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고 또 묻는 곳에 ‘도’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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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고 또 묻는 곳에 ‘도’가 있습니다
  • 김은희 기자
  • 승인 2017.03.31 1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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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스님 지상법문

도심 포교당으로써 탄탄하게 자리를 잡은 오등선원(주지 제용 스님)이 지난 25월 개원 8주년을 맞아 송광사 주지 진화 스님을 초청해 감로 법문을 듣는 법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진화 스님은 백낙천과 도림 선사의 이야기를 들려주시면서 항상 인생의 참 의미에 대해 묻는 불자가 되기를 바랐다. <편집자 주>

2010년도에 봉은사에서 60명을 데리고 제주도로 워크샵을 왔습니다.

올레길을 만든 서명숙 씨를 강사로 초대했는데 그 때에 서명숙에게서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나 그 길을 걸으면서 길을 찾은 것이 제주도 올레길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올레길이 오늘날 엄청난 역할을 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길을 제시 해주고 있습니다. 이게 바로‘도’입니다. 

어렵고 심오한게‘도’가 아니라 묻고 또 묻고 살피기만 하면 아주 가까이 있는 것이‘도’가 됩니다. 

800년 전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인 문장가 백낙천이란 사람이 있었습니다. 유교 도교 불교에 통달한 학자로서 그 분도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고 길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공부를 많이 했는데도 답이 없어 그는 가는 데마다 큰스님을 찾아가 길을 물었다. 항주자사로 부임했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불교와 유교의 대결을 위해 찾았다는 얘기도 있지만 저는 인생의 해답을 구하기 위해 찾았다고 봅니다. 

항주자사로 부임할 때 평판이 널리 알려진 도림 선사가 있었습니다. 날을 잡아 도림선사를 찾아갔는데 도림선사는 늘 나무 위에서 자리를 잡고 정진하시는 분이라  새집 위에서 수행하시는 분이라는 ‘조가’라는 별명을 가지신 분입니다. 

그날도 낙랑장송위에서 참선을 하시고 계셨는데 저 위에 나무 위에 스님이 앉아 계시고 백낙천이 찾아와 묻는 모습이 벽화에 그림으로 많이 남아있습니다. 자사가 움직이는데 저 혼자만 갔겠습니까. 오늘 조가 선사를 찾아간다더라 하고 소문이 났을 것입니다. 백낙천이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조가 선사를 향해서 묻습니다.“스님! 스님! 위험합니다!” 위험하거든요. 왜 굳이 위에 앉아 계시는지 모르지만 위험합니다. 그런데 도림선사가 이렇게 말합니다. 

“네가 보기에는 자네가 더 위험하네.”

이렇게 답이 나오자 백낙천이 또 묻습니다.“아니, 왜 제가 더 위험합니까?”

땅을 짚고 서 있는데 왜 위험한지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그러자 선사가 말합니다. 

“자네는 왕의 한 마디에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데 왜 위험하지 않은가. 내가 보기엔 자네가 더 위험해.”

이렇게 도림 선사의 첫 마디에 백낙천이 기가 겪입니다. 그 때 당시도 모르고 사는 거예요. ‘자사’라는 위치가 엄청난 거죠. 그런데 조가 선사가 바로 일러준 겁니다. 백낙천이 한방 크게 얻어맞고 “그래도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겁니까?”하고 다시 묻습니다. 그때 답한 것이 ‘제악막작 중선봉행 자정기의 시위불법’. 나쁜 짓 하지 말고 착한 일하고 스스로 생각을 맑혀서 사는 것, 이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심오하고 진짜 눈이 팍 뜨이는 진리의 말씀을 들으려했는데 아주 평범한 답이 나온 것입니다. 백낙천이 다시 “그것 말고 더 심오한 얘기를 해 주십시오.”하자. 도림선사는 또 이렇게 말합니다. “그래 맞다. 하지만 팔십 난 노인도 그렇게 살지는 못하더라.” 위험한 줄 알면 빨리 내려와야 하는데 못 내려오거든요. 인생의 정점에 서 있는 사람인데 위험한 줄 모르죠. 왜냐, 길이 안 보이는 거죠. 그래서 끊임없이 길을 물어야 합니다. 

그래서 그 몇 마디에 아무 이야기도 못하고 그냥 케이오 패를 당한 겁니다. 그때부터 진짜 불교공부를 시작해서 진리를 찾았다는 이야깁니다. 그래서 “천상천하 무여불”이라고 노래했습니다. 이 글귀가 전국 대웅전 주련으로 많이 걸려있습니다. 

하늘 위 하늘 아래 부처님 같으신 분 없으시네. 부처님과 비교할만한 분이 없네. 부처님같이 존귀한 분을 찾을 수 없네. 이 글귀가 주련으로 되어있습니다.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상황은 누구나 있습니다. 묻고 또 묻고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하고 묻고 물어야 합니다. 

자신이 진정으로 되기를 바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하고 500명의 남자에게 물었습니다. 그러니까. 거기서 나온 대답이 뭐냐 하면 진실한 사람이 되고 싶다가 첫째로 많이 나왔고 두 번째로는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 세 번째는 믿음직한 남편 네 번째가 효도하는 아들이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어디서 이런 질문을 했을까요. 바로 교도소, 청송교도소 교정활동하는 분이 설문조사를 한 결과입니다. 어떻게 교화할까 고민하다 어떤 꿈을 갖고 있나 조사를 해봤더니 이런 대답이 나왔습니다. 

나는 내가 바라는 삶을 살고 있는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를 물어야 합니다. 내가 바뀌지 않으면 남을 바꿀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백낙천도 선사에게 길을 묻고 자기 자신의 길을 찾은 것입니다. 

봉은사에 있을 때 기도를 열심히 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작년 오월 광주광역시 용봉동 한 횟집에서 여수 수협에서 참상어를 횟감으로 구입했는데 참상어 부부가 새끼 40마리를 수족관에서 낳았다는 기사가 실려 그 사람이 방생해야 되겠다는 마음을 먹고 그 주인을 만나 상어를 사서 여수 앞바다에 방생을 했습니다. 그때 방생 전에 기도하고 놔주고 싶다고 해서 향일암 스님을 소개해서 방생기도를 했습니다. 방생하는 날이 마침 관음재일이었는데 상어가 가면서 뒤돌아보더랍니다. 한 달 뒤 5월27일 하네다 공항에서 이륙직전 대한항공 오른쪽 날개에 불이나 비상탈출을 해 승객이 모두 목숨을 구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관제탑에서 관제사가 우연히 그것을 발견하고 멈췄다고 합니다.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인데 말이죠. 바로 그때 그 방생한 사람이 그 비행기를 타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복 있는 사람이 그 안에 있으면 같이 산다는 말이 있습니다. 

여러분도 이 오등선원에서 인생의 해답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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