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病) 경 (SN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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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病) 경 (SN47:9)
  • /유현 김승석 엮음
  • 승인 2015.03.25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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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때 세존께서는 웨살리에서 벨루와가마에서 안거를 하셨다.

2. 그때 세존께서는 안거를 하시는 도중에 혹독한 병에 걸려서 죽음에 다다르는 극심한 고통이 생기셨다. 거기서 세존께서는 알아차리고[正念] 바르게 이해하면서[正知] 흔들림 없이 그것을 감내하셨다. 그때 세존께서는 이런 생각이 드셨다. ‘내가 신도들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비구 승가에게 알리지도 않고 완전한 열반에 드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니 나는 이 병을 정진으로 다스리고 생명의 형성을 굳세게 하여 머무르라.’

3. 세존께서는 그 병을 정진으로 다스리고 생명의 형성을 굳세게 하여 머무셨다. 그래서 세존께서는 그 병을 가라앉히셨다. 세존께서는 병이 나으신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간병실에서 나와 승원의 그늘에 마련된 자리에 앉으셨다. 그러자 아난다 존자는 세존께 다가가서 절을 올리고 한 곁에 앉았다. 한 곁에 앉은 아난다 존자는 세존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4. “세존이시여, 저는 세존께서 인내하시는 모습을 뵈었습니다. 저는 세존께서 회복하시는 모습을 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아프셨을 때 저의 몸은 마치 술에 취한 것과 같이 되어 버렸고, 방향 감각을 잃어버렸고, 어떠한 법들도 제게 분명히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제게는 ‘세존께서는 비구 승가를 두고 아무런 분부도 없으신 채로 완전한 열반에 들지는 않으실 것이다.’라는 어떤 안심이 있었습니다.”

5. “아난다여, 비구 승가는 나에 대해서 무엇을 더 바라는가? 아난다여, 나는 안과 밖이 없이 법을 설하였고, 여래가 가르친 법들에는 스승의 주먹[師拳]과 같은 것이 따로 없다. … 이제 나는 늙어서 나이 들고 노쇠하고, 긴 세월을 보냈고 노후하여, 내 나이가 여든이 되었다. 아난다여, 마치 낡은 수레가 가죽 끈에 묶여서 겨우 움직이는 것처럼 여래의 몸도 가죽 끝에 묶여서 겨우 살아간다고 여겨진다. 아난다여, 여래가 모든 표상들을 마음에 잡도리하지 않고 이런 세속적인 명확한 느낌들을 소멸하여 표상 없는 마음의 삼매에 들어 머무는 그런 때에는 여래의 몸은 더욱더 편안해진다.”

6. “아난다여, 누구든지 지금이나 내가 죽고 난 후에 자신을 섬으로 삼고, 자신을 귀의처로 삼아 머물고 남을 귀의처로 삼아 머물지 않으며, 법을 섬으로 삼고, 법을 귀의처로 삼아 머물고 다른 것을 귀의처로 삼아 머물지 않으면서 공부 짓기를 원하는 비구들은 최고 중의 최고가 될 것이다.”

【해설】



세존께서 반열반하시기 10달 전에 ‘혹독한 병’에 걸리셨습니다. 그 병이라 함은 그냥 단순한 병이 아니라 사대(四大)의 조화가 극도로 혼란스럽게 되어 생긴 아주 심한 병이라고 주석서에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본경에 나오는 웨살리 벨루와가마(벨루와 마을)는 세존께서 마흔네 번째인 마지막 안거를 보낸 곳입니다. 주석서에 의하면 세존께서는 45년 동안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안거를 보내셨는데 첫 번째 안거는 바라나시 이시빠따나의 녹야원이고, 그 후 스물한 번째부터 마흔 세 번째까지의 23안거는 사왓티의 기원정사와 동쪽 원림에서 하셨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세존께서는 노쇠하여 병든 ‘니꿀라삐따’ 장자에게 “몸은 병들지만 마음은 병들지 않을 것이다.”라고 공부지어야 한다고 설법하시면서 알아차림 명상을 통해 유신견[有身見]을 버려야만 마음이 병들지 않는다고 강조하셨습니다(니꿀라삐따 경 : SN22:1). 유신견이라 함은 자아에 대한 믿음, 즉 몸과 마음을 나 자신이라고 보는 견해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미망에 가려 몸과 마음[名色]의 참 본성을 모르는 까닭에 깊이 생각해 볼 여유도 없이 몸과 마음을 자아로 간주합니다.

어느 누구도 늙음과 죽음을 피해갈 수 없습니다. 여래 십력(十力)을 갖추신 부처님의 육신마저도 늙음과 죽음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사람이 죽었다는 것은 지수화풍이라는 4대의 작용(에너지)이 바뀐 것을 말합니다.

우리 모두 병자(病者)입니다. 몸과 마음이 시시각각으로 무너져 내리는 큰 병에 걸려있음에도 그걸 알아차리지 못하고 건강하다느니, 정상적이라느니 하고 있습니다. 병(病)이란 육신에 일어나는 현상이자 지수화풍, 즉 사대의 변화일 뿐입니다.

세존께서는 표상이 없는 마음의 삼매[無相三昧]에 들어 육신의 병을 치유하셨습니다. 우리불자들도 세존께서 가르치신 법대로 몸과 마음의 병을 고칠 수 있습니다. “나의 몸은 물질로 된 것이고, 사대(四大)로 이루어진 것이며, 부모에서 생겨났고, 밥과 죽으로 성장했으며, 무상하고 파괴되고 분쇄되고 분리되고 분해되기 마련인 것이다. 그런데 나의 마음은 여기에 의지하고 여기에 묶여있다“라고 무상(無常)을 관찰합니다. 그때 수행자는 무상과 무아(無我), 그리고 괴로움[苦]를 꿰뚫어 볼 수 있으며 염오(厭惡)감을 갖게 되어 마침내 모든 것을 버리고 집착하지 않게 되어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습니다. ‘지금 여기’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물심(物心)현상에 대해서 이름을 붙이고 의미를 부여하는 일을 그만두셔야 합니다. 이것이 세존께서 설하신 무상(無相) 해탈입니다. 세존께서는 45년간 설법을 통해 법을 남김없이 드러내셨을 뿐만 아니라,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법을 설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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