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상은 항상 자신의 최고인 양 살아가는데 그 마음은 자기보다도 더 넓고, 더 높은 것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어리석음 때문이다.
자기 마음의 잣대에 자기의 고정 틀에 맞추길 바라고 자기가 하는 일이 전부 옳다는 생각과 자기만이 할 수 있다는 아상과 아집의 고정관념으로 자기의 눈과 마음을 가려버린다.
물질세계에 젖은 사람들은 깊은 관념과 관습으로 생각이 굳어져, 물질의 현상세계만 눈으로 보고 판단하여 마음의 세계는 아예 볼 수도 없고 보려 하지도 않는다. 나의 소유, 나의 명예, 나의 자식, 나의 남편, 그리고 내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 자존심 등등이 이런 현상계의 물질들이 우리 자신의 단단한 통속에 자신을 가두고 살아가게 한다.
사람들은 그런 것을 갖고 있어야만 자신을 지킬 수 있다고 믿고 있기에 우리는 더 두텁게 울타리를 두고 더 두껍게 쌓아 가려고만 한다. 그러나 벽이 두껍고 높아질수록 내 마음은 춥고 옹졸해지면서 나의 삶은 점점 불행하게 된다.
그 울타리는 나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에는 나를 가두어 버린다. 벽이 높으면 솔바람을 쏘일 수도 없고, 햇빛도 들어오지 못한다. 우리는 이웃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인생이다. 그러므로 자신이 했다, 자신이 하는 것만이 옳다는 생각을 버려야한다. 내가 했다는 생각을 하면 항상 남을 탓하게 되고, 상대방을 원망하게 된다.
‘나’라는 상은 뿌리가 깊고 질기다. 잘라내고, 또 잘라내도 세우는 마음의 새 뿌리는 계속 자라나고 시간이 지날수록 쉼 없이 자라는 독풀처럼 마음의 아집을 잘라내지 않으면 점점 더 커져만 간다.
그러므로 소금으로 배추를 절이면 배추 숨이 죽듯이 우리 불자는 마음의 배추 숨을 죽이는 수행공부에 철두철미해야 한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찰나 찰나로 고정됨이 없이 돌아가는 것이 세상 만유의 이치로 고정됨이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권력, 명예, 돈, 육신도 죽음에 이르렀을 때 가지고 갈 것은 결국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며 모든 것은 한 찰나의 순간이다.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그 모든 것이 내 것으로 생각하게 되는 그 순간부터 마음에는 ‘고’가 따르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고정됨 없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고 불법이라는 것을 알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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