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각은 피안의 언덕을 넘는 수행의 방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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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각은 피안의 언덕을 넘는 수행의 방편
  • 이병철 기자
  • 승인 2017.04.07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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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제4회 서각 개인전 개최하는 법산 스님(광화사 주지)

4월 19~24일, 문예회관전시실
새김질의 미학…수행 혼 43점 전시

 

“수행자에게 서각이란 화두를 두는 것처럼 몰입하지 않으면 화두가 되지 않듯이 작품의 구상부터 완성의 단계까지 번뇌가 끼어들 틈이 없는 그 자리입니다. 그래서 ‘刀樂道’, 깨달음으로 향하는 길목에 끌의 즐거움이 있습니다.”

4월 19~24일 제주도문예회관 제2전시실에서 제4회 서각 개인전을 개최하는 법산 스님(광화사 주지)에게 서각은 저 피안의 언덕을 넘는 수행의 방편이었다.

43점의 서각작품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회에서 작품마다 스님은 관객들에게 ‘어떻게 하면 부처님의 가르침을 보여줄 수 있을까’라는 고민들의 흔적이 가득하다. 

법산 스님 作‘문없는 문’.

“‘문 없는 문’이란 작품은 한자 門(문)의 가운데 수행자가 좌선하는 모습이 있어요. 보는 이들마다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지만 깨달음의 문, 세상과 소통하는 문 그리고 문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어요. 그것은 수행자의 마음의 자세에 따라 달라지겠죠. 작품에 글자의 뜻을 살피기보다 전체적인 조형성을 바라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스님의 작품들을 보면 글자들이 춤을 춘다. 글자 이전의 문자, 갑골문자의 유형을 통해 회화성과 조형성에 혼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인고의 세월을 무게를 견디어내며 먼지를 뽀얗게 뒤집어 쓴 채 방치되어 있는 옛 제주의 마룻바닥 등 고재(古材)의 예스러움을 고스란히 재현하며 이를 예술로 한 단계 승화시켰다.

“고재를 보면 벌레들이 먹은 흔적들이 그대로입니다. 그 자연스러움에 소승의 창작성에 회화성을 접목해 인위적이지 않은 작품으로 탄생되는 것입니다. 문자에도 세월이 흐른 것처럼 고재 또한 인간과 밀접한 관계였습니다. 벌레의 흔적도 인간의 흐름 속에 동시대를 살았던 생명체였습니다.” 

그리고 스님의 서각 작품은 제주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현대서각의 최고점이다. 종전 전통서가의 경우 서예의 표현을 아름답게 재현했다면 스님의 작품들은 문자가 가진 ‘주인공 자리’를 스님이 수행적 측면에서 재해석했다.

스님은 “나무가 갖고 있는 결을 살리고 그 위에 끌로 문자를 입히고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도록 색채를 조화롭게 재배치하여 재창조한 작품이 바로 현대서각”이라며 “작품 안에 글자의 뜻을 살피기보다 전체적인 조형성을 있는 그대로 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관객들에게 당부했다. 

개막식:4월 19일 오후5시. 문의=010-5587-3335(법산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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