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다까 경 (SN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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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다까 경 (SN10:1)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7.03.17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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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경전으로의 초대

≪경전≫

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때 세존께서는 라자가하에서 인다 산봉우리의 인다까 약카(yakkha)의 처소에 머무셨다.

2. 그때 인다까 약카가 세존께 다가갔다. 가서는 세존께 게송으로 여쭈었다.

“물질은 생명이 아니라고 부처님들 말씀하네.

그렇다면 이 몸은 어떻게 해서 생겨났고

뼈나 간 등 살점 덩이는 어디서 온 것이며

어떻게 그것들이 모태에 안착합니까?“

3. [세존]

“맨 처음 모태에서 깔랄라가 있고 깔랄라로부터는 압부다가 있네.

압부다에서 빼시가 생기고 빼시가 성장하여 가나가 되네.

가나에서 다시 돌출부가 생겨 머리털, 몸 털, 발톱 등이 생겨나도다.”

【해설】

‘약카’는 중국에서 야차(夜叉)로 한역되었고, 우리말로는 정령, 귀신, 요정, 도깨비 등 나쁜 비인간인 존재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본경에서는 세존께서 천신을 약카로 부르셨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약카는 개아(個我)가 존재한다는 이론을 가졌고, 또 한꺼번에 중생은 완성된 형태로 모태에 든다고 생각하고선 물질은 생명이 아니라는 부처님의 말씀에 의문을 품고 부처님께 여쭙게 되었다고 합니다.

사람이 죽어서 무엇이 되며, 어디로 가나 하는 의문은 까마득한 옛적부터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사였습니다. 죽고 난 후에 내생이 있다고 믿는 것을 비과학적이라고 보는 유물론자들(=사후단멸론)도 있는가 하면, 전통 기독교에서는 인간은 하느님의 피조물이기 때문에 불멸의 영혼을 갖고 있고 죽은 뒤 선한 사람은 천당에, 악한 사람은 지옥으로 가게 되며 그 천당과 지옥은 영원하다는 ‘사후 존속론’의 입장에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삶과 죽음이란 비인격적[無我] 의식의 흐름일 뿐이고, 그것은 무명과 갈애의 충동을 받아 한 생에서 다음 생으로 흐르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불멸의 영혼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불교의 연기법에 의하면 죽음의 순간, 마음에 업의 표상[業相]이 일어났다가 멸하고 이 업상은 밀랍 위에 찍힌 도장처럼 자궁-모태 속에 새로 생성하는 식(識)-마음에 각인되어 새 존재[名色]가 이루어진다고 말합니다.

아비담바 불교에서는 인간으로 재생할 때 자궁에서 제일 먼저 생기는 물질은 심장, 몸, 성 10원소 깔라파(물질의 최소단위)인데 이것은 모두 업에서 생긴 물질이라고 말합니다.

현대의학에서는 지름이 겨우 0.2㎜에 불과한 수정란에서 인간의 생명이 시작된다고 말합니다. 수정되는 순간, 아기의 성별은 물론 키, 피부색, 머리카락 모양 등 양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적 특성 모두가 이 작은 수정란의 유전자에 입력된다고 말합니다. 임신 8주가 지나면 아가미나 꼬리가 사라져 태아(아기)라고 불리게 됩니다.

인간의 성격과 정신적 특성들이 유전적으로 이어진다는 서양의학의 설명은 불교에서 용납되지 않습니다. 육체적인 측면에서 유전적 요인은 작용할 수 있지만 불교에서는 다시 태어날 때 부모를 선택하는 것도 어떤 형태의 친화력에 의해서나 과거 업연(業緣)에 의해서 영향을 입게 된다고 말합니다. 쉽게 말하면 복제인간을 만들 수 없다는 것입니다.

본경에서 세존께서 말씀하신 ‘깔랄라’는 수정란을 비유한 것이고, ‘압부다’는 수태 후 일주일이 지나서 생긴 모습을, ‘빼시’는 2주일이 지나서 생긴 모습을,

‘가나’는 3주일이 지나서 생긴 달걀 모양의 고깃덩이, 즉 자궁의 크기를 비유하신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돌출부가 생긴다는 것’은 5주째에 두 깨씩의 손과 발과 머리가 되기 위한 다섯 돌기들이 생긴다는 뜻입니다. 세존께서는 중생이란 한꺼번에 완성된 형태로 모태에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점차적으로 성장하는 것이라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서 이 게송을 설하신 것이라고 주석서에서 토를 달고 있습니다.

본경에서 세존께서 하신 말씀은 현대의학에서 태아의 성장과정을 설명하는 것과 거의 비슷하다는 점에서 경이롭기만 합니다.

/유현 김승석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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