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훌라를 가르친 경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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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훌라를 가르친 경 (7)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7.03.17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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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경전으로의 초대

《니까야 : M62》

21. “라훌라야, ① 자애[慈]의 수행을 닦아라. 네가 자애의 수행을 닦으면 어떤 악의라도 다 제거될 것이다. ② 연민[悲]의 수행을 닦아라. 네가 연민의 수행을 닦으면 어떤 잔인함이라고 다 제거될 것이다. ③ 더불어 기뻐함[喜]의 수행을 닦아라. 네가 더불어 기뻐함의 수행을 닦으면 어떤 싫어함이라도 다 제거될 것이다. ④ 평온[捨]의 수행을 닦아라. 네가 평온의 수행을 닦으면 어떤 적의라도 다 제거될 것이다.”

【해설】

마음은 모양도 냄새도 소리도 없습니다. 하지만 느낌이나 생각이나 의도라는 마음씨를 통해 마음의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알 수 있습니다. 마음속에 미움, 성냄, 짜증이 일어나면 욕설을 하거나 주먹질합니다. 마치 수레바퀴가 수레를 따르는 이치이지요.

자(慈)는 자애이며, 비(悲)는 연민과 동정심이고, 희(喜)는 더불어 기뻐함이고, 사(捨)는 평온을 뜻하는데, 자비희사(慈悲喜捨)의 마음을 초기불교나 대승불교에서는 사무량심(四無量心)이라 부릅니다.

자애명상은 사랑과 연민이라는 특정한 마음상태를 외부세계로 방사하는 독특한 수행법입니다. 자애라고 번역되는 빨리어 멧따(mettā)는 사랑, 우호, 연민, 호감, 타인에 대한 능동적인 관심의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것은 신(神)의 은총과 같은 자애가 아니라, 수행자가 닦고 개발한 것으로서, ‘모든 존재들이 다 행복하고 평안하기를 바라는’ 그런 거룩하고 고결한 마음가짐입니다.

가없는 자애[慈]는 연민[悲]이 편파적으로 흐르지 않도록 지켜주고, 더불어 기뻐함[喜]은 마음의 긴장을 풀어주고 고통스럽게 불타는 동정심을 진정시킵니다. 평온[捨]은 자애와 연민이 헛된 발길질을 하거나 무절제한 감정의 격류에 빠지지 않도록 보호합니다.

불교뿐만 아니라 다른 종교의 가르침도 비슷합니다. 유교에서는 ‘마음을 어질게 쓰라.’ ‘효도하는 데 쓰라.’ ‘친구와 우애하는 쓰라.’고 하고, 기독교에서는 ‘사랑하는 데 쓰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사무량심은 저절로 생기지 않습니다. 먼저 성냄의 반대가 되는 자애심을 일으켜야 하고, 이런 마음이 충만해야만 연민의 마음도 뒤따라 일어나게 됩니다. 자비심이 충만할 때 선정을 방해하는 다섯 가지 장애(五蓋)들로부터 벗어난다는 의미에서 그것을 일러 마음의 해탈을 얻은 성자라 합니다.

세존께서는 ‘마치 어머니가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외아들을 보호하듯이 모든 살아있는 존재에 대해서 끊임없는 자애심을 닦아야 한다.’고 설하셨습니다. 증오는 증오를 낳을 뿐이고, 오로지 자애만이 성냄과 증오와 적의를 녹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발심 수행자들이 자애를 통한 마음의 해탈[慈心解脫]을 계발하고, 닦고, 많이 공부 짓고, 수레로 삼고, 기초로 삼고, 확립하고, 굳건히 하고, 부지런히 닦으면 여덟 가지 이익이 기대된다고 설하셨습니다.

그 여덟 가지란 “편안하게 잠들고, 편안하게 깨어나고, 악몽을 꾸지 않고, 사람들이 좋아하고, 비인간들이 좋아하고, 신들이 보호하고, 불이나 독이나 무기가 그를 해치지 못하고, 더 높은 경지를 통찰하지 못하더라도 범천(Brahma)의 세상에 태어난다.”는 것입니다.

필자에게도 자애명상을 하여 얻은 결실이 있습니다. 긴장이 풀리고, 온갖 갈등과 대립이 줄어들고, 무한경쟁에 입은 상처가 치유되며 자기중심을 떠나 소통과 관계가 증가됨을 압니다. 이런 세속적인 유익함 이외에 안색이 맑아지고 빨리 마음은 삼매에 듭니다.

네 가지 거룩한 마음가짐이 수행법의 영역에 들어오게 되면 이는 깨달음을 실현하는 위빠사나의 기초가 되는 강한 힘을 낳는 토대가 됩니다. 『맛지마 니까야』의 「앗타까나가라 경」(M53)에서 그 가르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애수행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성냄의 위험과 인욕의 이익을 반조하기 위해서입니다.

/ 유현 김승석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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