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단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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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단법석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7.03.3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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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

“피청구인 박근혜를 대통령직에서 파면한다”

전국민의 80%가 찬성하고 헌법재판관 8명 전원의 의견일치로 결정된 판결이다. 되돌려서는 안되는 불가역적인 이번 결정을 위해 오랜시간 동안 대한민국을 달구었던 야단법석이 한쪽에서는 촛불시위로, 한쪽에서는 태극기 시위로 벌어져 왔는데, 야단법석에는 두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는 野壇法席(야단법석)이다. 순수한 불교용어로써 ‘들판에 법단을 세우고 법회대중들이 모여 앉아 불법의 진리를 설하는 자리’라는 뜻이 있고, 두 번째는 惹端법석(야단법석)으로‘많은 사람들이 모여 몹시 소란스럽게 굴며 요란을 떠는 일’을 말한다.  

박근혜의 대통령직 파면은 반세기 가까이 대한민국에 드리웠던 박정희 일가의 검은 그림자가 거두어진 날이며, 박정희라는 박제된 영웅이 다시는 살아나서 세상을 어지럽히고 뒤짚어 놓을 수 없음을 온세상에 선언한 거대한 외침이다.

친일민족 반역과 군사독재, 유신의 더러운 구정물을 태워버리고 대한민국에 깨끗하고 맑은 청정수를 솟아나게 한 것은 각성된 시민들의 손에 들려있던 촛불의 뜨거운 열기였다. 

바람불면 꺼질 것 같았던 여리디 여린 하나하나의 촛불이 모여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우고 드디어는 혁명의 등불이 되어 불의와 거짓, 기득권을 태워버렸다. 친일과 유신독재의 맥을 이으며 시민들의 피와 희생을 먹으며 자란 악마화된 권력기득권층의 독점과 반칙, 부패와 부정의 횡행 속에서 파괴되어가던 상식과 원칙, 공정성과 투명성의 가치에 온기를 불어넣어 실린 광장의 촛불이며,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고 추악한 거짓은 진실을 덮을 수 없다는 역사적 교훈을 증명한 것이 바로 촛불의 힘이다. 

촛불은 불교적으로도 많은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다. 

촛불은 등안에 들어가 연등이 되며 연등은 육법공양의 하나이다. 또한 촛불은 무명을 태우는 반야의 상징이며, 불자들의 간절한 소망을 담은 발원의 표현이다. 촛불은 화엄법석이다. 광화문 광장의 촛불은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세상의 어둠을 몰아내고 밝은 희망의 세상을 열어가고자 하는 진정한 의미의 야단법식이다.

반면에 학처럼 고고하고 100개의 형광등을 켜놓은 것 같은 아우라를 갖고 있던 박근혜에 대한 환상이 깨어진 뒤에 오는 좌절감과 맨붕상태, 자신들이 뽑은 대통령이 전대미문의 국정농단으로 나라를 망쳤다는 눈앞의 사실을 인정할 수 없는 어르신들의 공허함 속에서 나온 태극기 시위는 이러한 참담한 현실과 불편한 진실에 마주 대하기가 어려운 보수층 어르신들의 방어기재일 뿐이다. 

탄핵은 공산화 목적의 반체제 인사들이 저지른 짓이며 ,탄핵을 조직,  음모, 거짓, 선동이라며 탄핵무효를 외치는 태극기 구국결사대의 모습은 惹端법석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여진다, 
“나쁜 놈에게는 법도 소용없고 좋은 말도 소용없는 노릇이다. 그는 선을 증오하고 있으니 그와 맞서 싸우는 것이 최선이다.” 자타카경에 나와있는 부처님 말씀이다. 

/보문 이도현 <본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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