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한 톨도 허투루 할 수 없는 게 ‘절집공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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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한 톨도 허투루 할 수 없는 게 ‘절집공양’
  • 이병철 기자
  • 승인 2017.02.24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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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제주불교신문사 공동 프로젝트-쓰레기 없는 행복 세상만들기<3>

제주시·제주불교신문사 공동 프로젝트‘쓰레기 없는 행복 세상만들기’10회 연재를 통해 맑은 마음으로 욕심을 버리고 나눔을 실천할 때 주변환경은 밝아지고, 나아가 인간과 자연과의 조화로워질 수 있다는 불교적 마인드가 쓰레기 문제의 근본 해결 방안임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오등선원 관음회 관음재일 법회 후 공양 풍경
음식물쓰레기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 절집공양

 환경 실천은 지속적이고 가볍게 해 나가는 게 필요하다.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는 가장 기본적인 욕구에 관련된 부분이라서 강하게 밀어붙이면 대중들의 저항이 크기 마련이다.
억지로 할 경우 대중들의 반감이 나타난다. 지속적인 교육과 다양한 시도, 가볍게 할 수 있는 실천이 필요하다. 
 음식물쓰레기 줄이기는 모든 단계가 완벽해야 하는 게 아니다. 하나하나 가볍게 시도해 보는 생활 습관이 가장 중요하다. 
 더불어 왜 적게 쓰고 적게 먹어야 하는지 제주시 오등선원 신도들은 소박한 삶에 대한 경험을 법회 공양을 통해 터득하고 있다. 
 제주지역에서 사찰음식 홍포에 노력해 온 제용 스님(오등선원 주지)은 절집 생활이 곧 음식물쓰레기를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지난 20일 관음재일을 맞아 50여명의 관음회(회장 고향순)원들이 기도에 동참 후 이어진 공양현장을 취재차 나섰다. 

 

오등선원 관음회가 법회를 봉행 후 공양하는 모습이다. 첫째, 먹고 싶은 만큼 덜어서 먹는 자율배식.

#먹고 싶은 만큼 적당량만 덜어서 먹는 자율 배식
 오등선원 관음회는 매월 음력 24일 관음재일 정기법회를 봉행한다. 이날 공양간에서는 관음회원들의 점심공양을 하지만 음식물쓰레기는 거의 제로에 가깝다. 그렇다고 반찬가짓수가 적은 것은 절대 아니다. 느타리버섯 무침, 배추김치, 시금치, 콩나물 무침, 잡채, 브로콜리 등 9가지 반찬이 보는 이로 하여금 벌써 포만감을 주었다. 여기에 국과 밥 그리고 법회 전 부처님께 올렸던 무지개떡까지 밥상은 푸짐하다 못해 만찬이다.  

 음식물쓰레기 간소 배출의 첫 번째는 먹을 만큼만 덜어서 먹는 ‘자율 배식’에 있었다. 보통 단체 급식소에 가면 식당 아줌마가 양을 일괄적으로 배분해 준다. 적게 먹고 싶어도 일단 배식은 주는 대로 받고 음식은 남기는 식이다. 잔반통이 있어 음식을 남기는 것이 자연스런 문화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절집 공양 문화가 그렇듯 자신이 덜어낸 음식은 한 톨도 남기지 않는 게 기본 예의다. 
 
 오등선원 공양간 한편에 내걸린 공양게송이 이를 말한다. 
 ‘한 방울의 물에도 천지의 은혜가 스며있고, 한 톨의 곡식에도 만인의 노고가 담겨 있습니다. 정성이 깃든 음식으로 이 몸을 길러 몸과 마음을 바로하고 청정하게 살겠습니다.’

 

둘째, 덜은 음식물은 남기지 않고 다 먹기.

#덜은 음식은 남기지 않고 다 먹기
 관음회원들은 마음으로 게송한다. 그리고 음식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고자 합장 반배 후 공양한다. 한 알의 곡식이 내 입에 들어오기까지 온 우주의 은혜와 무수한 사람들의 정성과 노력이 있다는 게 공양의 참 의미인 만큼 쌀 한 톨이라도 허투루 할 수 없다. 접시에 밥과 반찬, 국을 담고 자리에 앉았다. 여기까지 누구나 따라할 수 있다. 단, 덜은 음식은 남기지 않고 다 먹어야 한다. 하지만 음식을 다 먹어갈 무렵이 가장 난코스다. 

 

셋째, 남은 음식물로 깨끗이 닦아 먹기.

#남은 음식물로 깨끗이 닦아 먹기
 바로‘그릇 닦아 먹기’다.
어떤 회원은 가지 한 조각, 어떤 회원은 무지개떡을 접시 그릇에 남겨 두었다. 식사를 마친 보리행 법당보살은 무지개떡으로 여기저기 흩어진 참깨까지 쓱~쓱 긁어모았다. 그러고는 보리행 보살의 입안으로 무지개떡은 꿀꺽 넘겨졌다. 처음 보는 이는 눈살을 찌푸릴 수도 있지만 관음회원들에게는 일상처럼 자연스러웠다. 오랜 습관을 통해 더 깨끗한 환경을 지킬 수 있다는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 낸 것이다.
무지개떡으로 접시를 깨끗이 비워낸 보리행 법당보살은“물론 처음에는 다들 어려워하죠. 하지만 다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어차피 밥 다 먹고, 반찬 먹고 몸 안에서 다 섞이는 거잖아요. 결과는 똑 같아요.”
다 공양을 마친 후 관음회원들이 남은 반찬들은 싸서 필요한 이들이 가져간다. 남았다고 해서 버리는 것이 아니라 각 가정에서 다시 비빔밥의 재료로 재활용 되는 것이다. 
육류 등의 기름진 재료가 없는 사찰음식인 만큼 일반 가정에 비해 기름기가 덜한 게 사실이다. 사찰 음식의 기본양념이 된장, 간장, 소금 이외에 쓰지 않기 때문에 공양 후의 접시 또한 깔끔하다. 

먹을 만큼 덜어서 먹기에 찌꺼기는 제로
남은 반찬, 집에서 비빔밥 재료로 재활용

 

넷째, 천연세제인 EM발효액으로 설거지 하기 등이다.

#EM발효액으로 설거지하기
다음은 설거지 단계다. 오등선원은 악취제거, 수질정화, 음식물 발효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EM을 활용해 설거지를 하고 있다. EM은 효모, 유산균, 누룩균 등의 80여종이 유용한 미생물이다. 여기에 일주일 동안 떠 놓았던 쌀뜬 물을 섞은 만든 EM발효액이 화학 주방세제를 대신했다.
앞서 깨끗하게 접시를 비웠기 때문에 실제로 그릇에는 설거지할 찌꺼기들이 거의 없다. 그런데도 조리와 야채를 다듬는 과정에서 나오는 미량의 음식물쓰레기는 오등선원 주변에 조성된 나무들의 퇴비화로 쓰였다. 
이처럼 자신의 양만큼 받아서 남기지 않고 먹는 절집의 공양문화는 예로부터 수행자들이 음식에 대한 탐심을 버리는 수행으로 여겼다.  음식물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무엇보다 음식물쓰레기 자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절집 같은 공양문화의 생활습관을 만드는데서 시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정에서, 식당에서 음식물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식습관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이런 환경 실천은 자녀들에게도 좋은 교육 모델이 될 것이다. 또한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 나중엔 쓰레기 자체를 줄이려는 노력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오등선원의 음식물쓰레기 단계는 다음과 같다. △먹고 싶은 만큼 적당량만 덜어서 먹는 자율 배식 △덜은 음식은 남기지 않고 다 먹기 △남은 음식물로 깨끗이 닦아 먹기 △EM발효액으로 설거지하기 △남은 음식물은 텃밭에 거름으로 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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