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콘
유종인
손으로 집어먹을 수 있는 꽃,
꽃은 열매 속에도 있다
단단한 씨앗들
뜨거움을 벗어버리려고
속을 밖으로
뒤집어쓰고 있다
내 마음 진창이라 캄캄했을 때
창문 깨고 투신하듯
내 맘을 네 속으로 까뒤집어 보인 때
꽃이다
뜨거움을 감출 수 없는 곳에서
나는 속을 뒤집었다, 밖이
안으로 들어왔다, 안은
밖으로 쏟아져나왔다 꽃은
견딜 수 없는 구토다
나는 꽃을 집어먹었다
시인 김수영은 산문 「시여, 침을 뱉어라」를 통해 온몸으로 밀고나가는 시를 강조했다.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부정에 대항하여 국민들이 온몸으로 밀고나간 결과 모처럼 봄다운 봄을 맞이했다. 팝콘 같은 목련 핀 봄날. 문학평론가 이명원의 산문집 제목처럼 ‘담벼락에 대고 욕이라도’ 했던 지난 겨울. 이 시에서 ‘꽃’을 민주주의로 바꿔보자. 그러면 “꽃은 견딜 수 없는 구토다”를“민주주의는 견딜 수 없는 구토다”로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민주주의를 집어먹었다.
/현택훈(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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