음을 가진다.

④ 법을 재어보고 법에 청정한 믿음을 가진다. 비구들이여, 세상에는 이러한 네 부류의 사람이 있다.“

3. 세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신 뒤 다시 게송으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4. “어떤 이는 외모로 덕(德)을 재고

어떤 이는 명성에 따라가나니

욕심과 탐욕에 가려 상대를 알지 못하며

안도 알지 못하고 밖도 보지 못하네.

온통 덮개에 싸인 어리석은 자 명성에 따라 좌우되리니

안은 알지 못하고 밖만 보누나.

밖의 결실만을 보는 자도 또한 명성을 따르네.

덮개(장애)를 걷고 보는 자만이

안도 알고 밖도 보아서

명성을 따라 좌우되지 않으리.“



《해설》



사람이라면 최소한의 오욕락(五慾樂)을 피할 수 없습니다만 탐욕은 한계가 없습니다. 그 어디선가에서 자기에게 무한 탐욕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요술지팡이를 찾아 헤매고 있습니다. 눈으로 그 대상(형색)을 살피고 귀로 즐거운 소리, 좋은 소리를 듣고자 갈애를 일으킵니다. 바깥세상을 인식하는 통로, 즉 오감 중에서 눈과 귀가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 만큼 눈과 귀의 역할과 기능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본경에서 ‘외모’라 함은 눈의 대상인 형상(rūpa)을 말하고, ‘소리’라 함은 사람들이 자신을 칭찬하는 소리 즉 명성을 뜻합니다.

막대기로 북을 치면 북소리가 나는 것과 같이, 눈과 외모(형색)가 마주칠 때 시각의식이 일어나는데 그 찰나에 외모가 영원하다든가 아름답다는 표상을 마음에 잡도리하면 탐욕이라는 번뇌와 함께 보는 것이 됩니다. 마찬가지로 소리의식을 통해 단 소리(칭찬)로 마음에 잡도리하면 자만과 함께 듣는 것이 되어 불선(不善)의 업보를 짓는 것이 됩니다.

우리는 급하고 열광적인 특성을 지닌 현대문화에 알게 모르게 깊게 빠져들고 있습니다. 이 몸뚱이가 본질적으로 불결하고 불안정함에도 이른바 ‘얼짱’, ‘몸짱’이라는 상술로 젊은이들을 마취시키고 있는 것이 현대문화의 공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성형수술이 판치고 성형수술 중 마취에 깨어나지 못해 사망하는 사건도 가끔 일어나고 있습니다.

자아에 대한 환상이 강한 사람일수록 병적으로 명성을 갈망합니다. 자신이 잘 알려지고 잘 대접받고 싶어 하는 욕망을 자만심이라고 하는데, 이런 사람일수록 명성이라는 관념의 덫에 걸려 자신의 내면세계를 볼 수 없습니다.

우리의 마음은 즐길 거리가 됨직한 것을 보는 순간에 애착을 일으킵니다. 온갖 즐거움을 얻기를 갈망하지만, 장애가 나타나거나 방해를 받게 되면 화를 내고 반감을 일으킵니다.

마음이 대상과 부딪치면 좋거나 싫거나 반응을 하게 되어 자만, 질투, 야심, 무기력, 오만 등 각양각색의 번뇌들이 가시덤불처럼 엉켜서 다양한 형태의 고(苦)를 빚어냅니다.

본경에서 세존께서 설하신 ‘청정한 믿음’이라 함은 불법승 삼보에 대한 믿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세속적인 의미로서 대상에 대한 애착, 갈애, 집착 등을 비유해서 설하신 것으로 이해하셔야 합니다.

출가자이든, 재가자이든 수행자로서의 정신적 향상과 정화의 길을 방해하는 것으로 세존께서는 다섯 가지 장애[五蓋]를 들고 있습니다. 감각적 쾌락의 욕망, 악의(惡意), 게으름과 혼침(昏沈), 회한(悔恨)과 들뜸(悼擧), 의심이 그것입니다.

옛날 인도에서는 난행고행(難行苦行)을 통해 열반을 성취할 수 있다는 외도 수행자들이 있었습니다. 세존께서는 그 수행이 사도(邪道)임을 천명하고 중도를 표방하였습니다.

본경에서 ‘법’은 계(戒) 등의 덕을 뜻합니다. 불법승 삼보에 대한 청정한 믿음이라는 씨앗을 땅에 심으면 계(戒)라는 뿌리로부터 사마타[止]와 위빠사나[觀]라는 영양분을 빨아들여 성스러운 도(道)라는 줄기를 통해서 성스러운 과(果)라는 곡식을 맺을 수 있습니다.

형색에 대한 애착, 명성에 대한 갈망의 번뇌를 지키는 수문장이 마음의 지혜 작용인 알아차림(sati)입니다. 알아차리면서(sati) 형색을 보되 형색에 물들지 않는 자, 소리를 듣되 소리에 물들지 않는 자는 표상을 취하지 않기 때문에 무상삼매(無相三昧)에 들어 머뭅니다.

심외무법(心外無法)이라는 금언(金言)이 있습니다. 수행자는 먼저 내 안의 마음작용, 흐름을 알아차리는 수행을 해야 밖의 경계[客塵]에 물들지 않고 매이지 않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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