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훌라를 교계한 긴 경 (MN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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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훌라를 교계한 긴 경 (MN 62)
  • /유현 김승석 엮음
  • 승인 2015.06.12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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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세존께서 라훌라 존자를 불러 이렇게 말씀하셨다.

1-① “라훌라야, 땅을 닮는 수행을 닦아라. 라훌라야, 땅을 닮는 수행을 닦으면 마음에 드는 감각접촉[觸]과 마음에 들지 않는 감각접촉이 일어나더라도 그런 것이 마음을 사로잡지 못할 것이다. 라훌라야, 예를 들면 땅에 깨끗한 것을 던지기도 하고 더러운 것을 던지기도 하고 똥을 누기도 하고 오줌을 누기도 하고 침을 뱉기도 하고 고름을 짜서 버리기도 하고 피를 흘리기도 하지만, 땅은 그 때문에 놀라지도 않고 모욕을 당하지도 않고 넌더리치지도 않는다.” ② “라훌라야, 물을 닮는 수행을 닦아라, 라훌라야, 물을 닮는 수행을 닦으면 마음에 드는 감각접촉[觸]과 마음에 들지 않는 감각접촉이 일어나더라도 그런 것이 마음을 사로잡지 못할 것이다. …” ③ “라훌라야, 불은 닮는 수행을 닦아라. 라훌라야, 불을 닮는 수행을 닦으면 마음에 드는 감각접촉[觸]과 마음에 들지 않는 감각접촉이 일어나더라도 그런 것이 마음을 사로잡지 못할 것이다. …” ④ “라훌라야, 바람을 닮는 수행을 닦아라. 라훌라야, 바람을 닮는 수행을 닦으면 마음에 드는 감각접촉[觸]과 마음에 들지 않는 감각접촉이 일어나더라도 그런 것이 마음을 사로잡지 못할 것이다. …” ⑤ “라훌라야, 허공을 닮는 수행을 닦아라. 라훌라야, 허공을 닮는 수행을 닦으면, 허공이 어느 곳에도 머물지 않는 것처럼 그와 같이 마음에 드는 감각접촉[觸]과 마음에 들지 않는 감각접촉이 일어나더라도 그런 것이 마음을 사로잡지 못할 것이다.”

2-① “라훌라야, 자애의 수행을 닦아라. 네가 자애의 수행을 닦으면 어떤 악의라도 다 제거될 것이다.” ② “라훌라야, 연민의 수행을 닦아라. 네가 연민의 수행을 닦으면 어떤 잔인함이라고 다 제거될 것이다.” ③ “라훌라야, 더불어 기뻐함의 수행을 닦아라. 네가 더불어 기뻐함의 수행을 닦으면 어떤 싫어함이라도 다 제거될 것이다.” ④ ‘라훌라야, 평온의 수행을 닦아라. 네가 평온의 수행을 닦으면 어떤 적의라도 다 제거될 것이다.”

3. “라훌라야, 부정하다고 인식하는[不淨想] 수행을 닦아라. 라훌라야, 네가 부정하다고 인식하는 수행을 닦으면 어떤 탐욕이라고 다 제거될 것이다.”

4. “라훌라야, 무상을 인식하는[無常想] 수행을 닦아라. 라훌라야, 네가 무상을 인식하는 수행을 닦으면 나[我]라는 자만은 모두 제거될 것이다.”

5. “라훌라야, 들숨과 날숨에 대한 알아차림[正念(sati)]을 닦아라. 라훌라야, 들숨과 날숨에 대한 알아차림을 닦고 거듭거듭 행하면 실로 큰 결실과 큰 이익이 있다.”

【해설】

• 주석서에 의하면, 본경은 라훌라 존자가 18세의 사미 시절에 세존께서 외동아들인 라훌라를 교계하기 위해 설하셨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 세존께서는 라훌라에게 원하는 대상에 집착하지 않고 원하지 않는 대상에 성내지 않는 것, 즉 공평함의 특징을 가르치시기 위해서 ‘지-수-화-풍-허공’의 다섯 가지 요소를 명상주제로 삼아 수행하라고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 사무량심은 자비희사(慈悲喜捨)라고 하는데 자(慈)는 자애이며, 비(悲)는 연민과 동정심이고, 희(喜)는 더불어 기뻐함이고, 사(捨)는 평온을 뜻합니다. 네 가지 거룩한 마음가짐[四梵住, 四無量心]은 깨달음을 실현하는 위빠사나의 기초가 되는 강력한 힘을 낳는 토대이자 , 평온[捨]이 확립돼 사(捨)와 정(定)만이 드러나는 제4선의 마음상태이므로 심(心) 해탈(解脫)의 관문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한량없는 <자애>는 연민이 편파적으로 흐르지 않도록 지켜주고 취사선택하여 차별대우하는 일이 없도록 막아줍니다. <연민>은 자애가 그 영역을 확대하도록 각성시키고 격려해 주면서, 평온이 무관심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보호하고 또 나태하거나 이기적인 고립으로 변질하지 않도록 수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더불어 기뻐함>은 마음의 긴장을 풀어주고 고통스럽게 불타는 동정심을 진정시켜 줍니다. 일체의 상황과 경계에 동요되는 않는 차분한 마음을 뜻하는 <평온>는 다른 세 가지 거룩한 마음가짐에게는 안내자의 역할을 하며 자제를 도우면서 아름다문 마음의 정점이자 극치를 이루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 초기경전의 여러 곳에 이 몸뚱이는 32가지 부정한 물질로 가득 차 있는 양쪽에 아가리가 있는 자루와 같다고 비유해서 표현하고 있습니다.『염신경(MN119』에서 세존께서는 본경에서와 같이 몸에 대한 부정관(不淨觀) 명상을 반복해서 실천하고 닦고 거듭거듭 행하고 수레로 삼고 토대로 삼고 확립하고 강화하고 노력하라고 설하셨습니다. 이런 수행을 통해

원함 없는 해탈[無願 解脫]의 관문에 도달하게 됩니다.

• 몸과 마음이 환상과 같다는 진리를 깨닫기 위해 무상관 수행을 하라는 것이 세존의 가르침입니다. 몸뚱이는 지수화풍의 사대로 이루어져 쉼 없이 변화하고, 마음은 이 몸뚱이에 결박돼 온갖 느낌, 생각, 갈망을 일으키니 이 또한 무상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수행을 통해

표상 없는 해탈[無相 解脫]의 관문에 도달하게 됩니다.

• 세존께서는 들숨날숨에 대한 알아차림[호흡관법]은 피안으로 가는 열반으로 인도하는 확실한 발판[뗏목]이 된다고 말씀하셨고, 세존께서 성도 후에도 매일 호흡관법을 실천하셨다는 점에서 오늘의 불자들은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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