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경 (SN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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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 경 (SN20:2)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7.03.17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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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경전으로의 초대

≪경전≫

세존께서는 조그만 먼지덩이를 손톱 끝에 올린 뒤 비구들을 불러서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내가 손톱 끝에 올린 조그만 이 먼지덩이와 저 대지 가운데 어떤 것이 더 많은가?”

“세존이시여, 이 대지가 더 많습니다. 세존께서 손톱 끝에 올리신 조그만 그 먼지덩이는 아주 적습니다. 세존께서 손톱 끝에 올리신 조그만 그 먼지덩이는 대지에 비하면 헤아릴 것도 못되고 비교할 것도 못되며 아예 한 조각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비구들이여, 그와 같이 다시 인간에 태어나는 중생들은 참으로 적다. 인간이 아닌 다른 곳에 태어나는 중생들이 훨씬 더 많다.”

“비구들이여, 그러므로 그대들은 참으로 이와 같이 공부지어야 한다. ‘우리는 방일하지 않고 머무르리라.’라고, 그대들은 이와 같이 공부지어야 한다.”

【해설】

무명에 의한 갈애의 에너지가 완전히 소진돼 완전한 깨달음을 성취한 아라한의 경지에 들어서지 않는 한 몸이 무너져 죽은 뒤에 반드시 육도(지옥-축생-아귀-아수라-인간-천상)를 윤회한다는 것이 불교의 가르침입니다.

불교에서는 우주 법계 내에 몸과 인식이 같거나 다른 가지가지의 존재들이 실재하고 있음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업(kamma)의 여러 가지를 조건으로 높거나 낮음, 저열하거나 수승함, 선처에 태어나거나 악처에 태어남과 같은 중생들의 행처[行處, gati]가 다양하다는 뜻입니다.

‘업에 의해서 세상은 전개되고, 업에 의해서 사람들은 전개되며, 업에 묶인 중생들은 굴러가나니 수레가 비녀장에 의지하여 굴러가듯이.’ 이 게송은 『숫따니빠따』에 기록된 부처님 말씀입니다.

인간으로 태어나더라도 업의 다양함을 조건으로 잘생기거나 못생김, 좋은 태생이거나 나쁜 태생임, 온전하거나 불구임과 같은 중생들의 자기 존재에 따른 다양함이 뒤따른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육도윤회의 세계에서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도 훨씬 어렵기도 하지만 불연(佛緣)이 있다면 큰 은혜를 입은 것입니다. 사람으로 태어났더라도 불교에 흥미가 없거나, 불법승 삼보에 믿음이 없거나 혹은 잘못된 사견에 빠졌다면 다시 선처에 태어나거나 열반의 궁극적 행복을 얻을 수 없습니다.

나가르주나 존자(용수보살)는 인도 대승불교의 사상을 확립한 대학자로서 공(空)사상을 선양한 중관(中觀)의 개조입니다. 용수보살은 그의 친구인 ‘샤타바하나’ 국왕에게 보내는 편지-「권계왕송」에서 ‘육도에 윤회하는 가운데 사람으로 태어났을 때 비로소 윤회의 고통에서 해탈하는 수행을 할 수 없는 장애로부터 벗어나 여덟 가지 여유[八有暇]를 갖출 수 있다.’고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 여덟 가지 유가라 함은 지옥, 아귀, 축생, 오래 사는 신[長壽天], 미개한 지역, 사견(邪見)이 있는 집, 불법이 없는 7곳에 태어나지 않고, 어리석지 않아서 불법 수행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금생에 지옥이나 축생으로 태어나지 않고 인간으로 태어난 것은 과거에 큰 공덕을 지었다는 것인데, 금생에 지계와 보시의 공덕을 쌓지 못했다면 내생에는 삼악도에 떨어진다는 것이 세존의 교설입니다. 세존께서는 사람의 몸 받기가 낙타가 바늘구멍을 들어가는 것처럼 희유할 뿐만 아니라 부처님의 정법을 만나는 것은 그보다 더 힘들고 이에 더하여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할 때 태어나는 것은 더더욱 힘들다는 점을 강조하셨습니다. 그 정법이라 함은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 사성제를 말합니다.

출가수행자들에 비해 재가자들의 공덕은 매우 적지만, 바른 정진을 하려면 먼저 유익한 법들과 해로운 법들을 주의 깊게 간택해서 선근을 배양해나가야 합니다. 특히 이 작은 몸뚱이가 ‘나’이고, ‘내 것이다’라는 자아의식은 사견으로, 불교수행자가 경계해야 할 퇴보하는 법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세상은 욕망과 성냄으로 불타고 있습니다. 몸이 무너져 죽은 뒤에 다시 인간이나 천신으로 태어나고 싶다면 더 나아가 완전한 깨달음을 성취하려면 팔정도를 닦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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