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경 독송 행자들의 경건한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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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경 독송 행자들의 경건한 울림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7.04.14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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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행일기

지난 4월5일 생명의 따뜻한 기운을 머금은 봄비가 촉촉하게 내리던 날, 나라의 안녕을 기원하는 불자들의 바람이 이보다 더 지극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한복판, 광화문 광장에 2만여 명이 불자들이 모여 갈등과 분열을 끝내고 이 땅에 화합과 평화의 길이 열리기를 발원하는 금강경독송법회에 다녀왔습니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찬성과 반대 세력이 충돌하고, 촛불 집회와 탄핵반대 집회로 극과 극이 대립하며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분노를 주고 고통을 주기 위해 내뱉는 욕설과 폭력으로 얼룩진 아수라의 세상을 보여주었던 이 광화문 광장에 제주도 최남단에서 강원도 최북단 까지 전국에서 참여한 스님들을 비롯한 2만 여명의 금강경 독송행자들 마음에서 우러나온 경건한 울림은 아픔과 상처를 딛고 일어서고자 하는 성숙한 대한민국의 희망찬 미래를 보여주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말이 신뢰를 잃고 알림이라는 기본적 기능이 상실된 이 시대에 금강경 독송의 울림은 남다른 감동을 주었습니다.

이는 금강경에 나오는 5어(語), 즉 “여래는 참되고 실다우며 여여하고 허망하지 않으며 다른 말을 하지 않는 자이다(眞語者 實語者 如語者 不誑語者 不異語者)”라는 구절이 결코 틀림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여 보여주었다는 생각에 더욱더 새롭고 경이로운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우리 부처님가르침에는 일수사견(一水四見)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간에게는 물이지만 아귀에게는 피고름이고 천신에게는 빛으로 보이며, 물고기에게는 보금자리로 여긴다는 것으로, 하나의 물이 존재에 따라 다르게 인식되고 각인된다는 뜻입니다. 모두가 한 공간에서 한 곳을 바라보고 있지만 한 공간, 한 곳이 모두에게 동일한 경험을 주지 않듯이 현 정국을 바라보는 각자의 견해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다름을 지워버리고 만들어진 같음이 아니라 다름이 지워지지 않는 같음, 곧 차이를 인정하고 그 다름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다름을 차이가 아닌 틀림으로 여기는 순간 다툼과 대립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멈추지 않는 빗속에서도 흐트러짐 없이 울려 퍼지는 금강경 독송 속에서 극과 극의 대립을 벗어난 중도의 길, 화합의 길을 보았습니다. 산 너머에 또 다른 산이 있듯 가는 길이 멀고 험해도 반드시 가야하는 길에 부처님 지혜의 광명으로 세상의 어둠을 밝히고, 자비의 물결로 중생들의 아픔이 씻어지길 바라는 간절한 원력이 들어있었습니다. 

“서로 다투거나 싸우지 말라. 만일 말로써 옳고 그름을 가리려 한다면 한평생을 싸워도 끝이 없을 것이다. 오직 찾음으로서 다툼을 끝낼 수 있다”라고 하신 부처님의 가르침을 가슴에 새기고 믿으며 가벼운 마음으로 제주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임인숙 (관음자비원 재가복지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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