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평온이 가득했던 성지순례
상태바
내 마음의 평온이 가득했던 성지순례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7.03.31 13: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행일기

제주법화불교대학 15기(수석부회장 강만수) 동문회는 봄바람이 살랑살랑이던 지난 25~26일 부산행 비행기를 타고 신라 불심을 좇아 경주로 향했다. 

우려와는 달리 1박 2일의 기간 동안 우리의 걱정과는 달리 날씨마저 우리 편이었다. 더할 나위 없이 화창해서 순례의 즐거움을 더해주었다. 역시 부처님은 마음까지 꿰뚫고 계셨다.

처음 도착한 곳은 불교가 융성했던 천년고도 경주 남산. 멀리서 보면 낮은 산이었지만 험준한 산매였다. 깎아지른 절벽 등에 휘청거리기도 했지만 곳곳에 참배객들이 쌓아올린 돌탑들과 천여년의 세월 동안 돌에 새겨진 부처님이 우리를 향해 그윽한 미소를 전해주시는 부처님의 모습에, 그 힘듦도 ‘마음이 만들어 내는 구나’라고 바로 깨닫게 되었다. 

어디까지 올라왔을까. 잠시 잠깐 뒤를 돌아봤다. 울창한 숲 사이로 보이는 경주의 절경은‘이래서 경주 남산이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지인들과 함께 여행처럼 놀러왔다면 모르고 지나쳤을 법한 남산의 많은 문화재들에 고개가 숙여졌다. 특히 여행의 길잡이가 되어 주신 성우 스님의 말씀 하나 하나에 신라인들의 금강석 같은 불심에 동경을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후 우리 순례단이 향한 곳은 수학여행시절 단골 코스였던 석굴암과 불국사. 그때와는 사뭇 달라 보이는 이유는 몇몇 사찰을 둘러싼 지지대와 보호 그물들 때문인 듯 했다. 지난해 지진의 피해를 고스란히 홀로 떠안고 있는 탑들과 사찰들을 보며 가슴이 아파왔다. 문화재를 보호하는 대는 비용도 시간도 아주 많이 걸린다는 성우스님의 말씀에 또 한 번 마음이 아팠다. 

그런 우리에게 스님이 주신 미션! ‘황금돼지를 찾아라’ ‘매화틀을 찾아라’. 여기 저기 탐색도 잠시, 불국사의 멋진 장관은 몇 번을 봐도 ‘역시나’하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했다. 찾아야 한다는 걸 잊어버릴 찰나에 누군가의‘찾았다’하는 소리가 들렸다. 반들반들 황금색 맷돼지상이 보였다. 그랬다. 황금돼지 동상을 만지면 복을 받는다는 소문에 그동안 저 돼지를 쓰다듬고 간 사람이 몇 천 만 명은 되는 듯하다. 돼지가 닳아 질대로 닳아진 모습에도 돼지는 연신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바라보는 사람들마저 웃게 해야 한다는 미션이었다.

마지막 순례지는 경북 양산의 통도사다. 불교대학 강의 시간에 들어왔던 바로 그 통도사. 대한민국 3대 사찰 중 하나라는 그 통도사는 석굴암이나 불국사와는 달리 다소 가라앉은 고요함이 있는 사찰이었다. 아직도 공부를 하는 스님들이 많은 곳이라 그런지 목소리도 행동도 절로 다소곳하게 만드는 위엄이 있는 곳이었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셔놓은 곳까지는 진입을 하지 못했다. 문화재 보호 차원에서 문을 닫은 듯 했다. 통도사와 석굴암, 불국사는 정말 다른 매력을 갖고 있었다. 오히려 통도사가 더 인상적이었다. 석굴암 못지않은 사찰의 모습이었다.

이 문화재를 지켜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의 시간과 정성을 들였을까. 문화재의 보존을 위해 또 얼마나 많은 피땀을 흘렸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짐을 느꼈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우리 문화재를 회수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한다고 들었다. 수 천년의 역사를 지닌 우리 문화재를 하루빨리 하나라도 더 많이 국내에 안치되기를 나 또한 빌어본다.

이번 성지순례는 도내 곳곳의 성지순례와는 여러 가지 달랐다. 규모도 그렇고 하나의 관광지로서 자리매김하여 관리 면에서도 남다름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 도외 성지순례라는 단어를 접하고 과묵하고 진지하며 심각한 분위기만 연상하던 내게 이번 여행은 진정한 힐링을 위한 휴식시간과도 같았다. 깊은 감명과 진정한 휴식을 취했음을 우리 중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제주법화불교대학 15기 도반들과  성우스님께 고마움을 전한다. 함께 한 이 소중한 시간들이 우리 기억 속에 오래 오래 자리 잡게 될 거 같다. 그 흐뭇한 예감에 나의 마음엔 평온이 깃든다.

/문서영(제주법화불교대학 15기 재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