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나 경 (AN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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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나 경 (AN4:36)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7.03.17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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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경전으로의 초대

≪경전≫

도나 바라문이 세존의 발자국에 따라가다가 그 발자국에 바퀴[輪]들이 나타나 있고 그들 바퀴에는 천 개의 바퀴살과 테와 중심부가 있어서 일체를 두루 갖추고 있는 것을 보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참으로 경이롭구나. 참으로 놀랍구나. 참으로 이것은 인간의 발자국이 아닐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길에서 벗어나 어떤 나무 아래에 가셔서 가부좌를 틀고 몸을 곧추세우고 전면에 마음챙김을 확립하여 앉으셨다.

그러자 도나 바라문은 세존께서 아라한도와 함께 하는 삼매에 드신 것을 보았다. 가서는 세존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존자께서는 신이 되실 것입니까?”

“바라문이여, 나는 신이 되지 않을 것이다.”

“존자께서는 간답바(gandhabba)가 되실 것입니까?”

“바라문이여, 나는 간답바가 되지 않을 것이다.”

“존자께서는 약카(yakkha)가 되실 것입니까?”

"바라문이여, 나는 약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존자께서는 인간이 되실 것입니까?

“바라문이여, 나는 인간이 되지 않을 것이다.”

“제가 ‘존자께서는 신이 되실 것입니까?’라고 여쭈면 ‘바라문이여, 나는 신이 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대답하시고 … ‘존자께서는 인간이 되실 것입니까?’라고 여쭈면 ‘바라문이여, 나는 인간이 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대답하십니다. 그러면 존자께서는 무엇이 되실 것입니까?”

“바라문이여, 내가 저 번뇌들을 모두 버리지 못했다면 나는 신으로 태어나거나 하늘을 나는 간답바가 되거나 약카로 가거나 인간으로 태어날 것이다. 그러나 나의 번뇌들은 모두 제거되었고 그 뿌리가 잘렸고 줄기만 남은 야자수처럼 되었고 멸절되었고 미래에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끔 되었다. 바라문이여, 예를 들면 연꽃이 물에서 생겨나 물에서 자라지만 물을 벗어나서 물에 젖지 않고 피어있는 것과 같다. 바라문이여, 그런 나를 부처라고 호지하라.”

【해설】

도나 바라문은 본경에서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불환과를 얻었고, 부처님의 열반 후 부처님의 사리 배분을 담당한 바로 그 바라문입니다.

널리 통용되는 신들이란, 여섯 가지 욕계 천상과 16계 색계 천상과 4가지 무색계 천상에 거주하는 신들을 말합니다. 이 신들은 인간보다 위력이 크고 수명 또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길다고 합니다.

간답바는 사대왕천의 신들을 말하고, 약카는 중국에서 야차[夜叉]로 한역하고 있고, 한국에서는 정령, 귀신, 요정, 도깨비 등을 일컫는 말로 정착되고 있는데, 힘이 아주 센 비인간적 존재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불교는 유일신이나 창조주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신은 인간이나 중생이나 축생 등과 같이 개념적 존재일 뿐입니다. 인간들 가운데 위력이 있는 절대군주가 있듯이 신들 가운데도 위력이 더 있는 신들은 있겠지만, 유일신은 없고 세상이나 인간을 창조한 신이란 결코 있을 수 없다는 것이 부처님의 말씀입니다.

신들은 성자가 아닙니다. 신들도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를 통찰하지 못하면 단지 범부일 뿐이고 윤회하는 존재에 불과합니다. 「라훌라를 교계한 짧은 경」(M147)에서 수 천 명의 천신들이 ‘생긴 것은 무엇이건 모두 멸하기 마련이다[集法卽滅法].’라는 세존의 설법을 듣고 성자의 흐름에 들었다고 합니다.

다른 종교는 모두 아(我)에 입각해 있기 때문에 절대자나 창조주에 의지하여 복을 비는 기도를 하지만, 불교는 무아(無我)에 입각해 있기 때문에 신 앞에 아무리 제사를 지내고 빌고 바쳐도 복을 얻을 수 없습니다.

진정한 행복, 진정한 평화는 마음 안에서 구해야 합니다. 불교는 마음의 종교라서 마음을 길들여서 탐욕, 성냄, 어리석음의 세 가지 독심(毒心)의 뿌리를 뽑아 말끔히 없애 버리라고 가르칩니다.

그 길[道]은 과거의 부처님들께서도 걸었던 옛길, 곧 성스러운 팔정도를 뜻합니다. 팔정도를 닦아서 저 불사(不死)의 길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함이 불교도의 삶을 바르게 실천하는 것이 아닐까요.

늘 암송해도 새롭기만 한, 저 유명한 통불게-법구경 183게송은 고통 받는 중생들을 열반이라는 안전과 평화의 안식처로 인도하는 메시지입니다.

/유현 김승석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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