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되는 ‘절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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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되는 ‘절물’들
  • 이병철 기자
  • 승인 2005.06.14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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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렁이는 잔물결에 전각이 춤을 추고, 하늘의 푸르름 위에 수련이 평화롭게 피어있다. 그 수련의 잎사귀 밑으로 노니는 물고기들이 정겹기만 하다. 서귀포시 하원동 천년고찰 법화사(주지 시몽스님) 구품연지의 풍경이다.

어느덧 6월은 짙은 녹색의 차림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구품연지에도 계절의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 각종 수생식물 외에 수련과 노랑꽃창포가 눈에 띈다. 제철을 찾아 날아드는 한무리의 철새들은 이곳이 사찰임을 잠시 잊게 만든다. 얼마 뒤 찾아올 장마가 지나면 고귀한 연꽃이 꽃망울을 맺을 터이다. 그날을 기다리는 불자들의 설렘이란. 차인들이 곡우(穀雨)를 손꼽아 기다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처럼 법화사 구품연지는 종교적인 성소(聖所)이면서 훌륭한 생태계의 산 교육장임이 되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 같은 구품연지가 조성될 수 있었던 것은 법화사 위쪽에서 흘러나오는 절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절물’이란 절의 물이란 뜻으로서 절에서 사용하던 샘을 말한다. 예전부터 사찰을 지을 때 제일먼저 고려되는 것이 ‘물’이었다. 많은 절터에서 증명하듯 절물은 사찰입지의 최우선 조건이기도 했다. 생명수 혹은 감로수로서 말이다.

그러나 오늘날에 와서 절물은 어떠한가. 제주에는 절 오백이었다 할 만큼 상당수 폐사지에 지금도 절물이 있다. 그러나 방치된지 오래고 변변한 표석조차 없으니 이곳이 절터였음을 알 수 있는 곳은 드물다. 뿐만 아니라 인근의 농업용수로 이용되면서 주변은 농약병들이 널브러져 있어 이미 심각하게 오염이 된 곳도 흔히 찾아 볼 수 있다. 더 이상 절물을 방치할 것이 아니라, 늦기 전에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겠다. 우선 방치된 절물을 이용, 작은 연못이라도 조성해 마을의 생태교육장으로 만드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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