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월(古月)
박용래
유리병 속으로
파뿌리 내리듯
내리는
봄비.
고양이와
바라보며
몇 줄 시를 위해
젊은 날을 앓다가
하루는
돌 치켜들고
돌을 치켜들고
원고지 빈칸에
갇혀버렸습니다
고월(古月)은.
눈물의 시인 박용래가 나온 강경상고는 충청도의 명문이다. 내가 그 학교를 높게 보는 까닭은 고관대작을 많이 배출해서가 아니다. 그 학교를 졸업한 시인 두 명 때문이다. 바로 김관식과 박용래. 괴짜 김관식이 좌충우돌로 시처럼 살았다면 울보 박용래는 툭 하면 엉엉 울며 시처럼 살았다. 우리 삶은 아무리 고요하게 살려고 해도 우여곡절을 겪게 되고 슬픔의 연속 아닌가. 불교의 가장 근본적인 교리인 사성제(四聖諦) 고집멸도(苦集滅道)에서 첫 번째가 고제(苦諦)다. 우리는 불완전하고 고통으로 가득 차 있는 현실에 있다. 그러니 여러 가지 고통이 생기기 마련이고 그러므로 눈물 그칠 날이 없다. 젊어서 시를 꿈꾸던 시인은 한때 “돌을 치켜들고” 세상을 향해 던지려고 했던 것일까. 하지만 다시 원고지 빈칸에 갇히고 마는 것이 시인의 숙명이라면 숙명이다.
/현택훈(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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