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음 경 (SN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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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음 경 (SN11:21)
  • /제주불교
  • 승인 2014.07.16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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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 때 세존께서는 사왓티에서 제따 숲의 아나타삔디까 원림(급고독원)에 머무셨다.

2. 그때 신(神)들의 왕 삭까가 세존께 다가갔다. 가서는 세존께 절을 올리고 한 곁에 섰다. 한 곁에 선 신들의 왕 삭까는 세존께 게송으로 여쭈었다.

“무엇을 끊은 뒤에 깊이 잠들고

무엇을 끊고 나면 슬퍼하지 않습니까?

어떤 하나의 법 죽이는 것을

당신은 허락하십니까, 세존이시여“

3. [세존]

“분노를 끊은 뒤에 깊이 잠들고

분노를 끊고 나면 슬퍼하지 않노라

바라문이여, 분노는 뿌리에는 독이 있고

꼭대기에는 꿀이 듬뿍 들어 있어서

이런 분노는 죽이는 것, 성자들이 칭송하니

이것을 끊고 나면 슬퍼 않기 때문이니라.“



《해설》



「아비담마」불교에서는 우리 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마음 현상 가운데 유익한 것[善]도 있고, 해로운 것[不善]이 있고, 또 이 두 가지로 설하지 못하는 것[無記]도 있다고 마음을 분류하고 있는데, 대승불교이든 소승불교이든 모두 이를 수용하고 있습니다.

탐욕, 성냄, 어리석음 세 가지는 불교심리학에서 꼽고 있는 해로운 마음의 강력한 뿌리입니다. 탐욕과 성냄에 뿌리박은 마음은 어리석음이 근원적인 뿌리로 작용하지만, 탐욕과 성냄은 서로 배타적으로 이 두 가지 마음은 한 찰나에 같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대상이 있으면 마음이 이를 알아차리는 즉시 느끼고[受] 몸과 말과 뜻으로 의도적 행위[行]를 하게 됩니다. 성냄에 뿌리박은 마음은 불만족한 느낌과 적의(분노)와 함께 일어납니다. 아비담마에서는 이 불만족한 정신적 느낌으로 ‘낙담, 우울, 실의, 고뇌, 슬픔, 비통’ 등을 예시하고 있습니다.

코브라를 막대기로 건드리면 순식간에 맹렬하게 일어나는 것처럼 좋아하지 않는 대상과 마주칠 때 몸과 마음이 거칠게 격분하는 것이 적의(敵意)의 특징입니다. 화난 감정으로 남에게 말로, 몸으로, 생각으로 행동하면 반드시 남과 부정적 관계의 씨앗을 심고 자라게 만듭니다.

특히 원치 않는 대상(사람)과 마주칠 때 괴로운 느낌이 일어남과 동시에 거친 몸짓 또는 욕하고 협박하는 거친 말로 화를 냅니다. 짜증을 부리며 조급하게 구는 것도 분노의 표현입니다. 주기 싫어하는 인색함은 탐심을 근본으로 하지만 자신의 재물이 다른 사람과 연관됨을 참지 못한다는 뜻에서 성냄에 뿌리를 두고 있고, 다른 사람의 재물과 부귀를 시기하는 질투도 성냄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불만족과 분노가 항상 함께 하기는 하지만, 아비담마에서는 이 둘의 특징을 구별하고 있습니다. 불만족은 괴로운 느낌을 경험하는 성품을 드러내고, 분노는 악의나 짜증을 나타내는 성품을 드러낸다는 의미에서 불만족은 느낌의 무더기[受蘊]에 해당하고, 분노는 상카라의 무더기[行蘊]에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화를 내면 변연계를 활성화시킴으로써 아드레날린, 코디솔 등 신경흥분 호르몬을 분비시켜 호흡을 억제함으로써 심장박동을 증가시킨다는 학설은 뇌과학자들에 의해 증명되었습니다. 누구든지 골이 상투까지 났을 경우 내 몸 안의 물질 또한 연속적으로 부딪치고 불타올라 눈시울이 붉어지고 안면이 불타듯 빨개지는 체험을 하였을 것입니다.

또한 화를 억지로 참지 않고 밖으로 여과 없이 폭발시켰을 때 속이 시원하겠으나, 결국 그 상대방과의 인간관계를 파멸시켜 자신과 남, 둘에게 다 독(毒)이 된 쓰라린 경험도 해봤을 것입니다.

분노와 적의를 멈추고 끊어버리기 위해서 참회와 자애(metta)관 명상은 필수적입니다. 자애명상의 길라잡이로 필자는 <숫따니빠따>의 「자애경」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세존께서는 ‘마치 어머니가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외아들을 보호하듯이 모든 살아있는 존재에 대해서 끊임없는 자애심을 새기고 닦아서 이를 세상을 향해 고르게 넓게 위로 아래로 나누어야 한다.’고 설하셨습니다.

세존께서 자애관 명상의 결실로 여덟 가지 유익함을 말씀하셨습니다. 편안하게 잠들고, 편안하게 깨어나고, 악몽을 꾸지 않고, 사람들이 좋아하고, 비인간들이 좋아하고, 신들이 보호하고, 불이나 독이나 무기가 그를 해치지 못하고, 더 높은 경지를 통찰하지 못하더라도 신(神)들의 세상에 태어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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