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다리까 경 (SN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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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다리까 경 (SN7:9)
  • /유현 김승석 엮음
  • 승인 2015.07.09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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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때 세존께서는 꼬살라에서 순다리까 강 언덕에 머무셨다.

2. 그 무렵 순다리까 바라드와자 바라문은 순다리까 강 언덕에서 불에 헌공을 하고 아그니호뜨라 제사를 거행한 뒤 ‘누가 이 남은 제사음식을 먹는 것이 좋을까?’라고 생각하며 온 사방을 둘러보았다.

3. 순다리까 바라드와자 바라문은 세존께서 어떤 나무아래 앉아계시는 것을 보았다. 세존께 다가가서는 세존께 이렇게 여쭈었다. “존자의 태생은 무엇입니까?”

4. [세존]

“태생을 묻지 말고 행실을 물어라.

어떤 땔감으로도 불은 지필 수 있노라.

비천한 가문에서도 정진을 갖춘 성자는 나오는 법

양심으로 자신을 제어하는 자가 혈통 좋은 사람이니라.

진리로 길들여지고 감각기능 길들였으며

지혜의 끝에 도달했고 청정범행 완성한 분

제사를 바르게 지내는 자는 그런 분을 소청하라.

올바른 때에 공양받아 마땅한 그에게 헌공하라.“



“바라문이여, 땔감에 불을 지펴

밖으로 청정 구할 생각조차 하지 말라.

바라문이여, 땔감에 불 지피는 것 버리고

내적인 광명으로 나는 항상 타오르나니

내게는 항상 불이 있고 마음은 항상 삼매에 드나니

그는 아라한이요 청정범행을 닦도다.

바라문이여, 팔정도는 계행이라는 여울을 가진 호수

지혜의 달인들은 거기서 목욕하여

물들지 않은 몸으로 저 언덕으로 건너가도다.“



【해설】

순다리까 바라문은 불에 헌공하는 자였습니다. 고대 인도의 바라문들은 범천(브라흐마)의 입에서 태어났다고 생각하며 최고의 혈통 좋은 사람으로 자부심이 강했습니다. 그들이 행하는 공공제사는 불을 지피는 제단을 만들어서 여기에 꽃과 과일과 정제된 버터, 기름, 꿀과 당밀 등의 제사음식을 바치면, 불의 신(神)이요 바라문들의 신인 아그니(Agni)가 이 공물을 범천(梵天)에 날라다주어서 제사의 주재자가 그 공덕을 얻게 된다고 믿어 행해 왔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불이 장작으로 인해서 타게 되면 장작불, 불이 나무 조각으로 인해서 타게 되면 모닥불, 불이 쇠똥으로 타게 인해서 타게 되면 쇠똥불, 쓰레기로 인해서 타게 되면 쓰레기 불이라는 이름을 갖지만 모든 땔감의 불꽃은 같습니다.

세존께서는 본경에서 그 불꽃, 화염으로 신들에게 제사를 지낸다고 해서 그 공덕이 그에게 회향된다고 보는 바라문들의 어리석음을 경책하셨습니다. 세존께서는 출생에 의해 신분이 결정되는 사성계급의 카스트 제도를 부인하였습니다. 진정한 바라문은 그 태생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의 행위에 있는 것임을 강조하셨습니다. 바라문, 끄샤뜨리야, 와이샤, 수드라의 네 종류 계급의 사람들 중에서 바라문들은 자신들이 무조건 가장 훌륭하고, 가장 높고, 신(神)의 얼굴에서 태어났고, 신의 상속자라고 뽐내지만, 그들 가운데 계행이 나쁘고 탐욕과 성냄과 그릇된 견해를 품는 자는 진정한 바라문, 성자라 할 수 없다는 것이 세존의 교설입니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사람을 보지 말고 행위를 보라. 출생을 따지지 말고 그가 지금 선한 마음을 품고 선한 행위를 하고 있는가를 보라.”라고 가르칩니다. 선한 행위(업)를 가지고

있을 때는 삼매의 빛이 충만하고 지혜는 섬광같이 예리합니다.

부처님의 승가에서는 출신을 따지지 않습니다. 출가하였다는 것은 그 전의 일체의 기득권을 버렸다는 것인데, 명문대 출신이니, 외국유학을 했다던가, 큰 스님 문중의 출신 운운하는 것은 다 자만심의 발로입니다. 출가사문은 다 동등함에도 승가의 현실은 그렇지만 않는 것 같습니다.

다만 출가사문도 4향(向)4과(果), 사쌍팔배(四雙八輩)의 지위에 따라 차이가 나고, 이런 성자의 지위에 있어야 공양 받을 자격이 있고, 재가자들은 반드시 공경의 예를 갖추어야 합니다. 어떤 계급 출신이라고 하더라도 진리(사성제)를 향해 출가하여 길 가운데 최상인 팔정도를 수행하여 위없는 진리를 깨닫는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사람 중에 최고로 가치 있는 부처님의 혈통을 받은 성자라는 것이 본경의 가르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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