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치 경 (SN 4:20)
상태바
통치 경 (SN 4:20)
  • /유현 김승석 엮음
  • 승인 2015.07.30 13: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전》



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때 세존께서는 꼬살라 국(國)의 히말라야 산기슭에서 숲속의 토굴에 머무셨다. 그때 세존께서 한적한 곳에 가서 홀로 앉아있는 중에 문득 이런 생각이 마음에 일어났다.

“죽이지 않고 죽이도록 하지 않고 정복하지 않고 정복하도록 하지 않고 슬퍼하지 않고 슬프게 하지 않고 법답게 통치하는 것이 참으로 가능한 것인가?‘

2. 그러나 마라 빠삐만이 마음으로 세존의 마음 속 생각을 알고 세존께 다가갔다. 가서는 세존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죽이지 않고 죽이도록 하지 않고 정복하지 않고 정복하도록 하지 않고 슬퍼하지 않고 슬프게 하지 않고 법답게 통치하십시오.”

3. [세존] “빠삐만이여, 그런데 그대는 무엇을 보았기에 나에게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죽이지 않고 … 법답게 통지를 하십시오.’라고 말하는가?”

[빠삐만]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네 가지 성취수단[如意足]을 개발하고, 닦고, 많이 공부 짓고, 수레로 삼고, 기초로 삼고, 확립하고, 굳건히 하고, 부지런히 닦았습니다. 그러므로 세존께서 원하시면, 산(山)의 왕 히말라야가 황금이 되길 결심만 하시어도 그 산은 바로 황금이 될 것입니다.”

4. [세존]

“황금 산이 있어 온통 황금으로 만들어졌고

나아가 이것의 두 배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한 사람에게도 충분하지 않나니

이렇게 알고서 바르게 살아야 하리.“



“괴로움[苦]과 괴로움의 원인[集]을 본 사람

그가 어찌 욕망으로 기운단 말인가?

이 세상에서 재생의 근거(소유물)가 곧 결박임을 알아

그것을 없애기 위해 공부지어야 하도다.“

5. 그러자 마라 빠삐만은 ‘세존께서는 나를 알아버리셨구나. 부처님께서는 나를 알아버리셨구나.’라고 하면서 괴로워하고 실망하여 거기서 바로 사라졌다.

【해설】

부처님의 재세 시 고대 인도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왕들에 의해서 지배되는 나라에서 가혹한 형벌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세존께서 이런 현실을 보시고 자비심으로 ‘법답게 통치하는 것이 참으로 가능한 것인가?’라고 스스로 자신에게 물어 보셨습니다.

그런데 본경에서 세존께서는 아무런 대답을 주시지 않으셨습니다. 『디가 니까야』의 「전륜성황 사자후경」(D26)에서는 세존께서 생명존중, 치안유지, 빈민구제, 종교인(수행자) 존중의 네 가지를 전륜성왕의 의무라고 가르치셨습니다. 반면에 부(富)가 불균등하게 배분된 결과 가난이 만연하게 되고 도덕적 타락과 인간 수명이 짧아지는 사회변화의 문제에 대해서도 말씀하셨습니다.

인도의 아쇼카 대왕(BC. 268-232년)은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전륜성왕으로서 법다운 통치를 실천하였습니다. 지금까지 보존된 아쇼카 대왕의 캘커타 바이라뜨 비문에 인용된 일곱 개의 경에서 그 대왕의 통치이념을 엿볼 수 있습니다.

2600여 년이 지난 인간세상을 살펴보면, 가정폭력, 학교폭력, 언어폭력(악성댓글), 북한의 정치범 처형, 무슬림(IS)의 종교적 이유에 의한 폭탄테러 등 인간 정신문화의 천격(賤格)을 나타내는 사고와 사건들이 연발하고 있습니다.

본경에서 말씀하신 한 사람의 욕망이란 보편적인 개인의 욕망일 수도 있지만 위정자들의 끝없는 야망까지 아우르는 개념입니다. 이 욕망은 비단 감각적 쾌락이나 부귀영화에서 오는 즐거움, 또 권력다툼에서부터 남의 나라를 점령하겠다는 지배욕뿐만 아니라 관념, 견해, 의견, 신조 등에 대한 집착[法執]까지 포함합니다. 생명을 가진 존재들은 모두 이런 욕망을 통해서 세상과 인연을 맺고 역동적인 삶을 이끌어 나가고 있습니다.

비유컨대 달리는 수레가 축에 연결되어 있듯이, 사람들은 소유나 욕망 충족에 대한 갈애로 인해 생존이라는 운명의 수레바퀴에 묶이고, 고통과 좌절, 갈등과 흥분, 불만족을 포함하는 괴로움[苦]이라는 바큇살 사이에 비틀리고 찢겨져 궁극의 해탈의 맛은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부처님께서 가난한 삶을 칭찬하지 아니하셨습니다. 정당하게 생산 활동에 종사하여 청정한 재물을 모으고 보시의 공덕을 쌓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문제는 터무니없는 탐욕을 질책하셨습니다. 지금은 돈이 주인입니다. 모든 종교도 돈에 자유롭지 않습니다. 변태성욕이 난무하고, 급기야는 미국에서 동성혼을 합법화함으로써 가정과 종교적 문화적 전통을 무시하는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습니다. 소유에 얽매인 사람(재가자)은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와 연기법을 모르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마라 빠삐만도 같은 부류입니다. 세존께서는 그 무명(無明)이 갈애의 원인이고 갈애가 일체의 괴로움의 원인이라는 것을 깨달아 생사윤회의 집을 짓지 말라고 가르치신 것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