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전통등 어떤 것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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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전통등 어떤 것이 있나
  • 김현정 기자
  • 승인 2005.05.16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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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등 사라지고 수입등 활개치고

전통등엔 선인들 세계관·종교관 고스란히

저가의 내구성·실용성 앞세운 수입등 일색



빈자일등(貧者一燈). 가난하지만 마음 착한 여인, 난다의 넓고 큰 서원과 정성으로 켠 등불에서 유래된 고사성어다. 이처럼 연등(燃燈)은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의 하나로, 번뇌와 무지로 가득찬 어두운 세계(無明)를 밝게 비춰주는 부처님의 공덕을 칭송하고 깨달음의 세계에 이르고자 등에 불을 밝히는 것을 이른다.

우리의 전통등은 쓰임새나 재료에 따라서 모양이나 크기가 다양했다. 40여 종에 이르는 등 하나 하나에는 당시 사람들의 세계관이나 종교관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등의 이름 대부분이 그 모양을 상징하고 있으며 그 모양에는 나름대로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져 있었다.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면서 석류등·수박등·마늘등을, 무병장수를 위해서는 거북등과 학등을, 입신출세를 위해서는 잉어등을, 척사를 위해서는 호랑이나 표범등을 만들었다. 등을 만들 때에는 종이를 바르거나 붉고 붉은 푸른 비단을 바르기도 한다. 문모를 끼워 비선(飛仙)과 화조(花鳥)를 그리기도 하고 평평한 면과 모가 진 곳마다 삼색의 돌돌만 종이나 길쭉한 쪽지 종이를 붙이기도 한다.

그러나 모양과 쓰임새가 풍부했던 우리의 전통등은 일제시대에 거의 사라져 버렸다. 그 자리에는 음식점이나 홍등가에 내걸린 등과 비슷하게 생긴 일본식 등이 차지하고 있지만 그것이 일본식 등인지도 모른체 무심코 지나쳐 버리고 있다. 부처님 오신날 즈음해서 사찰에서는 그 주변을 연등으로 장엄한다. 그러나 공장에서 생산해낸 형형색색의 연등은 하나같이 둥그런 모양에 테두리 전체가 주름진 형태의 일본식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 재료 또한 비닐이나 플라스틱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공장에서 일괄적으로 생산해 낸 이런 등은 대나무로 뼈대를 만들고 한지를 발라 만든 우리의 전통 등에 비해 내구성과 실용성 면에서 앞설지 모르나 은은한 멋이 풍기는 우리 전통 등의 미적 감각을 조금도 흉내낼 수 없다.

전통등의 맥을 잇기 위해 1996년 결성된 전통등연구회 백창호 대표는 “팔모등, 수박등, 연꽃등 등 전통적인 형태의 등은 40여 종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어 백 대표는 “전통등보다 일본식 등이 많이 사용되는 것은 수작업으로 하던 연잎 작업이 기계화 작업으로 바뀌면서 간편해졌기 때문”이라며 “비닐 등의 소재 또한 재활용 측면에서 호응을 얻고 있고 사라져 가고 있는 불교의 소지문화도 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또 백 대표는 “사찰이나 신도들이 저렴한 가격의 등만을 선호하다보니 중국, 베트남 등지에서 제작 수입되는 등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전통등의 상업적 개발을 시도 중이나 투자비나 제작단가 등 걸림돌이 많다”며 “무엇보다 사찰과 신도들이 전통등에 대한 인식과 등문화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동국세시기’, ‘열양세시기’, ‘경도잡지’ 등에 이름만 전하는 등을 재현한 것만도 수십여 종에 이르고 있다. 아울러 전통적인 기법을 이용한 창작등 제작도 활기를 띄고 있어 전통적인 무늬와 형상을 지닌 정겨운 우리 등이 무명의 어둠을 머지않아 밝힐 것이다.



쓰임새나 재료에 따라서 모양이나 크기 그리고 색깔이 다채로웠던 불교의 전통등 중 몇 가지만 골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풍경등

풍경은 법당이나 불탑의 처마에 매달아 놓아 바람이 불 때 소리가 나도록 한 장엄구이다. 아주 작은 범종의 형태를 지닌 풍경은 수도자의 길에 들어선 이는 언제나 깨어서 수행해야 한다는 경계의 표시로 중생에게는 거칠고 욕심이 가득한 마음을 버리라는 뜻으로 그 소리를 낸다.

















   
 
   
 
# 범종등

불교에서는 종 소리로 지옥 중생을 구제하여 악업과 고통을 멈추게 한다고 한다. 이러한 상징적 의미를 새겨 많은 옛 사람들이 초파일전에 범종등을 만들었다. 범종등에는 성덕대왕 신종의 비천상을 그려 넣었고, 윗부분에는 음통과 한 마리의 용을 만들어 붙였다.





















   
 
   
 
# 탑등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시는 건축물(묘)로 시작하여 지금은 공양과 예배의 의미로 많이 세워져 부처님에 대한 칭송과 극락왕생, 국태민안과 개인의 축원을 기원했다. 이 탑등은 목탑형식을 빌어 각 층마다 기와와 문 그리고 잡상·풍경으로 장식했다. 또 문을 보리심의 뜻을 지닌 금강저 무늬로 장식했다.





















   
 
   
 
# 가마등

옛 문헌 속의 다양한 등은 그 이름만 전해올 뿐 정확한 모양에 대해서는 남아있지 않다. 가마등도 그 가운데 하나다. 이 등은 부처님의 사리를 모셔 옮기는 연의 모양을 기본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사람을 태우고 다니던 조그만 집 모양의 가마, 평민들의 경우에는 시집가는 날과 죽어서 저승 갈 때 두 번 탄다는 가마는 그 모양도 화려하여 등의 좋은 소재가 됐다고 한다.





















   
 
   
 
# 법고등

법고는 ‘법을 전하는 북’이란 뜻으로 범종과 같이 절에서 조석예불 또는 의식 때 치는 법구다. 북은 그 소리가 장중하고 무거워 사자후를 상징한다. 즉, 북소리가 세간에 널리 울려 퍼져 불법의 진리로 중생의 마음을 깨우친다는 의미가 있다.

























   
 
   
 
# 연화등

연꽃은 오랜 수행 끝에 번뇌의 바닥에서 벗어나 깨달음에 이른 수행자의 모습에 비유되며, 연등은 불타의 진리를 밝히고 그 진리가 사방에 퍼지는 것을 상징한다. 우리의 풍습에서 연꽃은 씨앗이 많아 풍요와 다산을 상징해 그림이나 건축물·의복 등에 많이 쓰였다. 이 연꽃등의 형태는 부산 수영야류에서 보존하고 있는 등을 조금 변형해 제작한 것이다.



























   
 
   
 
# 코끼리등

코끼리는 힘과 현명함과 신중함에 대한 상징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그의 전신인 호명보살을 벗어 버리고 도솔천에서 사바세계의 마야부인에게 잉태할 때, 6개의 어금니를 가진 흰 코끼리를 타고 하강하였다하여 불교에서는 신성한 동물로 상징된다.

<자료제공=부처님오신날 봉축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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