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종교문화 지원하되 간섭하지는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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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종교문화 지원하되 간섭하지는 말아야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7.04.0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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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불교의 미래, 미래의 한국 불교’ 주제 정책 토론회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오영훈 의원(제주시 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 겸 원내부대표, 더불어민주당 불자회 연등회장, 이하 오 의원)이 지난 29일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한국 불교의 미래, 미래의 한국 불교’라는 주제로 정부 불교계 종무 정책 평가와 5월 9일 대선에 따른 차기 정부 과제 구상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월도 스님의 강론과 한국교원대학교 박병기 교수의 발제, 동국대학교 나종민 석좌교수(前 문화체육관광부 종무실장), 사단법인 불교아카데미 김윤길 원장, 대한불교 조계종 성공 스님의 지정 토론과 방청객들과의 질의응답으로 진행되었다. <편집자 주>

 

■주제발표 = 박병기<정의평화불교연대 공동대표>
불교는 사회적 역할에서 소극적이었지만, 성철 스님과 법정 스님의 상징적인 정신적 샘물 역할을 해내고 있다.

그럼에도 전반적으로 불교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이다. 불교는 ‘외제차를 타는 주지스님’이나 ‘길 막고 통행세를 받는 절’로 상징되는 부정적 인식이 부각되어 있다. 이런 가운데 2005년에서 2015년에 이르는 10년 만에 종교를 갖지 않고 있다고 답한 사람들의 숫자가 전 국민의 10% 가까이 증가할 정도로 종교 자체가 위축되어가고 있지만,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목소리는 분명히 각 종교 내부에 존재함에도 쉽게 확산되거나 적극적으로 대응하고자 하는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불교는 21세기 초반 현재 전통문화재의 절대 다수를 점유하면서‘살아있는 전통’으로서의 위상을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화려한 역사와 현상 속에는 조선의 척불정책과 일제 왜색불교로의 왜곡, 이승만 정권의 정치적 판단이 개입된 ‘불교 정화’등의 부정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일부 종단 고위층 승려들의 부도덕하고 탈법적인 행위의 만연과 승가 내 빈부격차의 확대, 비구와 비구니, 승가와 재가 사이의 차별과 억압 같은 부정적인 요소가 함께 섞여 있어‘도대체 우리 불교가 어쩌다 이렇게까지 되었을까’하는 우려를 자아내기도 한다.

물론 치열한 수행자의 모습을 간직하면서 결제철이 되면 안거에 드는 1,200여 수좌회 스님들과, 명상 문화를 이끌면서 생업에 지친 시민들에게 위안을 주는 템플스테이의 정착, 복지관 등을 통한 사회복지제도에서의 일정한 역할 등 긍정적인 요소도 충분히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그런데 이러한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평가는 동시에 수좌들을 지속적으로 내모는 사판승 위주의 절집 문화 정착과 과도한 경쟁의 내면화로 인해 피로에 지친 사람들의 에너지 재충전을 통한 자본주의 체제의 공고화 기여, 보다 적극적인 보살행과 사회 정의에 대한 전반적인 무관심 같은 비판을 동반할 수 있을 때라야 비로소 받아들여질 수 있다.

시민사회를 전제로 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은 종교, 특히 제도종교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 것일까? 

첫째, 정교분리의 원칙과 정치적 중립성을 엄정하게 지킨다는 전제 속에서 관계 설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불교는 일제 식민지주의자들과 이승만정권의 부당한 간섭과 관리라는 어두운 역사를 안은 채 20세기를 보냈고, 그것은 다시 10·27법난이라고 불리는 소위 ‘불자대통령 전두환’의 야만적인 침탈의 역사로 이어졌다. 그 후 정권에서는 겉으로 드러난 간섭은 많지 않았지만, 사찰 지원금 등을 매개로 삼아 서로가 서로에게 얽히는 어둠의 역사를 지금까지도 온전히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제 국가의 문화적 역할은 정치적 중립성을 기반으로 삼아 각 종교와 종교문화의 가치에 대한 객관적 평가에 기반을 두고 지원하되 간섭하지는 않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산하의 종무실 또한 주요 정책은 반드시 중립적인 종교문화정책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는 보완책이 모색할 필요가 있다.

둘째, 국가는 종교간 평화는 물론 종교인과 비종교인 사이의 대화의 장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지원해야 하며, 그 바탕이 되는 종교윤리 교육의 장을 활성화해야 한다. 

종교학과 철학, 종교사회학 등 종교 관련 학자들의 연구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바탕 위에서 다양한 종교간 대화의 장을 마련해주어야 하고, 특히 공교육 체제 안에서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종교교육을 종교윤리를 중심으로 이끌어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셋째, 구체적인 불교 관련 정책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각 사찰이 문화재 관람료를 폐지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주어야 하고, 불교의 자율적인 참여를 전제로 승려노후복지제도 지원 등 수행문화 정착을 위한 확립에 물질적·제도적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문화재 관람료 문제는 시민들이 불교에 대해 갖는 부정적 인식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되고 있고, 승려노후복지 문제는 승가 내 빈부격차 문제와도 연결되면서 건전한 수행문화를 해치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국보와 보물 같은 문화재는 당연히 국가가 보존해야 하고, 따라서 그에 따르는 제반 비용을 국고로 충당하는 것이 마땅하다. 승려노후복지는 국가 전반의 노인복지 및 노령화 대비 정책의 한 축이기도 하지만, 승가공동체의 수행문화를 통해 국가의 정신적 위상을 높이고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적극적인 문화정책의 일환이기도 하다. 이러한 수행문화는 모든 시민들이 자신의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스스로를 성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는 일과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 ‘일상 속 철학함이 가능한 시민’만이 우리 시민사회를 이끌어가는 주체가 될 자격이 있고, 국가는 이런 시민들을 위한 성찰과 철학함의 장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주어야 하는 의무를 지닌다.

한국을 대표하는 종교 중 하나이자 ‘살아있는 전통’으로서 불교는 이 상황을 직시하면서 정신적 기반을 받쳐주어야 하지만, 현실 속 불교는 부정적인 역할을 더 많이 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할 정도로 세상에 매몰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국민의 힘으로 파면하는 ‘촛불혁명’은 이제 불교계 내부로 그 시선을 돌리고 있는 중이다. 조계종 총무원장 직선제가 그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러한 불교계 내부의 노력에 국가적 차원의 정당하고 거시적인 안목의 종교정책이 더해진다면, 우리 불교는 불교계 내부의 구성원은 물론 시민사회 전반의 불안과 고통, 삶의 의미 물음을 껴안을 수 있는 희망이자 샘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정부 출범에 거는 간절한 기대이자 우리 시민들의 정당한 요구이기도 하다.

 

지정 토론 나종민 석좌교수는 현실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불교 종무정책에 대한 어려움과 한계를 제시하며 종무 정책은 종무 행정이 아닌 전통문화정책의 방향에서 입안 및 추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정토론 김윤길 원장은 한국 불교계에 대한 진단과 함께 정부의 종무 정책 방향 또한 발전지향적 정책으로 검토되고 추진되어야 하지만 불교계 각 종단 스스로 자생력이 우선되어야 함은 물론이고 정부 정책 또한 종무 정책 보다 문화정책의 일환에서 불교계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계종 성공 스님은 과거 정부의 종무 정책과 관련하여 타 종교와의 형펑성 문제를 지적하면서 한편에서 주장하는 불교에 대한 편파적 지원 논란에 대하여 특정 종교가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 연구나 검증 없이 불교를 매도하는 일은 지양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토론회의 좌장을 맡은 오 의원은 “대선 국면에서 우리 불교계에 대한 진단과 함께 불교게에 필요한 정책과 지원들이 보다 투명하고 공개적인 방법으로 정책 입안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라고 말하면서 “앞으로도 불교계의 발전적인 정책 입안과 지원을 위해 관련 후속조치를 충실히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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