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성향 경 (SN45: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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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성향 경 (SN45:175)
  • /유현 김승석 엮음
  • 승인 2015.07.02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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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1. “비구들이여, 일곱 가지 잠재성향이 있다. 무엇이 일곱인가? 감각적 욕망의 잠재적 성향, 적의(敵意)의 잠재적 성향, 자만의 잠재적 성향, 사견(邪見)의 잠재적 성향, 의심의 잠재적 성향, 존재에 대한 탐욕의 잠재적 성향, 무명의 잠재적 성향이다. 비구들이여, 이러한 일곱 가지 잠재성향이 있다.”

2. “비구들이여, 이러한 일곱 가지 잠재성향을 최상의 지혜로 알기 위해서는 … 철저히 알기 위해서는 … 철저하게 멸진하기 위해서는 … 제거하기 위해서는 여덟 가지 구성요소를 가진 성스러운 도[八正道]를 닦아야 한다.”



【해설】



불교에서는 마음에 선법(善法)이 일어나는 것을 방해하거나 덮어버린다는 뜻에서 ‘장애(障碍)’, 또는 덮개‘라는 말을 쓰고 있습니다. 세존께서 마음의 오염원으로서 다섯 가지 장애[五蓋]를 말씀하셨는데, 그 다섯 가지 장애라 함은 감각적 욕망, 악의(惡意), 해태(懈怠)와 혼침(昏沈), 들뜸과 회한(悔恨), 의심(疑心)입니다. 이것들을 특히 장애라 부르는 이유는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마음을 오염시키기 때문입니다.

감각적인 욕망은 감각적인 즐길 것을 찾는 것이고, 악의는 성냄이고, 해태는 몸의 게으름이고 혼침은 마음의 무기력함이며, 들뜸과 회한은 마음이 불안과 걱정으로 흔들리며 평온을 유지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회의적 의심은 정법(正法)을 찾지 못해 어느 길로 가야 할지를 모르는 것입니다.

오개는 마음의 오염원입니다. 이러한 오염원에 오염되면 마음은 부드럽지도 않고 다루기에 적합하지도 않고 빛나지도 않고 잘 부서지며 번뇌들을 멸진하기 위한 바른 삼매에 들지 못한다고 세존께서 초기 경의 여러 곳에서 거듭거듭 설하셨습니다.

막대기로 북을 치면 북소리가 나는 것과 같이, 어떤 남자의 눈에 아름다운 얼굴과 늘씬한 몸매를 지닌 어떤 여인의 모습이 비칠 때 외모가 영원하다든가 아름답다는 표상을 마음에 지혜롭지 못하게 마음에 잡도리하면 감각적 욕망이라는 번뇌와 함께 보는 것이 됩니다.

코브라를 막대기로 건드리면 순식간에 맹렬하게 일어나는 것처럼 반감(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것들에 대해 지혜롭지 못하게 마음에 잡도리하면 성냄이라는 번뇌가 일어납니다.

오욕(五慾)의 즐김은 인간의 본성이라서 그 자신이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만지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하여 집착하고 반응함으로써 그러한 욕망을 밖으로 드러냅니다. 범부(凡夫)들은 무명에 빠져서 그런 감각 대상들이 단지 일어나고 사라지는 무상한 현상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여섯 감관을 통해 들어오는 대상들에 대하여 의미를 부여하고 그 대상들에 몰입하여 그것들 안에서 즐거움을 찾습니다.

다섯 가지 장애는 일체의 불선(不善) 법을 모아 놓은 것과 같습니다. 8만4천의 번뇌를 압축 표현하면 오개(五蓋)입니다. 알아차림(sati) 수행을 통해 다섯 가지 장애를 제압하고 바른 삼매를 들어 마음의 해탈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출세간의 도(道)에 들어가기 전에 우리의 정신적 향상을 해롭게 하는 불선(不善)의 정신적 흐름, 성향이 있는데, 세존께서는 이를 두고 잠재성향(anusaya, 아누사야)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주석서에 의하면 이것은 자기가 속해 있는 정신적 흐름을 따라 누워 있다가, 즉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다가 적당한 조건을 만나면 수면 위로 드러나서 오염원으로 작용한다고 해서 잠재성향이라 풀이하고 있습니다. 중국불교에서는 이를 습기(習氣)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세존께서는 「말룽끼야뿟따 경(M64)」에서 ‘어린아이’의 비유를 들면서 인간에게는 장애(오염원)의 경향이 내면적으로 남아 있어서 마치 어린아이가 청소년기가 되면 성욕을 느끼듯이 적당한 조건을 만나면 악하고 불건전한 말과 행동을 유발하게 된다고 가르치셨습니다. 수행자가 부처님의 교법에서 인간의 내면에 잠재된 성향을 앎으로써 사람의 탐욕과 성냄에 대해 비난하거나 흥분한 나머지 공격적인 언행을 훨씬 줄일 수 있고, 평정심을 회복할 수 있게 됩니다.

일곱 가지 잠재적 성향 가운데, 감각적 욕망의 잠재적 성향, 적의(敵意)의 잠재적 성향, 의심의 잠재적 성향의 세 가지는 다섯 가지 장애의 그것과 대비할 때 드러남과 감춤의 관계에 있습니다. 무명에 대한 잠재된 성향은 결국 ‘자아’라는 잘못된 견해, 즉 유신견(有身見)을 일으켜 나머지 잠재된 성향들에게 독버섯처럼 번져 번뇌를 일으키게 됩니다.

일곱 가지 잠재성향들은 다섯 가지 장애들이 일어나는 숨겨진 뿌리이며, 그것들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그 성향들이 다섯 가지 장애보다 더욱 미세하여 파악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섬광보다 더 예리한 알아차림과 심오한 통찰 수행이 있어야 합니다. 수행자는 반드시 매일 일정 시간을 내관(內觀)에 할애하여야 합니다.

세존께서 라훌라 존자에게 알음알이를 가진 이 몸과 밖의 모든 표상에 대하여 ‘이것은 내 것이 아니다, 이것은 내가 아니다, 이것은 나의 자아가 아니다.’라고 바른 통찰지로 볼 때

일체의 잠재성향이 일어나지 않게 된다고 교계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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