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바퀴 경 (SN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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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바퀴 경 (SN 1:29)
  • /제주불교
  • 승인 2015.08.20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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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때 세존께서는 사왓티에서 제따 숲의 아나타삔디까 원림(급고독원)에 머무셨다. 그때 어떤 천신이 밤이 아주 깊었을 때 세존께 다가와서는 세존께 절을 올린 뒤 한 곁에 서서 세존의 면전에서 이 게송을 읊었다.



[천신]

“네 바퀴와 아홉 개의 문을 가져

탐욕으로 채워졌고 꽁꽁 묶여 있으며

진흙에서 생겨나왔습니다. 대웅(大雄)이시여!

여기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나이까?“



[세존]

“채찍과 가죽 끈과 밧줄을 자르고

소망과 탐욕을 끊어 버리며

갈애를 뿌리째 뽑아버리면

여기서 벗어날 수 있노라.“



【해설】



전남 무안 회산 백련지의 백련(白蓮) 꽃은 해마다 7월부터 9월까지 피고 지기를 거듭합니다. 연꽃축제가 열리는 8월 중에 그곳에 가면 10만평쯤 되는 연못에 핀 백련의 청아한 자태를 감상할 수 있고 왜 연꽃이 불교를 상징하는 꽃으로 여기는지를 이해하게 됩니다.

연꽃은 낮고 더러운 습지에서 피지만 언제나 깨끗하고 아름답고 향기로움을 유지하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처염상정(處染常淨)이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주석서에 따르면 ‘네 가지 바퀴’라 함은 네 가지 자세, 즉 걷고, 서고, 앉고, 눕는 것[행(行)․주(住)․좌(坐)․와(臥)]를 말하고, ‘아홉 개의 문’은 눈 2개, 귀 2개, 코 2개, 입, 항문, 성기 등 아홉 개의 구멍을 말합니다. 본경에 등장하는 천신은 오물주머니이며 더러운 것으로 가득한 인간의 육신을 이렇게 은유(隱喩)해서 표현했습니다.

‘진흙에서 생겨난 것’이라 함은 사람의 몸은 어머니의 자궁에서 태어났다는 뜻인데, 그 자궁은 음습(陰濕)하고 온갖 병균들이 득실거리는 곳이라는 점에서 더러운 진흙탕에 비유한 것입니다.

본경에 나오는 천신은 습하고 어두컴컴한 자궁에서 태어났고, 오물주머니이며 더러운 것으로 가득한 인간의 육신에서 어떻게 불사(不死)의 경지인 열반을 실현할 수 있는가를 세존께 여쭤보았습니다.

어리석은 중생들은 이 육신을 아름다운 것으로 여겨 그것을 더욱 더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과 돈을 씁니다. 요즘 유행하는 ‘몸짱’, ‘얼짱’만들기의 흐름과 풍조가 이를 시사해줍니다.

이에 더하여 육신을 쾌락을 위한 도구로 여겨 성매매 금지에도 불구하고 섹스 탐닉에 빠져 해외원정까지 갔다가 적발돼 망신까지 당하는 사례가 적지 않게 언론에 공개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 육신을 자기 동일시하는 자아(自我) 관념이 뿌리내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를 두고 불교에서는 잘못된 생각, 관념, 견해 즉, 상(想) 전도(顚倒)라고 말합니다.

「로히땃사 경」(AN4:45)에서 세존께서는 “인식[想]과 마음[識]을 더불어 이 한 길 몸뚱이[色]” 속에 생로병사의 괴로움이 있고(苦聖諦), 그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진리(滅聖諦)가 있으니 다른 곳에서 도를 구하지 말라고 로히땃사 천신에게 설법하셨습니다.

다른 말로 한다면 이 몸과 마음이 마치 서로 기대어 세워놓은 두 다발의 갈대와 같이 상호의존해서 일어나고 사라지는 관계를 이해하고, 굳건한 계행 위에 삼매(선정)의 숫돌로 잘 갈아진 위빠사나(통찰) 지혜라는 칼을 손에 잡아 정진의 힘으로 갈애의 그물을 모두 풀고 자르고 부수어 버린다면, 바로 그 경지가 바로 열반이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세존께서 비유, 설법하신 ‘채찍’이라 함은 증오, 즉 강한 분노를 말하고, ‘가죽 끝’이라 함은 갈애(tanhā)를 말하며, ‘밧줄’이라 함은 사견(邪見)을 말합니다. ‘소망과 탐욕’에서 소망은 얻지 못한 것을 원하는 것이고, 탐욕은 얻은 대상을 움켜주는 것을 말합니다.

범부중생이 목마르게 오욕(五慾)에 애착한다는 뜻을 가진 갈애(渴愛)는 감각접촉에 바탕을 둔 느낌이 원인이 되어서 일어납니다. 이 갈애가 괴로움의 일어남의 성스러운 진리, 즉 집성제인 것입니다. 세존께서 연기의 역관(逆觀)을 통해 이 갈애의 얽힘을 자르고 부수어 버려서 열반을 성취하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무상정등각을 성취하시고 토하신 사자후인 ‘집(=윤회의 몸)을 짓는 자’의 그 짓는 자리가 바로 갈애입니다.

명상수행을 지속하면, 몸과 마음의 관계는 진흙 속에 핀 연꽃[泥中蓮]으로 변화합니다. 현대 뇌 과학에서는 명상수행은 평온한 기분을 낳게 하는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방출한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서양이 불교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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