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라는 유리창을 부숴버린 위대한 여성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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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라는 유리창을 부숴버린 위대한 여성불자
  • 이병철 기자
  • 승인 2017.02.10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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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정유년 제주불교 초대석 한정효 조계종 제23교구 본사 관음사 신도회장

새롭게 2017년 정유년의 희망찬 해가 떠올랐다. 정유년 새해에도 본지는 진리의 빛을 전하겠다는 전법의 원력을 다하고자 정진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달음질쳐 나아가려 한다.   
이에 새해 다섯번째 한정효 조계종 제23교구 본사 관음사 신도회장을 모시고 제주의 미래를 열어보고자 한다.
 

한정효 회장은 23살 꽃다운 나이에 닥친 불의의 사고를 딛고 일어서 장애인들에게 용기를 전하는 성공한 사업가로 자리매김했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정상적인 신체를 가진 일반인들에게 동정과 안쓰러움을 자아낸다. 하지만 이들이 정상적인 일반인보다 월등한 결과물을 내놓을 때 사람들은 이들에게 경이로운 시선과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한정효 조계종 제23교구 본사 관음사 신도회장은 여성으로 가장 아름다운 시절인 23살에 불의의 사고를 당한다. 그러나 불굴의 의지로 시련과 좌절을 이겨내고 30여년 가까이 사업에 몸담으며 성공한 사업가이자, 장애인의 멘토로 우뚝 섰다.
부처님의 말씀을 늘 마음에 새겨, 장애인들에게 힘과 용기를 불어넣으며‘자비 나눔’을 통해 극락정토를 꿈꾸는 한정효 회장을 지난 1일 만나, 그동안 삶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보았다. 

장애는 내 삶의‘부처님’
한정효 회장이 꽃다운 나이인 23살에 대형버스가 그녀를 덮쳤다. 숨을 쉰다는 자체가 기적이었다. 식물인간으로 병원과 친정에서 누워만 지냈다. 장기화되자 주위에서는 한 회장이 회복될 가망이 없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그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밤낮으로 어머니는 한 회장을 온몸을 주무르며 간병했다. 그리고 부처님 전에 기도하고 발원했다. 부처님의 가피를 내렸을까. 기적처럼 한 회장의 발가락이 4년 만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부모님의 내리사랑 덕분에 새생명을 얻을 수 있었다.
“4년이란 꿈속에서 깨어날 땐 살았다는 기쁨보다 이 세상이 원망스러웠어요.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세상만 원망했지요. 장애 때문에 부딪히는 세상의 벽과 평생 장애를 짊어지고 살아갈 애환을 생각하니 삶이 싫어지기 시작했죠. 하지만 부모님은 그렇지 않았어요. 부모님이 기뻐하는 그 모습을 보면서 다시 얻은 삶,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집안의 맏딸이기도 했던 한 회장은 책임감도 무거웠다. 그만큼 부모님을 실망시켜드리고 싶지 않았다. 한 회장은 강해져야만 했다.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었다.

한 생각 바꾸니 삶이 날개를 달다
첫 직장은 전자제품 세일즈였다. 한 회장은 남들과의 경쟁하기보다는 자신과의 경쟁을 했다. 여성이라고, 장애인이라고 스스로를 낮추기보다 자존감을 높이 세웠다. 신뢰받기 원하면 먼저 신뢰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뛴 결과 지금의 한 회장의 위치에 설 수 있었다. 
“고객들에게 물건을 먼저 내민 적은 없었어요. 고객들의 집에 설거지가 쌓여있으면 깨끗이 정리도 해드리고, 말벗도 되어드렸어요. 또한 민원행정 등을 처리해 드렸더니 고객들이 마음을 열기 시작하더라고요. 한번 맺은 인연은 소중히 했어요. 그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죠.(웃음)”
결국 도내에서 전자제품 판매왕에 오른 한 회장은 분기별로 성공사례 발표는 물론, 타 전자제품에 스카우트되는 등‘포기하지 않는 집념’이 그녀의 삶을 180도 뒤 바꿨다.
한 회장은 이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수제화 구두를 시작해서 남성정장, 이불용품 등 최고의 브랜드로 소비자들에게 승부를 걸었다.
“31년 동안 사업을 하면서 새로운 디자인, 신브랜드 발굴 등 남보다 앞서가야 했어요. 또한 불량제품이 발견되지 않도록 꼼꼼하게 신경쓰고, 손님들을 허투로 대하지 않았어요. 늘 왕으로 모셨어요. 그만큼 발품을 많이 팔 수 밖에 없었죠. 그래서인지 사업은 승승장구 했어요. 좋은 인연을 짓다보니 부처님이 제앞길을 잘 닦아주시지 않았나 생각해요.”

장애인들의 롤 모델이 되다
한 회장은 항상‘목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목표없는 삶은 목적지없는 길을 가는 것’이라는게 한 회장의 생각이다. 한 회장이 이렇게 위기를 뛰어넘고 장애인들의 롤 모델이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포기하지 않는 집념’이 있었다. 결국은 장애인들을 위한‘회향’이었다.
부처님께 받은 가피로, 선천성 장애를 갖고 있는 장애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전해주고 싶었다.
“저는 후천성 장애지만 자폐증 등의 어린이를 보면서 장애인 자립재활시설을 꿈꿨어요. 그러한 인연이 지난 2007년 (사)제주도신체장애인복지회 부회장 소임을 맡게 됐지요. 그러면서 장애를 갖고 있는 부모님과 장애인들에게 제 삶을 거울삼아 많은 조언을 해줬어요. 그리고 장애등급이나, 장애인들이 자존감을 높이는 사업들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죠.”
그 결과물이 바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사랑의 제주 별빛마라톤 대회’를 비롯해 제주도내 지도층 인사들과 가정환경이 어려운 장애학생과의 1대1 결연을 통해 안정적인 지원을 도와주는‘제주 사랑의 끈 연결운동’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한 회장은 제주장애인의 권익증진에 앞장서 왔다. 한 회장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장애인들에게 진실한 마음을 담은 사랑의 실천운동 선구자였다.

나는 영원한 부처님의 제자
부처님은 든든한 나의 동반자로서 버팀목이 되어줬다. 초등학교 시절, 집안이 기울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천태종 단양 구인사에서 출가의 연을 심었던 종자가 지난 2015년 6월 조계종 제23교구 본사 관음사 신도회장으로 활짝 꽃을 피웠다. 
취임 당시 한 회장은“우리 관음사는 오랜 예부터 제주불교의 산실이었고, 지금도 제주불교계의 중심축에 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엄연한 사실”이라며“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승가를 재가불자로서 외호하는 일과 관음사가 진정한 제주불자들의‘마음의 고향’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 날을 회상하며 한 회장은“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신도회장이란 소임 기간동안 거사님과 보살님들이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셨다. 참으로 인연복이 많은 것 같다”며“다르다는 것을 틀린 것으로 간주하지 않고 늘 다름이 아닌 같음을 품어 안을 수 있는 더불어 함께하는 신도회장이 되겠다”고 말했다.
한 회장은 쉽게 포기하고, 어려워 보이는 일이라며 지레 단념하는 장애인들과, 불자들에게 용기있는 삶이란 이런 것이라고 자신의 인생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한 회장은 성공을 가로막는 유리천장을 부숴버린 위대한 신현대 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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