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마 경(SN1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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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마 경(SN12:70)
  • /유현 김승석 엮음
  • 승인 2015.04.17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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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때 세존께서는 라자가하에서 대나무 숲의 다람쥐 보호구역에 머무셨다. 그 무렵 수시마 유행승이 많은 유행승들의 회중과 함께 라자가하에 살고 있던 중 아난다 존자의 안내로 세존의 곁에서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았다.

2. 그때 비구들 가운데, 선(禪)이 없는 마른 위빠사나를 닦은 비구로서 통찰지를 통한 해탈[慧解脫]을 성취하였으나 오신통(五神通)을 증득하지 못한 존자들이 있어서 그 의문을 풀기 위하여 세존께 다가가서 절을 올린 뒤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세존이시여, 여기서 존자들은 구경의 지혜(아라한과)를 드러내었지만 오신통을 증득하지 못하였습니다. 어떻게 해서 이렇게 됩니까?”

3. [세존] “수시마여, 먼저 법들의 조건에 대한 지혜가 있고 나중에 열반에 대한 지혜가 있다.”

4. [세존] “수시마여,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물질은 항상한가, 무상한가?”

[수시마] “무상합니다, 세존이시여.”

[세존] “그러면 무상한 것은 괴로움인가, 즐거움인가?”

[수시마] “괴로움입니다, 세존이시여.”

[세존] “그러면 무상하고 괴로움이고 변하기 마련인 것을 두고 ‘이것은 내 것이다. 이것 은 나다. 이것은 나의 자아다.’라고 관찰하는 것이 타당하겠는가?”

[수시마]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5. [세존] “수시마여,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느낌[受蘊]은 … 인식[想蘊]은 … 심리현상 [行蘊]들은 … 알음알이[識薀]는 항상한가, 무상한가?”

[수시마] “무상합니다, 세존이시여.”

[세존] “그러면 무상한 것은 괴로움인가, 즐거움인가?”

[수시마] “괴로움입니다, 세존이시여.”

[세존] “그러면 무상하고 괴로움이고 변하기 마련인 것을 두고 ‘이것은 내 것이다. 이것 은 나다. 이것은 나의 자아다.’라고 관찰하는 것이 타당하겠는가?”

[수시마]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6. [세존] “수시마여, 이와 같이 보는 잘 배운 성스러운 제자는 오온(五蘊)에 대해서 염오하면서 탐욕이 빛바래고, 탐욕이 빛바래기 때문에 해탈한다. 해탈하면 해탈했다는 지혜가 있다. ‘태어남은 다했다. 청정범행은 성취되었다. 할 일을 다 해 마쳤으며, 다시는 어떤 존재로도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라고 꿰뚫어 안다.”



《해설》



사마타(samatha)와 위빠사나(vipassana)는 불교 수행을 대표하는 핵심적 술어입니다. 세존께서는 사마타를 마음과 마음의 해탈[心解脫], 즉 삼매[定]과 연결 지으시고, 위빠사나를 통찰지[般若]와 통찰지를 통한 해탈, 즉 지혜[깨달음]와 연결 지어 설하셨습니다.

사마타는 마음을 하나의 대상에 고정시키고 고요하게 하는 삼매를 개발하는 수행이고, 위빠사나는 조건에 의해 형성되어진 유위법(有爲法)을 명상하고 관찰하여 일체 존재의 공상(共相)인 무상(無常) ․ 고(苦) ․ 무아(無我)를 통찰하는 수행이라고 세존께서는 분명히 밝히고 계십니다.

불교가 중국으로 전해지면서 지(止, 사마타)와 관(觀, 위빠사나)으로 번역되어 어느 한쪽에 편중하지 않고 고르게 도 닦음을 하라는 뜻에서 지관겸수(止觀兼修)로 정착되었고, 선종에서는 이를 정혜쌍수(定慧雙手)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위빠사나 수행에서, 선정(사마타) 수행의 받침이 있으면 양 날개를 단 것과 같아서 금상첨화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존께서는 수시마 비구에게는 양면 해탈을 한 상수제자들에 비해 선(禪)의 받침이 없음을 아시고 법들[물질과 정신]의 조건[연기]에 대한 지혜 수행에서도 찰나삼매가 일어나기 때문에 삼매가 없어도 지혜가 일어남을 수시마 비구에게 보여주시기 위해서 본경을 설하신 것으로 주석서에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본경에서 통찰지를 통한 해탈[慧解脫]을 성취하였다는 말은 선(禪)이 없는 마른 위빠사나를 닦아 아라한과를 성취하였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그 존자들에게는 제4선에 들어야 나툴 수 있는 다섯 가지 신통력이 없습니다. 세존께서 늘 강조하신 도(magga)와 과(phala)는 삼매의 소산이거나 삼매의 이익이거나 삼매의 열매가 아니라 오로지 위빠사나의 소산이고 위빠사나의 결과물임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본경의 가르침은 오온의 무상-고-무아의 세 가지 특상을 통찰하고 이에 더하여 모든 곳에서 조건의 형태, 즉 연기를 꿰뚫은 뒤에 미혹을 제거하여 염오→이욕→해탈→구경 해탈지를 성취하여 번뇌 다한 아라한이 되는 것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따라서 삼매가 아무리 수승하더라도 법들의 조건에 대한 지혜가 없다면 혜 해탈을 성취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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