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난다 경 (SN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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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난다 경 (SN 8:4)
  • /유현 김승석 엮음
  • 승인 2015.09.23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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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때 아난다 존자는 사왓티에서 제따 숲의 아나타삔디까 원림(급고독원)에 머물렀다.

2. 그 무렵 왕기사 존자에게 출가생활에 대한 싫증이 생겼고 애욕이 그의 마음을 물들었다.

3. 그러자 왕기사 존자는 아난다 존자에게 게송으로 말했다.

“저는 감각적 욕망에 불타고 있습니다.

저의 마음은 불붙어 있습니다.

완전히 끄는 것을 일러주소서.

도반이여, 연민하는 마음을 내어주소서.”

4. [아난다 존자]

“인식이 전도되었기 때문에

그대의 마음은 불붙었다오.

애욕을 유발하는 아름다운 표상을

제거하시오.

형성된 것들을 남이라 보고

괴로움이라고 보고 자아가 아니라고

보시오.

큰 애욕의 불을 완전히 꺼버리시오.

다시는 거듭 불타게 하지 마시오.

한끝으로 잘 집중되어

부정(不淨) 상(想)을 통해 마음을

닦으시오.

몸에 대한 알아차림을 닦고

염오에 많이 몰입하시오.

표상 없음을 닦고

자만의 잠재적 성향을 버리시오.

그래서 자만을 관통하면

평화롭게 되어 유행할 것이오.”



【해설】

·주석서에 의하면 왕기사 비구가 출가해서 아직 아라한과를 증득하지 못하였을 때, 아난다 존자가 궁중의 여인들로부터 법을 설해달라는 청을 받고 왕기사 비구를 대동하고 궁중으로 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왕기사 비구가 장신구로 예쁘게 치장한 궁중의 여인들을 보고 애욕이 생겨서 참회하는 마음으로 이를 아난다 존자에게 털어놓았다고 합니다.



· 왕기사 존자는 바라문 가문에 태어나서 시를 잘 짓기로 유명했다고 합니다. 출가 후에도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감흥이 일어나 시를 지어 부처님의 공덕을 칭송하였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세존으로부터 영감을 가진 자들 가운데서 으뜸이라고 칭찬을 들었던 이 비구도 새내기 출가 시절에는 세속의 애욕을 끊지 못해 번뇌 망상으로 괴로워했던 것으로 보여 집니다.



·세존께서는 초기경의 여러 곳에서 “여자의 형상은 남자의 마음을 유혹한다.”라고 비구들을 경책하셨습니다. 출가자이든 재가자이든 수행의 첫 걸음은 여자의 몸과 향기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는데서 시작됩니다.



· 여자의 몸은 보석과 귀걸이로 잘 치장했고 눈과 입술에는 연고를 바르고 얼굴은 분칠하여 어리석은 자를 현혹시키기엔 충분합니다. 그러나 해체해서 지혜롭게 살펴보면, 아홉 개의 상처 구멍이 있고 300개의 뼈가 900개의 힘줄에 묶이고 그 위에 900개의 고깃덩이가 덧붙여져 반듯하게 세워져 있는 것에 불과합니다. 내장에는 똥과 오줌이 있고, 또 질병과 늙음으로 고통스러운 것이 몸입니다.



·막대기로 북을 치면 북소리가 나는 것과 같이, 어떤 남자의 눈에 아름다운 얼굴과 늘씬한 몸매를 지닌 어떤 여인의 모습이 비칠 때 시각의식이 일어나는데 그 찰나에 외모가 영원하다든가 아름답다는 표상을 마음에 지혜롭지 못하게 잡도리하면 애욕이라는 번뇌와 함께 보는 것이 됩니다. 이것을 인식의 전도(顚倒)라 합니다.



·초기경전에 의하면, 부처님께서는 가령 감각적 쾌락에 탐닉하는 사람에게는 몸의 32부위에 대한 부정관(不淨觀) 명상을 하거나, 묘지에서 썩어가는 시체를 보게 하는 백골관 명상 수행을 권유하였습니다.



·왕기사 존자도 몸의 32부위에 대한 혐오, 즉 부정관 명상을 수행하여 아라한이 되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애욕이 절제되거나 소멸되지 않는 한 선처(善處)와 열반으로 갈 수는 없습니다. 남자에게는 그런 애욕의 첫 번째 불씨가 여자이고, 여자에게는 남자입니다. 그런 애욕에 묶이고 방일한 사람들은 불사의 열반에 도달하지 못합니다.



·세존께서 벌이 꽃의 색깔이나 향기는 다치지 않고 꿀만 따가지고 날아가듯이 아름다운 대상을 보거나 아름다운 소리를 듣더라도 생각과 의도에서 생긴 애욕이 일어나지 않도록 마음의 수행을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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