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나마 경 (SN 5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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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나마 경 (SN 55:21)
  • /소치 김승석 엮음
  • 승인 2014.03.16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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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때 세존께서는 삭까에서 까빌라왓투의 니그로다 원림에 머무셨다.

2. 그때 삭까 사람 ‘마하나마’가 세존을 뵈러 갔다. 가서는 세존께 절을 올리고 한 곁에 앉았다. 한 곁에 앉은 삭까 사람 마하나나는 세존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3. “세존이시여, 지금 까빌라왓투는 번창하고, 부유하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대중들로 가득하고, 길거리는 사람들로 넘쳐납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세존을 섬기고 마음에 새겨야 할 고귀한 비구들은 시봉한 뒤 해거름에 까빌라왓투로 들어갑니다. 그러면 저는 배회하는 코끼리와 만나고, 배회하는 말과 만나고 배회하는 마차와 만나고 배회하는 수레와 만나고 배회하는 사람과 만납니다. 세존이시여, 그러면 그때 세존에 대한 저의 마음챙김[正念]은 흐리멍덩하게 되고 법에 대한 저의 마음챙김은 흐리멍덩하게 되고 승가에 대한 저의 마음챙김은 흐리멍덩하게 됩니다. 세존이시여, 그러면 그때 제게는 ‘내가 만일 바로 지금 죽는다면 나의 태어날 곳은 어디일까?’라는 이런 생각이 듭니다.”

4. “마하나마여, 그대는 두려워하지 말라. 마하나마여, 두려워하지 말라. 그대의 죽음은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대는 나쁘지 않게 임종할 것이다. 마하나마여, 누구든지 오랜 세월 믿음으로 마음이 굳건해지고 계행으로 마음이 굳건해지고 배움으로 마음이 굳건해지고 보시로 마음이 굳건해지고 통찰지로 마음이 굳건해진 사람의 몸은 물질이라서 네 가지 근본물질[四大]로 이루어진 것이며, 부모에게서 생겨났고, 밥과 죽으로 집적되었으며, 무상하고 파괴되고 분쇄되고 해체되고 분해되기 마련이며, 까마귀 떼가 쪼아 먹고, 독수리 떼가 쪼아 먹고, 솔개 무리가 쪼아 먹고, 개떼가 뜯어먹고, 자칼들이 뜯어먹고, 별의별 벌레들이 다 달려들어 파먹겠지만 그의 마음은 오랜 세월 믿음으로 굳건해지고 계행과 배움과 보시와 통찰지로 굳건해졌기 때문에 위로 올라가고 특별한 경지[聖者]로 가게 된다.”



《해설》



누구나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죽음을 피해서 숨을 곳도 없습니다. 게다가 죽음은 아무 예고도 없이 홀연히 우리를 찾아옵니다.

생자필멸(生者必滅)이라. 태어난 자 반드시 죽어야 합니다. 현재의 결과인 태어남은 과거의 원인에 의한 것입니다. 불교에서는 ‘내가 태어났다’고 말하지 않고 원인이 있어 결과가 생긴 것이라고 가르칩니다. 이렇게 태어날 때 업에 의해 몸이 만들어지는데, 이 몸뚱이는

물질이라서 지수화풍이라는 네 가지 근본물질[四大]로 구성되어 있고, 이 사대는 이중 하나만 작용하지 않고 모두 함께 작용하며 끊임없이 서로 부딪히고 조화를 이루면서 몸을 성장시키고 유지시키다가 끝내는 쇠퇴시켜 죽음으로 우리를 내몰기도 합니다. 병이 났다는 것은 이 사대의 부조화가 그 원인입니다.

사람이 죽었다는 것은 지수화풍이라는 사대의 작용이 바뀐 것을 뜻합니다. 부드러운 몸이 돌처럼 경직되고, 피가 흐르다가 정지하고, 따뜻하다가 차가워진 것이고 움직이다가 움직이지 않는 것입니다. 죽음은 이처럼 몸의 변화일 뿐이고, 마음은 개별 존재의 흐름의 근본이라서 몸이 무너져 해체되고 분해되더라도 이미 다른 몸에 육화(肉化)되어서 다시 태어남을 거듭하게 됩니다.

보통사람이라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갖습니다. 그래서 늙은이가 되면 누구나 죽음에 대하여 한 번쯤은 깊게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부처님의 제자들은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죽음이란 단지 사대의 변화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현재의 마음씀씀이가 다음 생의 업보를 익게 한다는 부처님의 교설을 바르게 이해하고 실천하느냐, 못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몸과 마음이 조화를 이뤄야 건강하고 또 수심(修心)을 해야 다음 생에 좋은 곳에 태어나게 됩니다.

사람이 죽어서 무엇이 되며, 어디로 가나 하는 의문은 까마득한 옛적부터 사람들의 제일 큰 관심사였습니다. 초기경전의 여러 곳에서는 불․법․승 삼보에 대한 흔들림 없는 믿음과 계를 지님의 넷은 예류과(성자의 첫 단계)를 얻은 자들이 갖추고 있는 구성요소로 강조되고 있거니와, 천상과 같은 선처에 태어나는 업력으로 작용한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인간이 짓는 의도적 행위가 원인이 되어 해로운 업(不善業)을 많이 지은 자는 지옥, 축생, 아귀의 삼악도에 태어나게 되고, 유익한 업(善業)을 많이 지은 자는 인간과 천상에 태어나게 된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세존께서는 급고독(아나타삔디까) 장자에게 세상 사람들이 모두 세속적인 행복을 갈망하지만 대다수가 그렇게 되기 어렵고, 다만 삼보에 대한 흔들림 없는 믿음을 갖추고, 5계를 잘 지키고, 항상 남에게 베푸는 자세를 가지고, 선정 수행을 통해 다섯 가지 장애로 대표되는 마음의 오염원들을 제거하면 세속적인 행복을 성취할 수 있다고 가르치셨습니다.

출가자이든 재가자이든 누구나 행복을 추구합니다. 재가자들은 다섯 가지 욕망을 가득 채우는 것이 행복이라고 말하나, 출가사문들은 그 욕망을 비우고, 그 욕망을 여위기 위해 수행을 하는 것을 행복이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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