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 덩어리 경 (MN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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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 덩어리 경 (MN18)
  • /소치 김승석 엮음
  • 승인 2014.05.18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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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때 세존께서는 삭까에서 까빌라왓투의 니그로다 원림에 머무셨다.

2. 그때 어떤 비구가 세존께 이렇게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무슨 가르침을 설하시기에 그것으로 신을 포함하고 마라를 포함하고 범천을 포함한 세상과 사문․바라문들을 포함하고 신과 사람을 포함한 무리들 가운데서, 그 누구와도 논쟁하지 않고 머물게 됩니까?

3. [세존] “비구들이여, 어떤 것을 원인으로 사람에게 사량 분별이 함께한 인식의 더미가 일어나는데, 그것에 대해 즐거움과 환영과 집착이 없으면 그것이 바로 탐욕의 잠재적 성향들이 끝이요, 적의의 잠재성향들의 끝이요, 견해의 잠재성향들의 끝이요, 의심의 잠재성향들의 끝이요, 교만의 잠재성향들의 끝이요, 무명의 잠재성향들의 끝이요, 그것은 몽둥이를 들고 무기를 들고 싸우고 말다툼하고 논쟁하고 상호비방하고 중상모략하고 거짓말하는 것의 끝이니 여기서[12처] 이런 나쁘고 해로운 법들이 남김없이 소멸한다.”

4. 세존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신 뒤 자리에서 일어나 거처로 들어가셨다. 그러자 비구들이 세존께서 방금 설하신 법문의 뜻을 상세하게 분석해 줄 수 있는 마하깟짜나 존자를 찾아가서 이 법문의 뜻을 질문하였다.

5. 마하깟짜나 존자는 이렇게 말했다. “도반들이여, 눈[眼]과 형색[色]을 조건으로 눈의 알음알이[眼識]이 일어납니다. 이 셋의 화합이 감각접촉[觸]입니다. 감각접촉을 조건으로 느낌[受]이 있습니다. 느낀 것을 인식[想]하고 인식한 것을 생각[尋]하고 생각한 것을 사량 분별하고 사량 분별한 것을 원인으로 하여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눈으로 알아지는 형색들에 대해 사량 분별이 함께한 인식의 더미가 사람에게 일어납니다.”



《해설》



• 본경에 나오는 마하깟짜나(대가전연) 존자는 세존께서 간략하게 설한 것에 대해 상세하게 그 뜻을 설명하는 자들 가운데서 으뜸[論議第一]인 상수제자입니다.

• 마하깟짜나 존자는 인간의 정신활동을 6근(根)-6경(境)-6식(識)-6촉(觸)-6수(受)-6상(想)-6심(尋)-6사량(思量) 분별-6 사량 분별이 함께한 인식의 더미라는 9지(支) 연기로 해체해서 설명하면서 이런 과정으로 인간은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바라고 현재의 현상들에 정복당한다고 설파하셨습니다.

• 사람이 산다는 것은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6근)가 색성향미촉법(色聲香味觸法=6경)과 접촉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6근과 6경이 부딪힐 때 이를 감각접촉이라고 말하는데, 그 접촉의 순간 아는 마음(=6식)이 일어남과 동시에 느낌과 인식이 함께 생긴다는 뜻에서 이를 구생연(俱生緣)이라 부르고, 생각[尋]은 틈 없이 뒤따라 일어납니다.

• 생각이 생각한 바로 그 대상을 사량(思量)하고 분별한다는 뜻은 가려내고 선택하고 미워하고 사랑하는 마음의 작용으로, 주석서에 의하면 세 가지 허황된 생각을 일컫습니다. 밖의 형색을 아름답다는 인식을 갖고 보면서 거기에 욕망을 일으키고 즐기고 기뻐하는 것은 갈애에 기인한 허황된 생각이 일어난 것이고, 형색을 성취한 것과 성취하지 못한 것을 두고 헤아리면서 우쭐대거나 풀이 죽는 것은 자만에 기인한 허황된 생각이 일어난 것이고, 형색은 영원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사견에 기인한 허황된 생각이 일어난 것이라고 해석합니다.

• 요약하면, 세존께서 설하신 “사량 분별이 함께한 인식의 더미”라는 가르침은 갈애와 자만과 사견을 통해서 생긴 사량을 뜻합니다. 그것에 대해 즐김과 환영(歡迎)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하면 열두 가지 감각장소[12처]에 대하여 ‘이것은 나다. 이것은 내 것이다.’라고 여기기 때문이라고 세존께서 설하셨습니다.

• 세존께서는 열두 가지 감각장소[12처]를 일체(一切)라 말씀하셨는데, 거기서 갈애가 일어나고 소멸한다고 설하셨습니다. 즐김’ 또는 감각적 욕망 또는 갈애는 괴로움의 뿌리입니다. 일체를 사량하고, 일체에서 사량하고, 일체로부터 사량하고, ‘일체는 나의 것이다.’라고 사량하는 한 갈애는 현존하고 미래에도 탐․진․치의 잠재적 성향으로 자리 잡습니다.

• 사량되는 대상이 실제로는 무상(無常)하고 괴롭고[苦] 무아(無我)임을 알고 보는 지혜를 개발할 때, 우리는 정신적 향상의 길을 걷는 유학(有學)의 지위에 오르게 됩니다.

• 인연(因緣) 따라 마음이 일어나고 인연 따라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거기(대상)에 머물러 취착하지 않는다면 갈증내지 않습니다. 갈증내지 않으면 사랑하고 미워하는 분별의 괴로움은 일어나지 않고 스스로 해탈을 성취하게 된다는 것이 세존의 교설입니다.

• 세존께서 마치 허기 진 사람이 꿀 덩어리를 얻게 되면 어디를 맛보더라도 달콤하고 황홀한 맛을 얻는 것과 같이 비구가 이 법문의 뜻을 통찰지로 자세히 살펴볼 때 기쁨과 청정한 믿음을 얻게 된다는 취지에서 본경을 꿀 덩어리 법문이라고 명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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