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훌라를 교계한 긴 경 (MN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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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훌라를 교계한 긴 경 (MN 62)
  • /소치 김승석 엮음
  • 승인 2014.04.06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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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때 세존께서는 사왓티에서 제따 숲의 아나타삔디까의 원림(급고독원)에 머무셨다.

2. 그때 세존께서는 아침에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발우와 가사를 수하시고 사왓티로 탁발을 가셨다. 라훌라 존자도 아침에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발우와 가사를 수하고 세존을 뒤따라갔다.

3. [세존] 그러자 세존께서는 뒤를 돌아보시면서 라훌라 존자를 불러 말씀하셨다. “라훌라야, 물질이라고 하는 것은 그 어떤 것이든, 그것이 과거의 것이든 미래의 것이든 현재의 것이든, 안의 것이든 밖의 것이든, 거칠든 섬세하든, 저열하든 수승하든, 멀리 있건 가까이 있건, 그 모든 물질에 대해 ‘이것은 내 것이 아니다. 이것은 내가 아니다. 이것은 나의 자아가 아니다.’라고 이와 같이 이것을 있는 그대로 바른 통찰지로 보아야 한다.”

4. [라훌라] “오직 물질만 그러합니까? 세존이시여! 오직 물질만 그러합니까? 선서시여!”

5. [세존] “라훌라여, 물질도 그러하고, 느낌도 그러하고, 인식도 그러하고, 심리현상들도 그러하고, 알음알이도 그러하다.”

6. 그러자 라훌라 존자는 세존으로부터 직접 가르침을 받고 탁발을 가겠다는 생각을 포기하고 되돌아와서 낮 동안의 선정 수행을 하고 나서 해거름에 세존을 뵈러 갔다.

7. [세존] 세존께서 라훌라 존자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라훌라야, ① 자애의 수행을 닦아라. 네가 자애의 수행을 닦으면 어떤 악의라도 다 제거될 것이다. ② 연민의 수행을 닦아라. 네가 연민의 수행을 닦으면 어떤 잔인함이라고 다 제거될 것이다. ③ 더불어 기뻐함의 수행을 닦아라. 네가 더불어 기뻐함의 수행을 닦으면 어떤 싫어함이라도 다 제거될 것이다. ④ 평온의 수행을 닦아라. 네가 평온의 수행을 닦으면 어떤 적의라도 다 제거될 것이다.”

“라훌라야, 부정하다고 인식하는[不淨想] 수행을 닦아라. 라훌라야, 네가 부정하다고 인식하는 수행을 닦으면 어떤 탐욕이라고 다 제거될 것이다.”

“라훌라야, 무상을 인식하는[無常想] 수행을 닦아라. 라훌라야, 네가 무상을 인식하는 수행을 닦으면 나[我]라는 자만은 모두 제거될 것이다.”

“라훌라야, 들숨과 날숨에 대한 알아차림[正念(sati)]을 닦아라. 라훌라야, 들숨과 날숨에 대한 알아차림을 닦고 거듭거듭 행하면 실로 큰 결실과 큰 이익이 있다.”

《해설》



• 주석서에 의하면, 본경은 세존께서 라훌라 존자가 18세의 사미 시절에 설하신 경이라고 합니다. 라훌라 사미가 아침에 탁발을 가기 위해 세존을 뒤따라가면서 발바닥부터 머리털까지 세존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는 세존의 몸에 32대인상이 새겨져 있음을 확인하고 자기의 몸도 살펴보면서 세존의 아들이므로 ‘나도 멋지다.’라고 생각을 하였다고 합니다.

• 세존께서는 라훌라가 자기 몸과 관련하여 세속적인 열망과 욕망을 일으켜 길[道]이 아닌 곳으로 들어간다고 생각하시고, 오온[색·수·상·행·식]에 대해서 ‘이것은 내 것이 아니고, 내가 아니고, 나의 자아가 아니다.’라고 통찰[照見 五蘊皆空]하라는 가르침을 설하셨습니다. 상좌부불교에서는 이를 “깔라빠에 대한 명상”이라고 부르며, 이런 명상을 시작해야만 위빠사나 수행자의 가문에 입문했다고 봅니다.

• 사무량심은 자비희사(慈悲喜捨)라고 하는데 자(慈)는 자애이며, 비(悲)는 연민과 동정심이고, 희(喜)는 더불어 기뻐함이고, 사(捨)는 평온을 뜻합니다. 사무량심은 저절로 생기지 않습니다. 먼저 성냄의 반대가 되는 자애심을 일으켜야 하고, 이런 마음이 충만해야만 연민의 마음도 뒤따라 일어나게 됩니다. 자비심이 충만할 때 선정을 방해하는 다섯 가지 장애(五蓋)들로부터 벗어난다는 의미에서 그것을 일러 마음의 해탈을 얻은 성자라 합니다.

• 세존께서는 ‘마치 어머니가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외아들을 보호하듯이 모든 살아있는 존재에 대해서 끊임없는 자애심을 닦아야 한다.’고 설하셨습니다. 증오는 증오를 낳을 뿐이고, 오로지 자애만이 성냄과 증오와 적의를 녹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초기경전의 여러 곳에 이 몸뚱이는 32가지 부정한 물질로 가득 차 있는 양쪽에 아가리가 있는 자루와 같다고 비유해서 표현하고 있습니다. 즉 머리털 등 32가지 몸 부위는 여러 가지 곡식이 섞여서 자루 안에 들어 있는 것과 같다는 뜻입니다. 『염신경(MN119』에서 세존께서는 본경에서와 같이 몸에 대한 부정관(不淨觀) 명상을 반복해서 실천하고 닦고 거듭거듭 행하고 수레로 삼고 토대로 삼고 확립하고 강화하고 노력하라고 설하셨습니다.

• 몸과 마음이 환상과 같다는 진리를 깨닫기 위해 무상관 수행을 하라는 것이 세존의 가르침입니다. 몸뚱이는 지수화풍의 사대로 이루어져 쉼 없이 변화하고 마음은 이 몸뚱이에 결박돼 온갖 느낌, 생각, 갈망을 일으키니 이 또한 무상하다는 것입니다.

• 세존께서는 들숨날숨에 대한 알아차림[호흡관법]은 피안으로 가는 열반으로 인도하는 확실한 발판[뗏목]이 된다고 말씀하셨고, 세존께서 성도 후에도 매일 호흡관법을 실천하셨다는 점에서 오늘의 불자들은 명심하여 호흡관법을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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