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할리 경(AN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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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할리 경(AN10:47)
  • 유현 김승석 엮음
  • 승인 2015.05.29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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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한때 세존께서는 웨살리에서 큰 숲의 중각강당에 머무셨다. 그때 릿차위 사람 마할 리가 세존께 다가갔다. 가서는 세존께 절을 올리고 한 곁에 앉았다. 한 곁에 앉은 릿차위 사람 마할리는 세존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마할리] “세존이시여, 무슨 원인과 조건 때문에 악업을 짓고 악업을 행합니까?”

[세존] “마할리여, ① 탐욕을 원인으로 하고 탐욕을 조건으로 하여 악업을 짓고 악업을 행한다. ② 성냄을 원인으로 하고 성냄을 조건으로 하여 악업을 짓고 악업을 행한다. ③ 어리석음을 원인으로 하고 어리석음을 조건으로 하여 악업을 짓고 악업을 행한다. ④ 지혜 없이 마음에 잡도리함[非如理作意]를 원인으로 하고 지혜 없이 마음에 잡도리함을 조건으로 하여 악업을 짓고 악업을 행한다. ⑤ 그릇된 원(願)을 원인으로 하고 그릇된 원을 조건으로 하여 악업을 짓고 악업을 행한다. 마할리여, 이런 원인과 이런 조건 때문에 악업을 짓고 악업을 행한다.”



[마할리] “세존이시여, 무슨 원인과 조건 때문에 선업을 짓고 선업을 행합니까?”

[세존] “마할리여, ① 탐욕 없음을 원인으로 하고 탐욕 없음을 조건으로 하여 선업을 짓고 선업을 행한다. ② 성냄 없음을 원인으로 하고 성냄 없음을 조건으로 하여 선업을 짓고 선업을 행한다. ③ 어리석음 없음을 원인으로 하고 어리석음 없음을 조건으로 하여 선업을 짓고 선업을 행한다. ④ 지혜롭게 마음에 잡도리함[如理作意]를 원인으로 하고 지혜롭게 마음에 잡도리함을 조건으로 하여 선업을 짓고 선업을 행한다. ⑤ 바른소원을 원인으로 하고 바른 소원을 조건으로 하여 선업을 짓고 선업을 행한다. 마할리여, 이런 원인과 이런 조건 때문에 선업을 짓고 선업을 행한다.”



[세존] “마할리여, 이러한 열 가지 법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면, 여기 법답지 못한 행위와 비뚤어진 행위라고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고, 혹은 법다운 행위와 곧은 행위라고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열 가지 법이 세상에 존재하기 때문에 법답지 못한 행위와 비뚤어진 행위라고, 혹은 법다운 행위와 곧은 행위라고 알려진 것이다.”



【해설】



웨살리는 공화국 체제를 갖춘 왓지 족(族)들의 수도로서 불교 교단과 매우 인연이 깊은 곳입니다. 세존께서는 성도를 이루신 후 5년째 되는 해에 처음 웨살리를 방문하셨고, 그 후 웨살리에 오시면 이 중각강당에 머무셨다고 합니다.

마할리는 릿차위(Licchavi)라는 종족의 수장으로, 세존으로부터 “삼매와 삼매를 통한 신통이 자유자재하더라도 번뇌가 다하지 않는 한 그는 성자(ariya-puggala)가 아니고, 번뇌가 다하면 그는 성자다.”라는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세존께서는 유신견과 계금취와 사견(의심)이라는 세 가지 족쇄를 완전히 없애야 해탈이 확실한 성자의 흐름[예류도]에 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번뇌(煩惱)란 우리 마음의 해로운 상태를 나타내는 불교 술어입니다. 윤회의 괴로움으로 가득한 마차에 중생들을 얽어매기 때문에 번뇌라 합니다. 번뇌의 대표가 갈애입니다. 윤회의 집을 짓는 자이기 때문입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업(業, kamma))은 의도적 행위라는 뜻입니다. 초기 경에서는 몸과 말과 마음으로 짓는 세 가지 행위인 신행(身行), 구행(口行), 의행(意行)으로 나타납니다. 업이란 결코 외적인 행위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바깥 경계에 대하여 이를 지켜보는데서 멈추지 못하고 그 경계에 대하여 정신적으로 관여하여 이러저러한 입장과 자신과를 동일시하거나 반대하거나 하는 등으로 바깥 경계에 휘말려 들 때의 의사 또는 의지라고 하는 정신적 과정을 의미합니다. 이와 같이 경계에 말려들게 되는 것은 지혜롭게 마음에 잡도리하지 않은 어리석음 때문입니다.

자기 본위[自愛]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면 좋은 것은 안으로 끌어당기고, 싫은 것은 밖으로 몰아치면서 마음은 탐욕과 성냄으로 용광로처럼 들끓게 됩니다. 이런 마음 상태가 번뇌입니다. 번뇌를 가볍게 여기지 마십시오. 번뇌는 번뇌일 뿐인데 마치 번뇌가 내 마음인양 착각하고 사는 것이 우리 중생들의 무명(無明) 속의 삶인 것입니다.

불선(不善) 업을 멈추고 선업(善業)을 쌓으려면 자기 마음에 귀를 기울이는 마음공부를 해야 합니다. 먼저 자신에게서 일어나는 번뇌가 무엇에서 기인한 것인가를 주도면밀하게 살펴보아야 그 다음으로 그에 맞게 대처하여 번뇌를 없앨 수 있습니다.

바깥 경계에 대해 아름다움, 행복, 영원함 등으로 마음에 [지혜롭지 못하게] 잡도리할 때 탐욕 등의 원인과 조건이 되기 때문에 비난받아 마땅하고 손해와 괴로움을 가져오는 불선업을 쌓게 되고, 그 반면에 무상(無常)함 등으로 [지혜롭게] 마음에 잡도리 할 때 염오, 이욕, 해탈 등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선업의 공덕을 쌓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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