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킴 경 (SN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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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킴 경 (SN 1:12)
  • /소치 김승석 엮음
  • 승인 2014.05.01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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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때 세존께서는 사왓티에서 제따 숲의 아나타삔디까 원림(급고독원)에 머무셨다. 그때 어떤 천신이 밤이 아주 깊었을 때 세존께 다가와서는 세존께 절을 올린 뒤 한 곁에 선 그 천신은 세존의 면전에서 이 게송을 읊었다.



2. [천신]

“안의 엉킴이 있고 밖의 엉킴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엉킴으로 뒤얽혀 있습니다.

고따마시여, 당신께 그것을 여쭈오니

누가 이 엉킴을 풀 수 있습니까?



3. [세존]

“통찰지를 갖춘 사람은 계에 굳건히 머물러서

마음과 통찰지를 닦는다.

근면하고 슬기로운 비구는 이 엉킴을 푼다.

탐욕과 성냄과 무명이 빛바래고

번뇌 다한 아라한들이 이러한 엉킴을 푼다.

정신과 물질이 남김없이 소멸하는 곳

부딪힘의 인식도 남김없이 소멸하고

물질의 인식까지 남김없이 소멸하는

여기서 그 엉킴은 잘려지도다.“



《해설》



• 본경에서 어떤 천신이 사왓티(사위성)에 계신 세존께 자신의 의심을 해결하기 위해 질문을 드린 ‘엉킴’(jatā)이라는 개념은 세속적인 것에 묶여 있는 상태를 뜻합니다. 즉 갈애의 그물과 같은 뜻입니다.

• 마치 대나무 덤불 등이 대나무 가지들로 뒤얽혀 있듯이 중생의 무리라 불리는 모든 유정들이 이 갈애의 그물에 뒤얽혀 서로 꼬여있다는 뜻입니다.

• 필자가 인도 성지 순례 당시 2,600여 년 전 빔비사라 왕이 다스리던 마가다국의 수도였던 ‘라자가하’(왕사성)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이 도시에는 빔비사라 왕이 부처님을 위해 세운 최초의 절 ‘죽림정사’가 있어서 그 안으로 들어가 살펴보니 법당의 형체는 없고 목욕 지(池)와 대나무 숲이 있었습니다. 여기의 대나무는 무더기로 밀식돼 칡넝쿨처럼 얽혀 있고, 울툭불툭 거친 마디가 불거지고 가지에는 가시가 있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대나무의 비유를 통해 범부중생의 갈애를 설하신 이유를 죽림정사의 역사적 현장에서 확인한 바 있습니다.

• 범부중생이 목마르게 오욕(五慾)에 애착한다는 뜻을 가진 갈애(渴愛)는 자신의 소유물과 남의 소유물에 대해서, 또는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에 대해서, 또는 안의 감각장소(눈, 귀,코, 혀, 몸, 마노) 와 밖의 감각장소(형색, 소리, 냄새, 맛, 감촉, 법)에 대해서 각 일어나기 때문에 이를 일컬어 ‘안의 엉킴과 밖의 엉킴’이라고 어떤 천신이 표현한 것입니다.

• 감각접촉에 바탕을 둔 느낌이 원인이 되어서 갈애가 일어납니다. 마치 형색에 눈이 부딪히고, 소리가 귀에 부딪히듯이 감각기관이 감각대상에 부딪힐 때마다 일어나는 마음의 작용이 느낌입니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六入)가 색성향미촉법(色聲香味觸法=六境)과 접촉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12연기에서 육입과 육경이 부딪힐 때 이를 감각접촉이라고 말하는데, 그 접촉의 순간 아는 마음이 일어남과 동시에 느낌이 일어납니다. 세존께서 일반 대중들에게 설하신 느낌에는 즐거운 느낌, 괴로운 느낌,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은 느낌 세 가지 느낌이 있습니다.

• 남자가 아름다운 여자를 보고 데이트하고 싶다는 마음의 작용은 성적 욕망에 대한 갈애이고, 향기롭고 맛있는 음식을 탐하는 것은 음식에 대한 갈애입니다. 이 갈애가 괴로움의 일어남의 성스러운 진리, 즉 집성제인 것입니다. 세존께서 연기의 역관(逆觀)을 통해 이 갈애의 얽힘을 자르고 부수어 버려서 열반을 성취하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무상정등각을 성취하시고 토하신 사자후인 ‘집(=윤회의 몸)을 짓는 자’의 그 짓는 자리가 바로 갈애입니다.

• 여래 십력을 갖추신 세존께서는 천신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마치 사람이 땅위에 서서 잘 드는 날카로운 칼로 대나무가 엉킨 것을 잘라내듯 비구(아라한)는 청정 계행 위에 서서 삼매(선정)의 숫돌로 잘 갈아진 위빠사나(통찰) 지혜라는 칼을 손에 잡아 정진의 힘으로 갈애의 그물을 모두 풀고 자르고 부수어 버린다고 사자후를 토하신 것입니다. 갈애가 일어나지 않고 끊어진 경지가 바로 열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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