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부 경 (AN 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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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부 경 (AN 3:80)
  • /유현 김승석 엮음
  • 승인 2015.02.05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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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1. 그때 아난다 존자가 세존께 다가왔다. 가서는 세존께 절을 올리고 한 곁에 앉았다. 한 곁에 앉은 아난다 존자는 세존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는 세존의 면전에서 ‘아난다여, 아비부라는 시키(Sikhi) 세존의 제자는 범천의 세상에 있으면서 1000의 세계에 목소리를 듣게 한다.’라고 들었고 세존의 면전에서 받아 지녔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런데 세존께서는 아라한이고 정등각이신데 얼마나 많은 세계에 세존의 목소리를 듣게 할 수 있습니까?”

2. “아난다여, 그는 제자였을 뿐이다. 여래들은 그 경지를 측량할 수가 없다.”

3. “아난다여, 그대는 1000의 작은 세계[小千世界]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는가? 세존이시여, 지금이 세존께서 설해주실 바로 적절한 시기입니다. 세존의 말씀을 듣고 비구들은 마음에 새길 것입니다.”

4. “아난다여, 그러면 들어라. 듣고 마음에 잘 새겨라.” “그러겠습니다. 세존이시여.”라고 아난다 존자는 세존께 대답했다. 세존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5. “아난다여, 그곳에 달과 태양이 움직이면서 사방을 비추고 광명이 빛나는 것을 하나의 세상이라 한다. 그러한 1000의 세상이 존재하나니 거기에는 1000의 달과 1000의 태양과 1000의 산(山)의 왕인 수미산과 1000의 잠부디빠(남쪽의 대륙 : 남섬부주)와 1000의 아빠라고야나(서쪽의 대륙 : 서우화주)와 1000의 웃따라꾸루(북쪽의 대륙 : 북구로주)와 1000의 뿝바위데하(동쪽의 대륙 : 동승신주)와 4000의 큰 바다와 1000의 사대왕천과 1000의 삼십삼천과 1000의 야마천과 1000의 도솔천과 1000의 자재천과 1000의 타화자재천과 1000의 범천이 있다. 아난다여, 소천세계의 1000배가 되는 세계를 일러 1000을 제곱한 중천세계[中天世界]라 한다. 아난다여, 중천세계의 1000배가 되는 세계를 일러 1000을 세제곱한 큰 1000의 세계[三千大天世界]라 한다. 여래는 원하기만 하면 삼천대천세계에 여래의 목소리를 듣게 할 수 있나니 원하는 만큼 할 수 있다.”

6. “아난다여, 여기 여래는 삼천대천세계를 빛으로 덮을 수 있느니라. 그곳에 사는 중생들이 그 광명을 인식할 때 여래가 음성을 내면 중생들이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느니라. 아난다여, 이와 같이 여래는 삼천대천세계에 여래의 목소리를 듣게 할 수 있고, 원하는 만큼 할 수가 있느니라.”

《해설》



• 본경에서 말하는 시키(Sikhi)부처님은 과거 일곱 분의 부처님 가운데 두 번째 부처님이며 31겁 이전에 세상에 출현하신 부처님이라 합니다. 이 이야기는 『디가 니까야(장부)』의 「대전기경(DN14)」에 실려 있습니다.

•「아루나와띠 경(SN6:14)」에 의하면, 옛날 옛적에 ‘아루나와’ 왕이 통치하는 수도 ‘아루나와띠’라는 도시에 ‘시키’ 세존이 머물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때 ‘시키’ 세존께서 아비부 비구들 불러 신통력을 써서 범천의 세상에 나타나신 후, 아비부 비구로 하여금 범천의 신들에게 설법을 하도록 했답니다.

• 이에 아비부 비구는 범천과 범천의 회중과 범중천들에게 (생사윤회의) 절박감을 생기게끔 이 게송을 읊었다고 합니다. “용기를 내라, 분발하라. 부처님의 교법에 몰두하라. 코끼리가 갈대로 만든 오두막을 부수듯 죽음의 군대를 쓸어버려라. 이 법과 율에서 방일하지 않고 머무는 자는 태어남의 윤회를 버리고 괴로움을 끝낼 것이로다.”

• 이와 같이 법문을 하도록 시킨 후, 시키’ 세존께서 아비부 비구를 대동하고 범천의 세상에서 사라져 다시 아루나와띠에 나타나 비구들을 불러 “비구들이여, 그대들은 아비부 비구가 범천의 세상에 있으면서 이 게송들을 읊는 것을 들었는가?”라고 물었더니, 비구들은 “예”라고 대답을 하셨다고 합니다.

• 이 게송은 「장로게」(Thag)에 기록돼 오늘날에도 전승되고 있는데 수행정진을 북돋는 금언(金言)으로 수행승의 머릿속에 잘 새겨져 있다고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2000년 전 로하나 왕국의 수도 마하가마 근처에 사냥꾼으로 살던 ‘밀락카 띳사’가 늦깎이로 출가하여 수행 중에 이 게송을 읊는 어떤 사미승의 소리를 듣고 용맹 정진한 끝에 아라한과를 증득하였다는 옛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 본경은 초기경전 중에서 삼천대천세계를 설명하는 유일한 경이라고 합니다. 본경에서 ‘삼천’이라 함은 1000의 세제곱을 말하는데, 즉 10억을 뜻합니다. 우리 인간들이 사는 중생세계가 측량할 수 없는 광대무변의 세계임을 본경을 통해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래께서는 이 삼천대천세계를 광명으로 덮을 수 있고, 그곳에 사는 중생들에게 여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끔 측량할 수 없는 큰 신통력과 큰 위력을 가지셨습니다. 하지만 아비부 비구와 같이 비구가 아라한과를 증득하였다고 하더라도 소천세계의 경지만을 알 수 있다고 주석서에서 기록되어 있습니다.

• “부처님의 교법에 몰두하라.”라는 게송을 염두에 두고, 실참(實參)하려면 동틀 무렵에 무상관(無常觀) 명상을 행해야 합니다. 그래야 한낮의 온갖 욕심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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