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훌라를 가르친 경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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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훌라를 가르친 경 (6)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7.03.1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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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경전으로의 초대

《니까야 : M62》

16. “라훌라야, 땅을 닮는 수행을 닦아라. 라훌라야, 땅을 닮는 수행을 닦으면 마음에 드는 감각접촉[觸]과 마음에 들지 않는 감각접촉이 일어나더라도 그런 것이 마음을 사로잡지 못할 것이다. 라훌라야, 예를 들면 땅에 깨끗한 것을 던지기도 하고 더러운 것을 던지기도 하고 똥을 누기도 하고 오줌을 누기도 하고 침을 뱉기도 하고 고름을 짜서 버리기도 하고 피를 흘리기도 하지만, 땅은 그 때문에 놀라지도 않고 모욕을 당하지도 않고 넌더리치지도 않는다.”

17. “라훌라야, 물을 닮는 수행을 닦아라, 라훌라야, 물을 닮는 수행을 닦으면 마음에 드는 감각접촉[觸]과 마음에 들지 않는 감각접촉이 일어나더라도 그런 것이 마음을 사로잡지 못할 것이다. 라훌라야, 예를 들면 물에 깨끗한 것, 더러운 것, 똥, 오줌, 침, 고름, 피를 씻기도 하지만, 물은 그 때문에 놀라지도 않고 모욕을 당하지도 않고 넌더리치지도 않는다.”

18. “라훌라야, 불은 닮는 수행을 닦아라. 라훌라야, 불을 닮는 수행을 닦으면 마음에 드는 감각접촉[觸]과 마음에 들지 않는 감각접촉이 일어나더라도 그런 것이 마음을 사로잡지 못할 것이다. 라훌라야, 예를 들면 불이 깨끗한 것, 더러운 것, 똥, 오줌, 침, 고름, 피를 태우기도 하지만 불은 그 때문에 놀라지도 않고 모욕을 당하지도 않고 넌더리치지도 않는다.”

19. “라훌라야, 바람을 닮는 수행을 닦아라. 라훌라야, 바람을 닮는 수행을 닦으면 마음에 드는 감각접촉[觸]과 마음에 들지 않는 감각접촉이 일어나더라도 그런 것이 마음을 사로잡지 못할 것이다. 라훌라야, 예를 들면 바람이 깨끗한 것, 더러운 것, 똥, 오줌, 침, 고름, 피를 불어 날리기도 하지만, 바람은 그 때문에 놀라지도 않고 모욕을 당하지도 않고 넌더리치지도 않는다.”

20. “라훌라야, 허공을 닮는 수행을 닦아라. 라훌라야, 허공을 닮는 수행을 닦으면, 허공이 어느 곳에도 머물지 않는 것처럼 그와 같이 마음에 드는 감각접촉[觸]과 마음에 들지 않는 감각접촉이 일어나더라도 그런 것이 마음을 사로잡지 못할 것이다.”

【해설】

세존께서는 라훌라에게 원하는 대상에 집착하지 않고 원하지 않는 대상에 성내지 않는 것, 즉 공평함의 특징을 가르치시기 위해서 ‘지-수-화-풍-허공’의 다섯 가지 요소를 명상주제로 삼아 수행하라고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마음에 드는 감각접촉이란 탐욕이 함께한 마음과 관련되고, 마음에 들지 않는 감각접촉이란 성냄이 함께한 마음과 관련된 감각접촉을 말합니다.

감각접촉은 12연기의 여섯 번째 고리입니다. 여기에는 여섯 가지가 있습니다.

눈의 형색에 대한 감각접촉, 귀의 소리에 대한 감각접촉, 코의 냄새에 대한 감각접촉, 혀의 맛에 대한 감각접촉, 몸의 감촉에 대한 감각접촉, 마노[意]의 법에 대한 감각접촉 등. 이 여섯 가지 감각접촉을 반연하여 느낌(연기의 일곱 번째 고리)과 갈애(연기의 여덟 번째 고리)가 일어납니다.

눈에 비친 형색, 귀에 들리는 소리, 코끝에 닿는 냄새, 혀뿌리에 닿는 다섯 가지 맛, 몸으로 인식되는 감촉 중에서 원하고 좋아하고 마음에 들고 사랑스럽다는 느낌이 일어나면, 이는 다섯 가닥의 얽매이는 감각적 욕망을 조건하여 즐거움과 기쁨이 생겨난 것입니다. 달콤함에 욕심을 내고 집착하고 친밀하고 탐착하는 것이 갈애이고, 이것은 곧 괴로움의 일어남입니다.

여섯 감관이 여섯 대상과 부딪힐 때 느낌이 일어나면서 원치 않는 일을 해야 하거나 또 원하는 것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게 방해받게 되면 성냄이 일어납니다. 탐욕과 성냄은 함께 일어나지 않습니다.

느낌은 불쾌를 버리고 쾌(快)를 추구하는 갈애를 일으키고 갈애가 강력해지면 감각적 쾌락에 대한 욕망과 사견을 바탕으로 한 강력한 취착을 낳게 되고, 이 집착이 무르익어 생각과 말과 몸으로 해로운 행위를 하게 되는데, 이런 오염원으로부터 마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다섯 가지 요소를 명상주제로 삼아 수행하라고 가르치신 것입니다.

/ 유현 김승석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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