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훌라를 가르친 경 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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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훌라를 가르친 경 ⑼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7.03.17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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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경전으로의 초대

《니까야 : S18:11》

23. “라훌라야,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눈은 항상한가, 무상한가?”

“무상합니다, 세존이시여.”

“그러면 무상한 것은 괴로움인가, 즐거움인가?”

“괴로움입니다, 세존이시여.”

“그러면 무상하고 괴로움이고 변하기 마련인 것을 두고 ‘이것은 내 것이다. 이것은 나다. 이것은 나의 자아다.’라고 관찰하는 것이 타당하겠는가?”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라훌라여,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귀는 … 코는 … 혀는 … 몸은 … 마노[意]는 항상한가, 무상한가?”

“무상합니다, 세존이시여.”

“그러면 무상한 것은 괴로움인가, 즐거움인가?”

“괴로움입니다, 세존이시여.”

“그러면 무상하고 괴로움이고 변하기 마련인 것을 두고 ‘이것은 내 것이다. 이것은 나다. 이것은 나의 자아다.’라고 관찰하는 것이 타당하겠는가?”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24. “라훌라여, 이렇게 보는 잘 배운 성스러운 제자는 눈에 대해서도 염오하고, 귀에 대해서도 염오하고, 코에 대해서도 염오하고, 혀에 대해서도 염오하고, 몸에 대해서도 염오하고, 마노에 대해서도 염오한다. 염오하면서 탐욕이 빛바래고, 탐욕이 빛바래므로 해탈한다. 해탈하면 해탈했다는 지혜가 있다. ‘태어남은 다했다. 청정 범행(梵行)은 성취되었다. 할 일을 다 해 마쳤다. 다시는 어떤 존재로도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라고 꿰뚫어 안다.”

【해설】

눈, 귀, 코, 혀, 몸 등의 물질의 무더기를 색온(色蘊)이라 합니다. 마음이 눈, 귀, 코, 혀, 몸의 오문(五門)으로 전향할 때 그 대상에 대해 알음알이가 일어남과 동시에 의문(意門, 마노)에서 이를 받아들여, 조사하는 마음이 일어납니다. 물질은 온도, 바람, 햇빛 등에 의해 변형됩니다. 변형은 형태나 모양이 바뀌는 것을 말합니다. 즉 변형되는 성질을 가진 것이 물질인데 이것은 물질만이 갖고 있는 특징입니다.

정신 또는 마음은 대상을 향해 기울기 때문에 ‘기운다’는 뜻에서 정신이라 말합니다. 기우는 특징을 가진 것이라 함은 대상과 대면하여 기우는 고유성질을 가졌다는 뜻입니다. 마음은 대상이 없이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즉 마음 자체가 홀로 일어나는 힘, 동력, 자재력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기본 물질을 구성하는 지수화풍이라는 4대는 모두 함께 작용하며 끊임없이 서로 부딪히고 조화를 이루고 있으나 수시로 그 균형이 깨지고 있습니다. 늙음은 몸에 수분이 빠지고 온도가 떨어지는 것이고, 죽음은 지수화풍이라는 4대의 작용이 바꿔 온도(열기)가 제로가 된 상태입니다. 요컨대 나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것은 저승사자도 아니고, 신(神)도 아니라 나를 죽이는 살인자는 바로 지수화풍이라는 4대의 변화라는 것입니다.

마음은 한순간에 일어나서 대상을 아는 기능을 수행하고 멸하고, 그 다음의 마음이 조건에 따라 일어납니다. 이렇게 마음은 흘러갑니다. 이를 일컬어 심상속(心相續)이라 하나, 이를 하나의 동일한 마음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몸을 나의 몸이라고 생각하는 한 윤회의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몸은 있지만 여러 가지 부품으로 결합된, 조건에 의해 형성된 몸이라고 알아야 합니다.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몸에 결박되고 의지해서 찰나적으로 일어났다가 사라지면서 쉬지 않고 흐르고 있을 뿐이고 영혼이라는 것은 관념일 뿐이고 실재하지 않습니다.

세존께서 몸과 마음을 여섯 감각의 문으로 해체해서 분석하신 이유는 “몸과 마음은 무상하다. 무상한 것은 괴로움이고, 괴로움은 무아다. 무아인 것은 내 것이 아니고, 내가 아니고, 나의 자아가 아니다.”라고 것을 알게 하려는데 있습니다. 알아차리면서(sati) 형색을 보되 형색에 물들지 않는 자, 소리를 듣되 소리에 물들지 않는 자는 표상을 취하지 않기 때문에 무상삼매(無相三昧)에 들어 머뭅니다.

/유현 김승석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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