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것이 아님 경 (SN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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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것이 아님 경 (SN 1:34)
  • /유현 김승석 엮음
  • 승인 2015.08.13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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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때 세존께서는 사왓티에서 제따 숲의 아나타삔디까 원림(급고독원)에 머무셨다.

2. 그때 많은 사뚤라빠 무리의 천신들이 밤이 아주 깊었을 때 아주 멋진 모습을 하고 제따 숲을 환하게 밝히면서 세존께 다가갔다. 다가가서는 세존께 절을 올린 뒤 한곁에 섰다. 한곁에 선 어떤 천신은 세존의 면전에서 이 게송들을 읊었다.

3. 〔천신〕

“인간에게 욕망이란 항상한 것 아니거늘

원하는 것[境界]에 묶여 그들 방일하구나.

그 사람들 죽음의 영역에서 벗어나

돌아오지 않는 경지[열반]로 나아가지 못하도다.”

4. 〔세존〕

“세상에 있는 아름다운 것들이 감각적 욕망이 아니라

의도에서 생긴 애욕이 바로 감각적 욕망일 뿐이네.

아름다운 것들은 세상에 그대로 머물러 있을 뿐

지자(智者)는 여기에 대한 욕구를 길들이노라“







【해설】



·초기경전의 여러 곳에서 천신들이 모든 세상이 잠든 고요한 밤중에 부처님을 찾아뵙고 부처님과 대화를 하는 장면들이 많이 나옵니다. 본경에 등장하는 천신들은 주석서에 따르면 삼십삼천에 사는 ‘선한 사람들을 칭송하는 무리의 천신’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기독교 등의 다른 종교에서 말하는 창조적이고, 절대자인 불사(不死)의 신들이 아니라 이전에 인간 세상에서 삼귀의와 오계를 받아 착하게 살다가 죽은 뒤 그 선한 업보로 삼십삼천에 재생한 존재들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세속적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원하고, 좋아하고, 마음에 들고, 사랑스럽고, 달콤하고, 매혹적인 것들을 찾고자 헐떡거립니다. 사람마다 모두 다 같을 수는 없지만 공통점은 눈으로 인식되는 형색, 귀로 인식되는 소리, 코로 인식되는 냄새, 혀로 인식되는 맛, 몸으로 인식되는 감촉 등을 포함하는 다섯 가닥의 감각적 욕망을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형색, 소리, 냄새, 맛, 감촉 등은 그 고유 성질이 물질이므로 변하고, 파괴되고, 분리되고, 분해되는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즉 항상(恒常)하지 않다는 뜻에서 무상하다는 것입니다. 그러함에도 인간들은 불만족하고 불충분하다는 생각과 느낌을 갖고서 멈춤이 없이 감각적 욕망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고대 인도인들은 그런 감각적 욕망의 추구라는 것은 무상해서 얼마 못가 고통으로 바뀐다 는 것을 간파하고 그 치유책으로 다섯 감관을 고요하게 하는 삼매(사마타)수행을 하였고, 그 공덕으로 사후에 색계의 범천으로 태어나기를 기원하였습니다.

· 그러나 세존께서는 이와 달리 보셨습니다. 감각적 욕망은 단지 삼매에 들어 억압함을 통해서 일시 버릴 수 있으나 삼매에서 출정하면 억압된 감각적 욕망이 되살아나오기 때문에

삼매는 궁극적 해결책이 아니라고 보신 것입니다.

·세존께서는 세상의 다채로운 대상들은 감각적 욕망이 아니라 그냥 그대로 머물러 있을 뿐인데, 사람들이 생각과 의도를 통해서 생긴 애욕이 그 사람의 정신을 오염시키는 감각적 욕망이라고 설파하셨습니다.

칡이 나무를 뿌리에서부터 꼭대기까지 감아서 파괴하듯 인간의 애욕은 그의 바른 사유를 감싸서 파괴시킵니다. 세존께서는 마치 대나무 덤불 등이 대나무 가지들로 뒤얽혀 있듯이 일체 중생들은 갈애의 그물에 뒤얽혀 있어서 불사(不死)의 바른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설파하셨습니다.

·애욕이 절제되거나 소멸되지 않는 한 선처(sugati)와 열반으로 갈 수는 없습니다. 비유컨대 남자에게는 그런 애욕의 첫 번째 불씨가 여자이고, 여자에게는 남자입니다. 그런 애욕에 묶이고 방일한 사람들은 불사의 열반에 도달하지 못합니다. 불환도에 의해 감각적 욕망이 완전히 뿌리 뽑히지 않는 한 거기에 묶여 있게 됩니다.

·본경에서 어떤 천신은 인간은 애욕에 묶여 도 닦음을 하지 아니하여 삼계윤회라 불리는 죽음의 영역으로부터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경지라 불리는 열반으로 나아가지 아니한다고 말씀드렸지만, 세존께서는 그와 같은 애욕을 끊지 못하고 추구하는 인간의 모습에서 늘 그것에 어울리는 불변하는 자기 존재[有身見]을 형성하게 되어 생사윤회를 지속하게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세존께서는 벌이 꽃의 색깔이나 향기는 다치지 않고 꿀만 따가지고 날아가듯이 아름다운 대상을 보거나 아름다운 소리를 듣더라도 생각과 의도에서 생긴 애욕이 일어나지 않도록 마음의 수행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면서, 열반으로 가는 가장 안전한 의지 처로서 팔정도를 닦아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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