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장애인과 함께한 뜻깊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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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장애인과 함께한 뜻깊은 시간>
  • 변복자(파란 부처세상 회원)
  • 승인 2005.04.21 1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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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4월 제주에서는 아주 뜻깊은 일이 하나 있었다.

인터넷 동호회 ‘파란 부처세상’에서 칠연회 장애법우들이 제주나들이에 나선 것이다. 지난 16일 서울, 청주, 부산, 광주 등지에서 온 법우님들이 제주항에 속속 도착했다. 평소 장애법우들은 나들이를 한다는 게 사치스러운 일이라 여겼던 분들이다. 더군다나 제주도는 말 그대로 ‘환상의 섬’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막상 제주에 내려 버스로 이동하면서 가는 곳마다 “신비스럽고, 아름답다”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의미 있는 일정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것은 현실로 다가왔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휠체어를 밀며 도반으로서 하나된 불심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이번에 제주에 온 이들은 대부분 지체장애 1·2급 정도의 법우들이다. 때문에 휠체어를 내리고 올리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그러나 누구랄 것도 없이 서로 도와주었고, 무엇보다 눈을 마주보며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은 감동 그 자체였다.

해안도로를 달리며 사계해수욕장을 도착했다. 저마다 제주바다를 감상하며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특히 푸르고 잔잔한 파도를 응시하며 깊은 상념에 잠겨있던 한 법우의 모습은 마치 시를 쓰며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시인과도 같아 보였다.

이번 나들이에서는 제주도민임이 자랑스러웠던 기억도 있었다. 일반적으로 제주의 관광지는 유료입장이 원칙이다. 그러나 분재예술원, 천제연폭포, 천지연폭포 등지에서는 우리 일행에게 무료로 관람하게 하는 배려를 잊지 않았다. 평소 관광지의 요금이 비싸다는 생각을 가졌던 터라, 이러한 배려는 나로 하여금 좋은 인식을 불러 일으켰다.

제주에 도착한 첫째 날, 서귀포시 약천사를 참배한 회원들은 법화사에서 주지 시몽스님의 법문을 들을 수 있었다.

법화사의 사력을 하나 둘 소개하는 스님의 말씀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법우들의 표정에는 진지함이 가득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법우들에게는 제주불교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어진 저녁공양시간. 법화사에서의 저녁공양은 다른 사찰에서는 맛볼 수 없는 음식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보살님들의 음식솜씨에 다들 맛있다고 좋아하는 법우님을 보니, 평소 법화사에 다니는 내 자신이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시몽스님을 비롯한 여러 스님들과 아쉬운 이별을 하고, 회원들은 펜션에서 장애 법우들과 비장애 법우들의 대화 시간이 이어졌다. 이 시간만큼은 장애, 비장애라는 말이 필요 없었다. 비록 말은 더디지만 생각은 모두가 같았고, 더구나 이들의 돈독한 불심은 내 자신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제주에서의 일정을 모두 마친 마지막날. 공항에서 다음을 기약하며 뒤돌아오면서 내 스스로 다짐해보았다. ‘세상을 살며 몇 번 느끼지 못한 이 벅찬 마음을 잊지 않고, 부처님께 더 다가가기 위해 정진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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