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강좌<백운화상초록불조직심체요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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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강좌<백운화상초록불조직심체요절>
  • 라경준(청주고인쇄박물관 학예연구사)
  • 승인 2005.06.07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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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흥덕사 ‘직지’세계최초 금속활자

세계기록유산등재돼, 현재 프랑스 소장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이하 『직지』로 약칭)은 고려 우왕 3년인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인쇄한 책이다. 이 책은 백운화상이 75세였던 공민왕 21(1372)년에 노안을 무릅쓰고, 선도(禪徒)와 선관(禪觀)의 안목을 자각케 하고 선풍(禪風)을 전등(傳燈)하여 법맥을 계승케 하고자 만든 것이다.

『직지』의 체제는 상·하 2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간행된 『직지』는 현재 하권 1책만이 전하지만, 1378년 경기도 여주 취암사에서 간행된 『직지』 목판본은 상·하권이 완전한 책으로 국립중앙도서관과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장서각 및 영광 불갑사에 소장되어 있다. 흥덕사에서 인쇄된 금속활자본만으로는 알 수 없는 『직지』의 체제나 내용을 취암사 간행 목판본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직지』가 프랑스로 건너간 것은 하권 1책이 1800년대 말 1900년대 초 주한 불란서 공사인 꼴랭 드 쁠랑시(Collin de Plancy)의 고서적 수집에 의해서였다. 수집 시기는 1896년부터 1901년 사이인 것으로 추정된다.

『직지』의 흔적은 1900년 파리에서 열린 세계만국박람회장의 한국관에서도 찾을 수 있는데, 늦어도 1900년에는 『직지』가 꼴랭 드 쁠랑시에게 넘어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911년 3월 27일과 30일에 드루오 경매장에서 한국·중국·일본 관계의 꼴랭 드 쁠랑시 소장품 883점에 대한 물품 경매가 있었다. 이때 골동품수집가인 앙리 베베르가 180프랑에 『직지』를 구입 소장하였고, 그 후 앙리 베베르의 유언장에 준하여 1950년 파리 프랑스국립도서관에 기증되어 현재까지 보관되고 있다.

『직지』가 공식적으로 세상에 공개된 것은 유네스코가 ‘세계도서의 해’로 선포한 1972년이다. ‘세계도서의 해’를 기념하기 위해 프랑스국립도서관은 세계 각 국의 고서를 모아 “BOOKS”이라는 전시회를 개최하였다. 이 전시회의 한국과 중국 고서 담당자는 당시 도서관 연구원 재불학자 박병선 박사였다. 그는 “1968년 혹은 1969년에 『직지』를 처음으로 접하였고, 『직지』의 맨 뒷장에는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인쇄했다는 기록이 인쇄되어 있다”고 증언했다. 그리고 과학적인 증거를 선호하는 유럽인들에게 간기(刊記)외에 이 책이 금속활자본이라는 근거를 증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직지』에 나타난 금속활자본의 특징은 조선시대 금속활자의 경우 동일한 활자가 반복 사용되지만, 『직지』의 경우 동일한 활자의 같은 글자모양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것은 활자를 만들 때, 밀랍을 사용하여 주조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려 말 청주 흥덕사에서 만든 『직지』 금속활자는 밀랍 주조법으로 만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직지』는 2001년 청주에서 열린 ‘제6차 유네스코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 회의’에서 『승정원일기』와 함께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현재 프랑스에 단 한 권만이 보관되어 있다는 희귀성과 『구텐베르크 42행 성서』와 함께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동·서양의 금속활자본으로 인류의 기록문화를 혁신적으로 바꾼 최대의 유산 등이 등재이유였다.

1999년까지 등재된 세계기록유산은 원산지와 소유국이 같은 기록물만이 그 혜택을 누렸다. 그러나 한국에서 간행하고 프랑스에서 소장하고 있는 『직지』가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됨으로써, 과거 제국주의 시절에 강대국에 약탈당한 제3세계 국가의 기록물들도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이렇듯 『직지』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한국민만의 쾌거가 아니라 제국주의 시절 핍박을 받은 제3세계 등 모든 약소국들에게 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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