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6월은 짙은 녹색의 차림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구품연지에도 계절의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 각종 수생식물 외에 수련과 노랑꽃창포가 눈에 띈다. 제철을 찾아 날아드는 한무리의 철새들은 이곳이 사찰임을 잠시 잊게 만든다. 얼마 뒤 찾아올 장마가 지나면 고귀한 연꽃이 꽃망울을 맺을 터이다. 그날을 기다리는 불자들의 설렘이란. 차인들이 곡우(穀雨)를 손꼽아 기다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처럼 법화사 구품연지는 종교적인 성소(聖所)이면서 훌륭한 생태계의 산 교육장임이 되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 같은 구품연지가 조성될 수 있었던 것은 법화사 위쪽에서 흘러나오는 절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절물’이란 절의 물이란 뜻으로서 절에서 사용하던 샘을 말한다. 예전부터 사찰을 지을 때 제일먼저 고려되는 것이 ‘물’이었다. 많은 절터에서 증명하듯 절물은 사찰입지의 최우선 조건이기도 했다. 생명수 혹은 감로수로서 말이다.
그러나 오늘날에 와서 절물은 어떠한가. 제주에는 절 오백이었다 할 만큼 상당수 폐사지에 지금도 절물이 있다. 그러나 방치된지 오래고 변변한 표석조차 없으니 이곳이 절터였음을 알 수 있는 곳은 드물다. 뿐만 아니라 인근의 농업용수로 이용되면서 주변은 농약병들이 널브러져 있어 이미 심각하게 오염이 된 곳도 흔히 찾아 볼 수 있다. 더 이상 절물을 방치할 것이 아니라, 늦기 전에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겠다. 우선 방치된 절물을 이용, 작은 연못이라도 조성해 마을의 생태교육장으로 만드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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