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을 따름 경 (AN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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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을 따름 경 (AN4:5)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7.03.1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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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경전으로의 초대

《경전》

“비구들이여, 세상에는 네 부류의 사람이 있다. 무엇이 넷인가? 흐름을 따르는 사람, 흐름을 거스르는 사람, 확고하게 서있는 사람, 흐름을 건너 저 언덕에 가서 맨 땅에 서있는 번뇌 다한 바라문이다.”

“비구들이여, 여기 어떤 사람은 감각적 욕망에 빠져 지내고 악한 업을 짓는다. 비구들이여, 이를 일러 흐름을 따르는 사람이라 한다.”

“비구들이여, 여기 어떤 사람은 감각적 욕망에 빠져 지내지 않고 악한 업을 짓지 않는다. 그는 괴로움을 겪고 정신적 고통을 겪어 얼굴이 눈물이 범벅이 되도록 울면서도 완전하고 지극히 깨끗한 청정범행을 닦는다. 비구들이여, 이를 일러 흐름을 거스르는 사람이라 한다.”

“비구들이여, 여기 어떤 사람은 다섯 가지 낮은 단계의 족쇄를 완전히 없애고 정거천에 화생하여 그곳에서 완전히 열반에 들어 그 세계로부터 다시 돌아오지 않는 법을 얻는다.[不還者] 비구들이여, 이를 일러 확고하게 서있는 사람이라 한다.”

“비구들이여, 여기 어떤 사람은 모든 번뇌가 다하여 아무 번뇌가 없는 마음의 해탈[心解脫]과 통찰 지(知)를 통한 해탈[彗解脫]을 바로 지금 여기에서 스스로 최상의 지혜로 알고 실현하고 구족하여 머문다. 비구들이여, 이를 일러 흐름을 건너 저 언덕에 가서 맨 땅에 서 있는 번뇌 다한 바라문이라 한다.”

【해설】

불교는 윤회의 바다에서 중생들의 생사가 거듭되는 것을 거센 흐름[暴流]에 비유합니다. 반면에 열반은 그러한 거듭되는 윤회가 끝나 파도가 미치지 않는 해안을 뜻합니다.

초기경전 주석서에 따르면, 존재를 존재의 영역에 가라앉게 하고 보다 높은 정신 상태나 열반으로 향하게 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뜻에서 이를 거센 흐름이라고 말합니다.

여기에는 네 가지 흐름이 있는데, 그 중 첫 번째가 감각적 욕망의 폭류[欲流]입니다. 이는 오감을 통해 일어나는 다섯 가닥의 감각적 욕망에 대한 집착이라는 뜻입니다.

욕계에 사는 인간들은 다섯 가닥의 감각적 욕망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즉 눈으로 인식되는 형상들, 귀로 인식되는 소리들, 코로 인식되는 냄새들, 혀로 인식되는 맛들, 몸으로 인식되는 감촉들에 대하여 원하고, 좋아하고, 마음에 들고, 사랑스럽고, 달콤하고, 매혹적인 것이라고 표상을 일으켜 이를 거머쥡니다.

그들은 갈애에 얽매여서 거듭거듭 태어나고 늙고 죽어야 하는 윤회의 바다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세존께서는 마음이 머무는 곳이요 천착하는 곳이요 잠재하는 곳으로 갈애와 사견을 으뜸으로 강조하셨습니다.

여기서 갈애라 함은 대상을 좋아해서 생기는 것을 뜻하고, 사견은 대상을 상락아정(常樂我淨)으로 잘못 알아서 생기는 것을 뜻합니다. 갈애 때문에 마음은 대상에 머무르고 가라앉게 되고, 사견 때문에 마음은 대상을 거머쥐기 위해 애쓰고 휩쓸리게 됩니다.

지계바라밀 수행으로 괴로움을 겪더라도 감각적 욕망을 버릴 수 있다면 이를 일러 흐름을 거스르는 인간으로 성자의 가문에 들어갈 자격을 얻습니다.

낮은 단계의 족쇄[五下分結]라 함은 유신견, 불법승 삼보에 대한 회의적 의심, 계금취견(계율이나 금기에 대한 집착), 감각적 쾌락에 대한 욕망. 악의를

뜻합니다. 예류자는 앞의 세 가지 족쇄를 풀었으나 뒤의 두 가지 족쇄들을 제거하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일래자는 뒤의 두 가지 족쇄가 미미하게 남아 있는 사람들입니다. 아나함(불환자)은 다섯 가지 족쇄를 완전히 푼 자이지만 높은 단계의 다섯 족쇄를 완전히 풀지 못한 자를 뜻하고, 아라한은 열 가지 족쇄에서 완전히 벗어난 최고의 성자를 뜻합니다.

‘제행무상, 제법무아‘란 연기법의 다른 표현입니다. 세존께서 연기를 깨달았기 때문에 폭류를 건너 피안에 이르셨습니다. 연기에 사무치면 존재의 공성(空性)을 알고 보게 되어 경계에 끌려 다니지 않고 휘둘리지 않아서 머물고 휩쓸리지 않은 마음의 평화가 저절로 드러납니다.

/유현 김승석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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