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스님이 묻고 성철 스님이 답한 이야기, 설전(雪戰)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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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이 묻고 성철 스님이 답한 이야기, 설전(雪戰) ①
  • 법정 스님
  • 승인 2016.04.20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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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위해 절하는 것이 어렵겠지만


나중에는 그게 자연스러워지고


남을 위해 사는 사람이 되지 않겠어요






지금은 우리 곁에는 없지만 그 향기는 오래도록 우리의 마음에 남아있는 큰 어른 스님 성철 스님과 법정 스님의 대화를 담은 책 설전(雪戰)이 오래묵은 장처럼 깊게 우리의 마음을 울린다.


해인사 백련암에 주석하시던 성철 큰스님을 법정 스님이 찾아뵙고 두 분이서 나눈 이야기들은 불교를 배우는 입장에서 생기는 여러 궁금증을 시원스럽게 풀어준다. 또한 이것을 통해 당대의 최고 선승이신 성철 큰스님이 불교를 보는 시각을 다소 이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법정 스님이 선배 큰 스님에 대한 공경의 마음에서도 아름다운 승가공동체를 엿볼 수 있어 더욱 의미가 있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법정 스님은 성철 스님에게 스님을 뵈려면 대중들이 3천 배를 해야 된다고 하는데, 어째서 3천 배를 하라고 하는지를 여쭙는다.



“나는 평소에 이런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나 자신을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나는 남에게 이익을 주는 사람이 못 된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이런 말을 합니다. ‘여기 올 때 나를 찾아오지 말고 부처님을 찾아오시오. 나를 찾아와서는 아무런 이익이 없습니다.’라고 말입니다. 그래도 사람이 찾아오면 부처님께 절을 하도록 시킵니다. ……단순히 절만 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남을 위해서 절을 하라고, 기도를 하라고 합니다. 나를 위해서 절을 하는 것은 거꾸로 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3천 배를 하고 나면 그 사람의 심중에 큰 변화가 옵니다. 변화가 오고 나면 그 뒤부터는 절하지 말라고 해도 스스로 절을 하게 되거든요. 처음에는 남을 위해 절을 하는 것이 어렵겠지만, 나중에는 그게 자연스러워지고 결국에는 남을 위해 사는 사람이 되지 않겠어요? 나를 만나는 것보다는 그렇게 하는 것이 몇 배로 이익이지요. 이것이 제가 지키도록 하는 3천 배의 속뜻입니다.”



성철 스님은 찾아오는 불자들에게 3천배를 시키는 이유가 나를 위해서 절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남을 위해서 절을 하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바꿔, 이로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대답했다. 스님이 통영 안정토굴, 성전암 등에 있을 때 사람들이 자꾸만 찾아오니 스님은 사람들에게 “나를 찾아오지 마시오. 부처님을 찾아오시오”라고 호통을 쳤으며 나중엔 철망까지 치며 사람들을 피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때부터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이익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3천배를 시켰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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