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지 못한 자 경 (SN 1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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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지 못한 자 경 (SN 12:61)
  • /소치 김승석 엮음
  • 승인 2014.04.27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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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때 세존께서는 사왓티에서 제따 숲의 아나타삔디까 원림(급고독원)에 머무셨다.

2. 거기서 세존께서는 “비구들이여.”라고 비구들을 부르셨다. “세존이시여.”라고 비구들은 세존께 응답했다. 세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3. “비구들이여, 배우지 못한 범부도 네 가지 근본물질로 이루어진 이 몸에 대해서 염오하고 탐욕이 빛바래고 벗어나려 할 것이다. 그것은 무슨 이유 때문인가? 비구들이여, 그는 네 가지 근본물질로 이루어진 이 몸은 활기찰 때도 있고 의기소침할 때도 있고 받을(태어남) 때도 있고 내려놓을(부서짐) 때도 있는 것을 보기 때문이다.”

4. “비구들이여, 그러나 배우지 못한 범부는 마음[心]이라고도 마노[意]라고도 알음알이[識]라고도 부르는 이것에 대해서 염오할 수 없고 탐욕이 빛바랠 수 없고 벗어날 수 없다. 그것은 무슨 이유 때문인가? 배우지 못한 범부는 이것을 두고 ‘이것은 내 것이다. 이것은 나다. 이것은 나의 자아다.’라고 움켜주고 내 것으로 삼고 집착하기 때문이다.”

5. “비구들이여, 배우지 못한 범부는 차라리 네 가지 근본물질로 이루어진 이 몸을 자아라고 할지언정 마음을 자아라고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무슨 이유 때문인가? 비구들이여, 네 가지 근본물질로 이루어진 이 몸은 1년도 머물고 2년도 머물고 3년도 머물고 4년도 머물고 5년도 머물고 10년도 머물고 20년도 머물고 30년도 머물고 40년도 머물고 50년도 머물고 100년도 머물고 그 이상도 머문다. 그러나 마음이라고도 마노라고도 알음알이라고도 부른 이것은 낮이건 밤이건 생길 때 다르고 소멸할 때 다르기 때문이다. 비구들이여, 예를 들면 원숭이가 숲에서 돌아다니면서 이 나뭇가지를 잡았다가는 놓아버리고 다른 나뭇가지를 잡는 것과 같다. 그와 같이 마음이라고도 마노라고도 알음알이라고도 부른 이것은 낮이건 밤이건 생길 때 다르고 소멸할 때 다르다.”

6. “비구들이여, 이 경우에 잘 배운 성스러운 제자는 다음과 같이 이 연기를 잘 마음에 잡도리한다. ‘이것이 있을 때 저것이 있다. 이것이 일어날 때 저것이 일어난다. 이것이 없을 때 저것이 없다. 이것이 소멸할 때 저것이 소멸한다.”

7. “비구들이여, 이 경우에 잘 배운 성스러운 제자는 물질[色蘊]에 대해서도 염오하고, 느낌[受蘊]에 대해서도 염오하고, 인식[想蘊]에 대해서는 염오하고, 의도적 행위[行蘊]에 대해서도 염오하고, 알음알이[識薀]에 대해서도 염오한다. 염오하면서 탐욕이 빛바래고(=성자의 道), 탐욕이 빛바래므로 해탈한다(=성자의 果).”



《해설》



• 범부(凡夫)란 성자(聖者)의 반대말입니다. 예류도에서 아라한도까지의 일곱 부류의 성자를 유학(有學)이라고 부르고 아라한과를 얻은 성자를 무학(無學)이라고 하는데, 이미 모든 오염원들을 버렸기 때문에 더 이상 수행할 것이 없다는 말입니다.

• 범부는 무더기[蘊], 요소[界], 감각장소[處], 조건[緣]의 형태 또는 정념(正念, sati)의 확립 등에 대한 파악과 질문과 판별이 없어 생사윤회의 발생구조와 소멸구조를 알지 못하는 자들입니다.

• 눈·귀·코·혀·몸의 다섯 가지 감각장소 또는 오감(五感)이라고 불리는 것들은 지(地)·수(水)·화(火)·풍(風)의 네 가지 근본물질과 감성의 물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물질은 그것이 어떤 것이든, 그것이 과거의 것이든 미래의 것이든 현재의 것이든 온도, 바람, 햇빛 등에 의해 화학작용을 일으켜 변형(變形)됩니다. 부서지고 무너지고 분해되어 흔적조차 남기지 않기 때문에 무상한 것입니다.

■반야심경의 오온(五蘊) 중, 알음알이의 무더기인 식온(識薀)은 대상을 안다는 의미로서의 마음[識]이고, 감정의 무더기인 수온(受蘊), 생각의 무더기인 상온(想蘊), 의도의 무더기인 행온(行蘊)은 작용으로서의 마음[心]을 뜻합니다.

■『법구경』에서 세존께서는 이렇게 설하셨습니다. “마음이 모든 법들에 앞서가고, 마음이 그들의 주인이며, 마음에 의해서 모든 행위가 지어진다.” 이때의 마음은 여섯 감각기관인 안(眼),이(耳),비(鼻),설(舌),신(身),의(意) 중에서 의(意=마노)에 해당하는 마음입니다.

• 마음은 한순간에 일어나서 대상을 아는 기능을 수행하고 멸합니다. 그러면 그 다음의 마음이 조건(緣)에 따라 일어납니다. 이렇게 마음은 흘러갑니다. 이를 일컬어 심상속(心相續)이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를 하나의 동일한 마음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 본경에서 세존께서는 ‘마음은 생길 때 다르고 소멸할 때 다르다“라고 말씀하시면서 마음은 원숭이처럼 쉬지 못하고 촐랑대면서 매 순간 항상 다른 대상과 더불어 일어나서 머물다가 소멸한다는 것을 강조하셨습니다.

• 그래서 마음은 찰나(刹那) 생(生) ․ 찰나(刹那) 멸(滅)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무상하고 실체가 없다는 뜻에서 무아(無我)입니다. 마음은 대상이 없이는(所緣緣) 일어나지 않습니다. 즉 마음 자체가 홀로 일어나는 힘, 동력, 자재력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조건적 발생의 법칙, 즉 연기를 알고 보면 피안으로 향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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