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비유 경 (SN16:3)
상태바
달의 비유 경 (SN16:3)
  • /유현 김승석 엮음
  • 승인 2015.09.18 17: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전》

1. [꼬라뱌 대왕]

“랏타빨라 존자여, 네 가지 좌절이 있는데 그 좌절을 겪고 여기 어떤 사람들은 머리와 수염을 깎고 물들인 옷을 입고 집을 떠나 출가합니다. 무엇이 넷인가요? 늙음으로 인한 좌절, 질병으로 인한 좌절, 재산으로 인한 좌절, 친지를 잃음으로 인한 좌절입니다.”



2. [랏타빨라 존자]

“대왕이여, 아시는 분, 보시는 분, 아라한, 정등각자이신 그분 세존께서 설하신 네 가지 가르침의 요약이 있습니다. 저는 그것을 알고, 보고, 들어서 집을 떠나 출가했습니다. 무엇이 넷인가요?”

“대왕이여, ① ‘세상은 견고하지 않고 (늙음과 죽음의 곁으로) 달려간다.’라는 것이 그분 세존께서 설하신 첫 번째 가르침의 요약입니다. ② ‘세상은 피난처가 없고 보호자가 없다.’는 것이 그분 세존께서 설하신 두 번째 가르침의 요약입니다. ③ ‘세상은 자기 것이 없다. 모든 것을 버리고 가야 한다.’라는 것이 그분 세존께서 설하신 세 번째 가르침의 요약입니다. ④ ‘세상은 항상 불완전하고 만족할 줄 모르며 갈애의 노예이다.’라는 것이 그분 세존께서 설하신 네 번째 가르침의 요약입니다. 저는 그것을 알고, 보고, 들어서 집을 떠나 출가했습니다.”



3. 랏타빨라 존자는 이렇게 설하고 다시 이렇게 게송으로 말했다.

“이 세상에 부유한 사람들은 재물을 얻지만 어리석음 때문에 베풀지 않습니다.

왕은 무력으로 땅을 정복하여 바다와 맞닿은 땅을 통치하면서도

바다의 이쪽 기슭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바다의 저쪽 기슭마저 동경합니다.

왕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인간들도 갈애를 떨쳐내지 못하고 죽음을 맞고 욕망을 이루지 못하고 몸을 버리니 세상에 감각적 욕망에는 만족이 없습니다.

감각적 욕망은 화려하고 달콤하고 매혹적이어서 여러 형태로 마음을 뒤흔드니 왕이여, 얽어매는 감각적 욕망에서 재난을 보고 나는 출가했습니다.

과일이 나무에서 떨어지듯이 젊은이건 늙은이건 몸이 무너지면 떨어지나니 왕이여, 이것을 보고 나는 출가했습니다.”





【해설】

·랏타빨라 존자는 부유한 바라문 집안의 소중하고 사랑스런 외아들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재가에 살면서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고 지극히 청정한 소라 고동처럼 빛나는 청정범행을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라는 세존의 법문을 듣고 출가를 결심하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부모의 허락을 받지 아니하면 출가를 허락하지 않는다는 세존의 말씀을 듣고 여러 차례 부모님의 거절을 뿌리치고 마침내 출가 허락을 받아내서 세존 아래에서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은 후 12년을 혼자 운둔하여 방일하지 않고 열심히 스스로 독려하며 수행하여 아라한과를 얻었다고 합니다. 그런 이유로 세존께서는 믿음으로 출가한 자들 가운데서 으뜸이라고 칭찬하셨습니다.

·이 존자의 게송에서 우리는 출가이유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일체가 무상하여 변한다는 것, 인간은 빈부귀천에 차별 없이 늙고 병들어 죽어간다는 것, 그러함에도 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어 멈출 줄 모른다는 것, 그런 갈애가 윤회의 자양분이 되어 중생은 자기 업에 따라 저 세상으로 가고, 또 재물은 죽은 자를 따르지 않나니 처자도 재물도 왕국도 또한 그와 같다는 것을 알고, 보고, 들어서 출가했다는 것입니다.

·바보는 어리석음으로 인해 죽음에 부딪쳐 드러눕지만, 지혜로운 이는 죽음과 맞닥뜨려도 떨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통찰지가 재물보다 소중하다고 보아 윤회를 끝내는 수승한 무기가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오늘에 이르러 출가정신이 퇴색하고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머리를 깎고 먹물 옷을 입었다고 해서 출가가 아님에도 마음은 세상과 인연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오고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사미·사미니계 수계교육 현장에서 고불총림 방장 지선스님께서 후학들을 위해 말씀하신 법문이 오늘의 출가 현실을 시사하고 있어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방장스님은 "엄청난 깨달음을 얻은 스님이나 세계적으로 이름난 큰스님이 되겠다거나 절에 들어와 욕망을 구현하려는 출가자가 될 게 아니라 부처님 정법에 맞게 행동하고 판단하는 평범한 스님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젊은 출가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서 한국불교가 점점 쇠락하고 혁신의 기운이 생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경청해야 합니다. 세속화된 젊은 세대들은 더 이상 서양의 유일신의 ‘영험’을 믿지 않고 있다는 점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한국불교는 새로운 세대를 수용할 준비가 안 되어 있습니다. 가부장적 문화, 비구와 비구니의 차별문제, 출가와 재가의 비민주적인 위계질서 등 출가를 제약하는 여러 장애요소를 혁파하여야 할 것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