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원화된 수행풍토를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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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화된 수행풍토를 주목한다
  • 제주불교
  • 승인 2005.04.02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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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사찰과 신행단체, 불교대학 동문회 등 제도화된 불교공동체 내의 정형화된 의례나 수행체계를 떠나 소규모의 모임을 만들어 참선 또는 경전공부를 하거나, 전통 다도, 요가, 서예, 사찰음식 등 불교문화를 배우고 익히려는 새로운 수행풍토가 형성되고 있다.

현재 도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각양각색의 불교 소모임은 20여 개가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런 소공동체의 증가추세는 다원화된 정보사회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최근 수년 사이에 각 사찰이나 신행단체에서 불교교양강좌, 불교대학을 개설하여 재가불자의 교육에 힘써 왔으나 대부분 이론적, 주입식 불교 강좌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여 재가불자들의 차별화된 수행 또는 문화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인터넷 문화와 웰빙 붐을 타고 불교적 바탕 위에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향유하기 위한 욕구가 기성의 수행 프로그램을 파괴하고 새로운 수행문화를 창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 우리는 이를 긍정적으로 본다.

이런 형태의 자발적 모임은 초발심자들만이 아니라 불교친화적 일반인들에 대한 포교와 신심고취에 도움이 되고, 또한 생활불교 실천에도 유익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의 비판적 시각도 없지 않다. 이런 소규모 모임의 취지가 단지 불교문화를 체험하거나 취미활동에 한정되어 불교공동체로서의 위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불교공동체는 그 규모가 크거나 작거나 간에 불도를 성취해서 중생을 제도하겠다는 서원을 세워야 한다. 아미타불 48대원, 약사여래 12대원, 보현보살 12대원 등이 대표적이다.

서원이 굳건하고 반드시 성취하리라는 원을 세운다면, 비록 승속(僧俗)의 구별이나 남녀의 차별에 따라 수행방편이 다를 수 있지만 불법에 귀의한 모든 사람은 열반에 이를 수 있다.

따라서 병에 따라 의사의 처방이 다르듯이 각양각색의 소규모 모임들이 설립취지와 활동에 따라 수행의 방편을 달리 할 수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계(戒)·정(定)·혜(慧) 등 삼학의 유기적 수행체계를 벗어날 수 없으므로 뛰어난 선지식을 모셔와 가르침을 받는 일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기왕에 집단을 이뤄 하나의 모임을 만들었으므로 그 모임의 구성원은 모두 육화(六和)의 법을 지켜야 한다. 그것은 계율을 같이 지키고, 의견을 같이 맞추고, 같이 수행하고, 자비로운 행을 같이 하고, 차별 없이 득실을 나누며, 남의 뜻을 존중하는 것을 뜻한다.

불법은 바다와 같은 것이다. 빗방울이 모여 시냇물이 되고 하천이나 강을 따라 바다로 흘러가듯 각양각색의 작은 불교공동체가 제자리를 찾을 때 불국정토는 완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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